홍원기의 대본에 박인숙(한성대 교수)의 안무에 의한 춤의 제목은「마리아 콤플렉스」인데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쓰인 신조어이다. 처녀의 몸으로 생명을 잉태하고 그 어려운 처지를 잘 참아 받아서 무사히 예수 아기를 해산한 마리아 앞에서, 현대의 여성들이 시대적 여건으로 임신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때로는 낙태까지 해야 하는 경우에 느끼는 죄의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목에 걸맞게 극적인 내용을 담은 이 춤은 인간 심리의 심층을 파고드는 힘과 깊이를 동시에 지니는 표현이라고 여겨졌다.
또「낙태」가 주제냐고 할는지 모르겠으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고찰해 보면, 낙태야말로 사랑과 결실과 생명과 살인이라고 하는 절대 요소들이 얽힌 사건이다. 피살되는 생명이 어릴수록 더욱 잔혹한 살인이 된다. 사실 낙태한 문제는 너무 끔찍해서 연극의 형식으로도 도저히 감당이 안 되며, 사건을 반쯤 추상화하는 안무의 형식이 이 문제를 담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해보는 것이다.
태아의 역할을 성인 여성이 맡고 있는데, 이런 점은 일종의 극 사실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화적인 환경이랄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생명의 자양을 받아가며 하루하루 자라는 태아의 존재는 얼마나 무구하며 존엄한가.
그러나 참생명을 시샘하는 마귀들의 사업 또한 필사적이니, 울긋불긋한 쾌락의 유혹, 이기심, 인구 조사하는 관리들의 사주(아니면 살인수술의 교통정리를 하는 병원의 역원들) 따위에 의해서 마침내 그 금찍한 일이 속속 저질러진다.
춤의 극점은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노니는, 흰 장미와도 같이 무구한 태아들의 영혼을 보는 장면이다. 이때 태아들과 엎디어 절망하는 낙태모들과의 틈서리는 얼마나 아득하게 벌어져 있단 말인가.
관람이 끝난 후 필자는 머리도 가슴도 무겁고 답답하고 아팠다. 아마 이 시대의 죄는 우리 모두의 죄이기 때문일는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기술적인 평을 할 처지는 못되나, 이 짙은 감명이 바로 이 춤의 성공도를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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