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사명감이나 교사로서의 충분한 준비보다 열정이 앞섰던 것 같아요. 매년 열리는 교사학교에 참여하고 교안준비에도 정성을 기울였지만 아쉬움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과중한 주일학교 업무 때문에 학교수업에도 허둥지둥 쫓아다녔던 기억도 나고요』
4년간 주일학교 교사에 몸담았던 이모씨(토마스ㆍ30)의 회고담이다. 교사회 회장을 맡았던 1년 동안은 눈코 뜰 새 없이 보냈다는 이씨는 그래도 그 당시를 가장 보람있고 오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박모씨(아오스딩ㆍ27)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현재 취업준비중인 그는 주일학교 교사생활에 대해 이렇다 하게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군입대 등 진로문제까지 겹쳐 2년을 못 채우고 그만뒀지만『교사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 못지않게 교회(?)에 대한 실망도 컸었다』고 말한다.
위의 두 사람의 경우에서 우리는 주일학교 교사와 관련된 문제점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주일학교 교사들의 문제는 대개 자질 향상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기회의 부족, 기껏해야 3년을 못 넘기는 짧은 교사생명, 이론적인 교리지식의 단순전달에 급급한 교수방법 등이 지적된다. 주일학교 교사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각 교구가 약간씩의 차이를 보이지만 대동소이하다. 서울대교구는 매년 정기적인 교사학교를 열고 이수자에 한해 시험을 거쳐 교사 자격증을 준다. 교육시간은 48시간.
이밖에 매월 교과목 중심의 월례교육과 전례시기를 앞둔 특별연수, 레크리에이션 강습 등이 주요 교육내용이다.
대전교구는 동계ㆍ하계 연수를 제외하고 1박2일씩 1년에 8차례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대전교구는 교사들의 잦은 이동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2년 과정의 교사학교를 주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수원교구도 교사학교 연수 월례교육 등 프로그램 상으로는 별다른 점이 없다. 다른 교구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현행 교육프로그램들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것은 곧 각 교구마다 그나마 최선의 교육 과정을 설정하긴 했지만 주일학교 교사로서의 전문성, 그에 적당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아쉬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배운 교리지식을 전하는 교육현장에서도 어려움은 따른다. 『처음 몇 주간 아이들을 대하면서 당혹스러웠던 것은 도대체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바를 어떻게 전해줄 것인가 하는 점이었어요』초등부 교사부터 시작했다는 이모양(데레사ㆍ22)은 이것이『초년생 교사이면 누구나 한번은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상적인 주일학교 교육이 아닌 줄 알면서도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엉뚱한 내용을 가르친 적도 있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와 더불어 주일학교 교사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잦은 교사 교체와 그에 따른 본당 주일학교 교육의 비효율성이다. 이는 교사회의 인적 구성과 관계가 깊다.
최근 서울 강동지구「성모영보」꼬미시움이 강동지구 7개 본당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본당 평균 교사 수는 12.6명이고 이 중 대학생 또는 청년들이 94.3%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교사 근속연수를 보면 1년 미만이 28%, 1년부터 3년 미만이 49%를 차지, 교사경력 3년 미만인 사람이 전체의 77%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아마 전국 어느 교구에서나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짧은 교사수명과 교사회 인적 구성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한국 남자이면 누구나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대학 2ㆍ3학년이 되는게 보통이다. 제대 후엔 졸업과 취업준비로 마음은 있어도 선뜻 나설 수 없는 것이 현 실정. 남자의 경우이긴 하지만 여교사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따라서 대학생 위주로 편성된 현 교사들의 수명이 짧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지적이다.
교사의 잦은 교체는 본당마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매번 새 얼굴을 선생님으로 맞아야 하는 아이들은 교사와의 서먹한 관계로 자칫 흥미를 잃게 될 우려마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어머니 교사를 활용하는 방법과 유급 교사제를 적극 도입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서울 잠실본당(주임=류영도 신부)은 어머니 교사들을 활용, 성공한 케이스.
자녀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 애정도 남다른데다 교사로서의 수명도 길고 학부모들의 관심도 커졌다는 것이 교사회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행사가 있을 경우 막 일을 하기가 곤란하고 장시간 집을 비울 수 없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기존의 대학생 혹은 청년들과 어머니들이 함께 교사회를 구성하거나, 아니면 필요시에 본당 청년단체의 지원을 받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서울대교구의 경우 어머니 교사 제도가 있는 본당은 전체의 30%에 달하고 있다. 반면 유급 교사제는 아직 논의만 있는 상태.
서울대교구 교육국장 김운회 신부는 이에 대해『주일학교의 중요성에 비기면 투자는 당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교장이나 교감, 혹은 책임자 등 일부 특정인에 대해서는 유급 교사를 두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일학교 교육 전반의 체계적인 계통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라도 유급 교사제는 적극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더불어서 교사들 스스로의 소명의식도 주일학교 교육이 제자리를 찾는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만약 교리교사직을 학교의 동아리정도로 여기고 있거나 주일학교 교육의 당위성과 교사로 불림 받은 소명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풍토 속에서는 주일학교 교육이 바로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교사문제는 바로 그들이 마주 대하고 있는 아이들의 신앙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갖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의 회칙에서 이를 강조하고 있다. 『교회의 장래적 안목으로 볼 때, 신앙교리 교육을 훌륭게 받은 사람일수록 신앙교리 교육을 훌륭하게 베푸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이 신앙교리 교육의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현대의 교리교육 45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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