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신희원씨(마리아ㆍ서울 청담동본당)의 아침은 언제나 바쁘다.
물론 모든 주부들이 아침에 등교하는 자녀들의 아침상이며 출근하는 남편의 뒷바라지에 잠시 손놓을 틈도 없겠지만 신씨가 더욱 바쁜 것은 이 모든 일을 빨리 끝내고 자신의 일터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씨는 결코 직장 여성이 아니다.
전업(專業)주부로서의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신씨는「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소비자 문제를 다룬지 8년째, 이제는 상담실장을 맡아 어엿한 전문인이 됐지만 신씨는 그저 평범한 자원봉사자임을 강조한다.
『우리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부분이 소비자 문제이지요. 특히 가정에서 필요한 물품을 주로 구입하는 주부들에겐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신씨는 85년 그저 소비자 문제가『나하고도 관련된 분야』라는 생각에서 시민의 모임에 첫 발은 디뎠다.
특히「제1기」모니터를 모집한다는 말은 신씨에게 그곳에는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소비자 상담이라는 게 구입한 물건이 고장났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식의 단순한 문제였어요.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은 몰라보게 향상됐습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나 개인적인 것보다는 이웃 전체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건의하며 기획까지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문제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교육」이라고 신씨는 강조한다. 거창한 원칙이나 원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작은 부분-포장지 안 받아오기, 화학조미료 안 쓰기, 일회용품 안 쓰기 등을 생활속에서 실천하도록 스스로를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씨는 덧붙인다.
『시민의 모임에서 하는 일이 바로 대중매체를 통해 소비자들의 의식을 자꾸 환기시키는 것이지요. 무언가를 늘 소비하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자칫 의식을 잃어버리기가 쉽거든요. 소비자들은 신문이나 TV를 통해 대두되는 소비자 문제를 바로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시민의 모임은 요즘 유통기한이 훨씬 지난 식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실태를 조사, 보고했으며 또한 시판되고 있는 국산 원방 우황청심환에 수은ㆍ납 등의 중금속이 다량 검출됐음을 확인하고 건의문을 전달했다. 신씨는 소비자들이 펼치는 이런 일련의 활동들이 은연중에 또 다른 소비자를 교육시키고 의식도 고취시키고 있다고 밝힌다. 기업 또한 소비자들의 감시활동을 통해 제안된 건의 및 기획사항들을 항상 귀 기울여 듣고 좋은 상품 만들기에 더욱 힘쓰게 된다고 설명한다.
화가 날 정도로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에도 언제나 상냥한 목소리를 잃지 않고 차근차근 설멍하는 신씨는『인내력과 참을성은 아무래도 신앙에서 얻은 것 같다』고 말한다. 주일학교 교사, 구역 반장으로 교회 안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신씨는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의「나눔의 전화」개설 때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온전히 시민의 모임에서만 활동하고 있다고.
『남편은 일을 하려면 돈이 되는 일을 하라고 우스개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저는 제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있습니다. 소비자로서 내가 먼저 발견하게 된 문제들을 내 가족과 이웃에게 알려주고 함께 개선해 나감으로써 사회적인 운동으로 확산되고 살기 좋은 사회를 이룩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 하나를 뒀다는 신씨에겐『내 색시도 나중에 어머니랑 같이 활동하라고 할 것』이라는 아들의 격려 아닌 격려가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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