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신부와 가난한 한 평신도의 고집스런 노력으로 3년간 본당 이동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묵동본당 지임 장홍선(요셉) 신부와 박태호(프란치스꼬)씨.
박태호씨는 지난 89년을 방문했는데 사제관 2층에 있는 텅빈 도서관과 자물쇠로 굳게 잠겨진 서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며칠을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던 박씨는 본당주임신부인 장홍선 신부를 찾아가 심정을 토로, 교회서적 홍보를 위한 이동도서관 운영을 건의했다.
평소 교회출판물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장신부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그 자리에서 사재를 털어 도서 2백여권을 구입해줘 89년 7월 30일부터 매주일 이동도서관을 성당 마당에 펼치게 됐다.
도서관이라 해봤자 진열대로 개조한 손수레와 수납 책장 몇개가 고작이었다.
처음 몇주간 동안 그를 책장수로 여긴 신자들의 오해로 허탕을 쳐야했던 박씨는 『공짜로 책 빌려드립니다. 신앙서적을 읽읍시다』고 고래고래 외쳐야만했다.
또 박씨는 비오는 궂은 날이면 잽싸게 책을 처마 밑으로 치워야 하는데도 경험부족으로 비맞는 책을 보며 발을 구르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장신부는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교회 신간을 빠짐없이 챙겨주는 세심함을 보였다.
한주, 두주 1년 365일 54주간을 매주 빠짐없이 성당에 나와 미사시간마다 이동 도서관을 열자 책을 찾는 신자가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다.
이동 도서관을 연지 3년이 지난 지금은 매주 평균 50여권이 대출되고 있으며 세월과 함께 장서도 9백여권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장신부가 구입해주는 도서보다 신자들이 고마움의 뜻으로 기증한 도서가 더 많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처음에는 무모한 짓이라고 냉대하던 친구들도 하나 둘 그를 돕기 시작했고 이동 도서관 종신 봉사자로 일할 이영용(대건 안드레아)씨를 얻게 됐다.
『나 자신은 못배웠지만 배움을 원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이일을 시작했다』는 박씨는『이동 도서관이 본당교우들의 신앙생활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겸손해 했다.
박씨는 또한『책을 빌려간 신자들이 고마움을 전할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 후『많은 신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신앙서적을 탐독할 도서관건립이 꿈』이라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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