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이란 하느님께서 베푸는 은혜로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말로「카리스」(Karis)라고 표현 된 이말은 높으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내리시는 호의와 자비 그리고 혜택을 의미한다. 이 은총을 인간이 깨닫게 될때 그것을 베풀어 주시는 분에게 감사하게 된다. 이 은혜는 마치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피와 살을 통해 생명을 주어 태어나게 하고 교육과 양육을 통해 한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창조과정 중에 만물의 속성과 본질을 주시어 각각의 존재물이 그 나름대로 그 존재의 완전성에 도달할 수 있는 법칙과 질서를 주셨다. 각 존재는 그 법칙과 질서의 신비를 깨닫고 그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때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은총의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인간 본연의 길을 가는데 있어서 충실하게 갈 수 있도록 배려되는 것이 은총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창조때 주신 은총으로는 초성은혜와 과성은혜가 있었다. 초성은혜란 인간이 죽지않고 하느님의 생명을 누릴수 있는 은혜였다. 그리고 과성은혜란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더욱 완전하게 할 수 있는 은혜로서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갈 수 있는 은혜였다.
그런데 인류 첫 조상들이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게 되자 이 두 은혜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 원죄의 결과이다.
인간이 과성은혜로서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 수 있는 은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을 어기게 되었다는 것은 논리상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엔 인간의 자유의지의 무질서한 사용이 있었다고 본다. 인간의 자유의지에는 이미 그 자체로 하느님의 은혜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즉 인간이 자유로이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 있도록 창조되었고 그것이 은총을 간직하고 은총속에 머무는 생활이 된다. 그와 동시에 인간이 또한 자유의지를 가진 다른 측면의 속성대로 하느님의 뜻을 어길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때엔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배반이 되고 하느님의 은총을 잃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을 잃게 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에 자유로이 동의하는 것으로 악한 생각이나 일에 동의할 때이다. 악한 일이란 인간존재의 생존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든가 인간과 하느님과의 근본관계를 파괴하거나 깨뜨리는 일, 인간의 교만 그리고 피조물로서 창조주에 대한 어긋나는 태도, 창조질서를 깨뜨리는 일로 나타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인간의 죄로 인해 하느님의 은총을 잃게 되었지만 그리스도의 구속공로를 통해 그 깨뜨러졌던 관계가 다시 복구되고 하느님의 은총을 올바로 받을 수 있는 질서가 회복되었다고 본다. 하느님의 은총은 이미 창조질서 속에 내포된 것이기에 인간이 그리스도를 통해 제시된 올바른 가르침을 따를때 은총속에 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인간들이 지녀야 할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시켜주고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자연과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시켜주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인간이 마땅히 피조물로서 창조주 하느님께 지녀야 할 겸손된 마음, 경외심, 종교심의 회복이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서는 자아완성과 타인의 완성을 위해 도와주고 염려하는 사랑의 마음이다. 여기엔 물질적, 정신적 사랑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존중하며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때 그 베품을 받는자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깨닫게 된다. 하느님의 은총은 인간들을 통해 베풀어 진다는 것이 또 하나의 신비이다. 하느님의 은총은 결코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을 만족해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사업을 할때 동일한 사업을 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손해를 보았는데, 본인은 특별하게 이익을 보았다고 했을때 그것을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하느님의 은총은 그렇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은 인간 각자가 그 삶의 건전한 완성을 위해 요구되는 재능, 힘, 능력, 노력을 성실히 겸손되이 수행하는 이들 안에서 나타나게 된다.
하느님의 은총은 또한 자연과의 올바른 관계가 성립될 때 나타난다. 인간은 자연없이 살 수 없고, 자연은 인간에게 물질적, 정신적 혜택을 주는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은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이들 안에 은혜로이 나타나게 됨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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