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15, 8~10)
잃었던 은전의 비유는 잃었던 양의 비유와 쌍을 이루면서 거의 같은 이야기로 전개된다. 얼마나 같은가 비교해보자.
어떤 여자가(=너희 중 누가) 은전 열 닢이 있었는데(=양 100마리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닢을 잃었다면 (=그중 한 마리를 잃었다면) 등불을 켜들고( =99 마리는 그대로 두고) 돈을 찾을 때까지(=잃은 양을 찾아) 샅샅이 다 뒤져볼 것이다(=헤매지 않겠느냐). 그러다가 돈을 찾게 되면(=그러다가 찾게 되면) 자기 친구들과 이웃을 불러 모으고 (=친구들과 이웃을 불러 모으고) 자, 같이 기뻐해 주십시오(= 자, 같이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은전을 찾았습니다(=잃었던 양을 찾았습니다) 하고 말할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 잘 들어 두어라(=잘 들어 두어라). 이와 같이(=이와 같이)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회개할 것 없는 아흔 아홉보다 죄인 한 사람의 회개를)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다(더 기뻐할 것이다).
이렇게 거의 비슷한 비유를 둘씩이나 거듭한 것은 두 비유의 결어가 말해주듯이 보잘 것 없는 한 사람이라도 회개하여 돌아오는 사람을 하늘에서는 무척 반긴다는 교훈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한 여자가 은전 열 냥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 냥을 잃어버렸다. 이 부인은 매일매일 근근히 먹고 사는 보통시민이다. 은전 한 냥을 드락마라고 했는데 드락마는 당시 그리스화폐 단위로서 로마화폐 한 데나리온에 해당한다. 당시 중동에서는 그리스화폐와 로마화폐를 혼용하고 있었다. 복음서에도 이 두 화폐를 혼용하고 있다. 한 드락마 또는 한 데나리온은 당시의 하루 품삸에 해당한 금액이다. 그러니 10드락마 즉 10은전은 열흘분의 일꾼 품삯이다. 그렇게 큰 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계산으로는 하찮은 돈이지만 한 푼을 잃었다가 찾은 다음 그렇게도 기뻐하는 것으로 묘사된 것을 보면 그 당시 보통사람에게는 꽤나 소중한 금액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부인이 그 돈을 어디에 간수하였었는지 어떻게 잃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야기 속에 이 점을 밝히지 않고 넘어간 것을 보면 이야기의 교육목적상 그렇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평민이 사는 집에 튼튼한 금고가 있을 리 없고 얼마만큼의 돈이 있다면 천에 싸서 단지 같은데 넣어 두었을 것 이다. 은전 한 닢만 잃은 것을 보면 도둑맞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고 부인의 실수로 방바닥 어느 구석에 떼굴떼굴 굴러들어 갔을 것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이 돈은 이 부인이 아껴 모은 돈이거나 결혼지참금이었을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당시 여인들이 언제나 장식품으로 은전을 줄줄이 꿰달아 이마에 달고 다니던 일종의 장식품이었다고 하기도 한다.
이 해석들은 모두 은전 한 푼을 잃고 애써 찾아다니고 찾은 후에 기뻐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는데서 나왔다고 볼수 있다. 잃어버린 돈을 애써 찾는 모습은 잃었던 양 한 마리를 찾아 헤매는 노력만큼이나 강조되어 있다. 이야기의 교훈 목적은 일차적으로 여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회개한 죄인과 비유되기 때문이다.
등불을 켜 들고 비로 쓰는 등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져 본다. 잃었던 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잃었던 은전의 경우도 잃었던 물건이 주인에게 다시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 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길 잃은 양은 혼자서 『매매』소리를 지를 것이고 양이 가야 얼마나 갔겠는가. 잃은 은전도 집 안에서 잃은 것이니 숨어야 어디 숨었겠는가. 길 잃은 죄인도 마찬가지로 주인에게 되돌아온다는 희망을 던져 주어야한다. 그 희망 조건은 간단하다. 마음을 되돌리는 회개의 정만 있으면된다.
양 한 마리를 되찾았다 해서, 은전을 되찾았다 해서 이웃을 부르고 법석을 떨 필요는 없지만 죄인 한 사람의 회개는 하늘의 천사들에게 큰 기쁨을 준다. 이 기쁨을 실행으로 표시하기 위하여 이웃들과 기쁨을 나눈다는 가시적인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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