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각장애인이 소리의 예술이라고 일컬어진 음악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적잖은 놀라움과 감동을 가져다주고 있다.
어린이 미사 전례 시안집(서울대교구 교육국 발간)에 실린 「우리곁에 예수님」「주님께서 어디 계실까요」를 직접 작사 작곡한 남정수씨 (베드로ㆍ38세)는 작곡뿐만 아니라 바이얼린 섹스폰 클라리넷 기타 등 악기연주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다.
올해로 소리를 듣지 못한지 딱 25년째를 맞는 남씨는 아직도 14살 소년이 간직했던 순수한 소리들을 기억하며 어린이들이 즐겨 부를 수있는 성가나 동요를 즐겨 작곡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지요. 뇌막염으로 귀에 이상이 생긴 뒤 다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마 20살 때부터였을 거예요.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친구들도 없고 외로움과 고독감이 참 컸어요. 그래서 작곡을 시작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음악은 듣지 못하는 저를 위해 하느님이 주신 위로의 선물인 것 같습니다』
작곡이론을 기초부터 배울만한 신체적 여건이 안됐던 남씨는 그저 잘하던 못하던 간에 기타를 튕기고 희미하게나마 떠오르는 음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작곡 활동을 시작했다.『주위 사람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어림없었을 것』이라는 남씨는 악기연주 또한 누구에게도 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독학했다.
자신이 즐겨부르는 성가를 섹스폰이나 기타로 거침없이 연주하는 남씨는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음을 맞춰주는 튜닝머신의 도움으로 자신의 연주실력을 스스로 가늠해 보고 있다. 요즘 섹스폰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는 남씨는『섹스폰을 불 때면 가슴에 울림이 크게 느껴져 내가 정말 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밝히기도 한다.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라던가 그런 감정으로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할 따름이고 내가 음악활동을 통해서 기쁨을 찾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장애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직은 작사솜씨가 서툴러 안타깝기만 하다는 남씨는 누군가 글재주 있는 사람이 좋은 가사를 지어 보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현재 경기도 여주에서 빵집을 경영하고 있는 남씨의 또 한 가지 소망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청소년들을 데려와 함께 생활하며 빵제조 기술을 가르쳐서 그의 자립과 자활을 도와주는 것이다.
항상 기쁨과 행복 속에 생활하는 남씨는 밝은 모습들은 본당 청년 단체 활동 시절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남씨의 모습에 반해 청혼한 아내 진숙(루시아ㆍ35세)씨의 끊임없는 사랑과 격려가 있기 때문임을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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