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는 노인들이 많다. 그들의 신심은 어느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적이고 뜨겁다. 노인들은 교회가 추구하는 영원한 생명을 얻은 문턱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 노인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마지막 준비작업을 충실히 도와야 할 교회는 그러나 청소년이나 젊은이 50대보다도 노인들에게 관심이 없다. 2천년대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도 불어닥칠 고령화와 그에 따른 노인문제는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현실이다. 교회는 죽음이라는 거대한 문을 두드리는 노인들이 신앙 안에서 삶을 잘 정리하고 마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목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시해야 한다. 그러기에 앞서 노인사목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할 선결과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교회안의 노인인구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모릅니다. 단지 사회 안의 노인인구 구성비보다 교회가 더욱 높다는 것만을 추측할 따름이지요』
교회안 노인인구 현황파악에 나섰다는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김덕수 노인 분과장의 말이다.
서울대교구 노인대학 연합회(회장=박고빈 신부)의 88년 비공식 집계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노인교우 숫자가 전체 가톨릭 인구의 15~20%에 육박하는 30~35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교세는 3백만으로 확대됐고 그만큼 노인인구 또한 증가했으리라 예상한다면 교회안의 노인인구는 역시 만만치 않은 교회 구성원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노인인구는 점차 늘어가는 추세에 있지만 이런 노인인구의 증가를 바라보는 교회의 모습은 너무도 담담하다.
『노인대학에 다니면서도 안나회, 연령회도 나가요. 그 밖에 우리 노인들이 참여할 단체가 어디 있습니까? 노인대학이나 안나회는 일주일에 한번씩 나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신부님이랑 수녀님한테 좋은 말씀도 듣기도 하고 연령회는 한 달에 한번 모임을 가집니다』 이안나 할머니(75ㆍ서울본당)는 본당에서 실시하는 노인프로그램, 행사에는 빠짐없이 다 참석하고 있다.
교양강좌, 레크레이션, 신앙에 관한 성직자, 수도자의 조언 등 프로그램의 내용은 모두 거기서 거기지만 무엇보다 갈은 처지의 노인들을 만나 함께 얘기하고 내가 참여할 곳이 있다는 사실이 좋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신앙생활에 투자할 시간도 많을 뿐만 아니라 신심도 어느 젊은이 못지않게 젊고 뜨겁다. 그러나 교회는 청소년이나 젊은이에게 베푸는 사목적 배려보다는 노인에게 그다지 배려다운 배려를 못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그에 따른 핵가족화로 빈곤과 질병, 고독과 역할 상실이라는 4중고(苦)를 겪고 있는 노인들은 『이제 사회에서 쓸모없어졌다』는 심리적 위축감을 안고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노인들은 결코 교회를 향해 무엇을 요구 한다던가 불평을 던지지 않는다.
한상호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는『지금까지 많은 노인문제 연구가들은 종교가 노년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왔다』고 밝히면서 『내가 85년 미국에 이주해 살고 있는 한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도 종교를 가진 노인들이 종교가 없는 노인들보다 높은 심리적 안정도와 생활만족도를 나타내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교회는 노인들을 포용하고 그들이 신앙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며 새롭게 변화되는 가치관에 적응하고 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방과 복지시설 등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교회가 실시하고 있는 노인사목은 노인잔치같이 개별적이고 일시적이며 늘 참여하는 노인들만 참여하는 등 한정적이며 제한적이다.
노인단체는 또한 교회공동체 안에서 소외당하고 있기도 하다. 몸이 쇠약해서 봉사활동을 실시할 수도 없고 함께 어울려 노는 행사에서도 세대차라는 이유로 함께하기 어렵다. 참여할 틈을 안준다.
가정의 구성원은 곧 교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소외된 노인들은 교회에서 마찬가지로 소외되고 있다. 따라서 노인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실시하는 것은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교회가 실시하는 대표적인 노인사목으로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대학을 꼽는다. 서울대교구 노인대학 연합회는 본당 내 봉사자를 활용하여 노인들의 생활교육과 신앙교육을 실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노인대학이 설립된 본당은 서울대교구 산하 본당 중 반 정도에 미치는 70여 개 본당뿐이다. 그나마 서울은 나은 편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노인대학이 있는 본당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서울대교구 노인대학 연합회 회장 박고빈 신부는『이제 교구의 이름만 빌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교구 차원에서 모든 본당이 함께 실시할 수 있는 청소년 주일학교 같은 노인 주간학교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교구에 노인 주간학교 등 노인사목을 전담할「기로국」을 설치, 전문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실시하며 여기서 노인 주간학교의 활성화를 위한 봉사자 교육, 교육프로그램 개발, 교재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노인사목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점은 바로 신앙 안에서 죽음이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기쁘게 받아들이도록 교육하는데 있다.
신앙생활에 투자할 시간이 많은 노인들을 위한 교리반 운영,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신심행사 등을 마련하고 노인들이 지닌 신앙과 경험을 토대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반드시 노인사목에 있어 필요한 사항들이다.
한상호 신부는『풍부한 인력과 재력, 다양한 시설과 조직력을 지니고 지역사회에 산재해 있는 교회는 어떤 민간단체보다도 노인들의 복지를 위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강조하면서 『따라서 교회가 먼저 노인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교회가 가진 다양한 자원을 폭넓게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노인사목을 수행할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하지만 우선 노인사목에 대한 관심과 재고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