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전교의 달을 맞아 2회 특집으로 선교사들의 실태와 현황, 또한 오지에서 선교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선교사들의 활동을 소개하는「선교사를 생각한다」를 마련한다. 그 첫회로「선교사, 그들은 누구인가」편에서는 매년 교리신학원을 통해 배출되는 선교사들이 선교사로서 한국 교회와 사회에 어떻게 봉사하고 있는지, 그들의 실태와 현황을 살펴보고 제2편「선교 현장을 가다」에서는 부부 선교사로 전주교구 순창본당 복흥공소에서 활동 중인 황명훈씨 부부를 소개한다.
◆선교사 그들은 누구인가
93년 말 현재 한국 가톨릭 신자는 총 3백20만9천4백94명으로 전체 인구의 10%에 못미치는 7.35%를 차지하고 있다. 엄청난 숫자인 93%의 익명의 그리스도인들도 문제이지만 교회 안에서 냉담자들도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984년에는 10.98%인 냉담자가 93년 현재 냉담자와 거주 불명자가 전체의 24.5%를 차지하고 있어 교회 밖에서는 물론 교회 안에서도 선교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교회 안에서는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선교협회나 선교사들의 단체는 없다. 하지만 선교협회도 없고 선교사들을 위한 제도적인 후원은 없어도 선교사는 존재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교회 내에서 봉사할 봉사자 육성으로 평신도를 교육하고 있는 기관인 가톨릭교리신학원(원장=김성태 신부)을 통해 매년 선교사들이 배출되고 있고 그동안 이 기관을 통해 양성된 이들이 선교의 오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93년까지 통계에 따르면 가톨릭교리신학원은 교리교육과 종교교양과 수도자를 모두 합쳐 지금까지 1천1백88명의 졸업생을 배출해왔다. 이 중 1백10명이 현장으로 파견되었고 현재는 81명이 본당 사무장, 교회기관 근무(51.8%), 사회복지 특수사도직(12.3%), 도시본당(21.4%), 공소 선교(13.5%) 등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활동 중에 있다.
이중 선교 오지라 할 수 있는 벽지 공소, 농어촌 등에 파견되어 선교사로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약 40여 명 정도로 배출되는 선교 인력보다 활동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선교의 삶을 사람들과 나눈다는 의미를 갖고 과감히 낯선 곳으로 떠난 이들 선교사들은 선교사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식 부족, 이질적인 풍습, 배타적인 태도 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 교회가 평신도들에 의해 시작되고 유지되어온 독특한 교회인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성직자 수도자 위주의 교회로 변모, 같은 평신도인 선교사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본당 소속이기 때문에 본당 신부의 기호에 따라 위치가 애매모호해진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교회 안에서 선교사의 위치가 아직도 정립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에서 제주교구만이 유일하게 교구청 직원으로 선교사들을 파견하고 있는 실정이고 타 교구는 본당 신부의 기호에 따라 선교사들의 파견 유무가 가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선교사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문제만 보더라도 대부분 본당 신부에 따라 정해지고 있는 실정이고 제도적인 장치로 그들을 수용하고 있는 곳은 드물다. 광주대교구의 경우 현재 본당에서 절반, 해당 공소에서 절반을 부담하는 형식으로 선교사 활동을 도와주고 있으나 타 교구에서는 이것도 힘든 실정이다.
또한 선교사들을 제도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기구가 현재 교리신학원 내 선교사회에 1명의 전담 요원이 선교지 알선 및 안내, 활동시 필요한 자료 제공, 외부 지원 단체와의 연결로 선교사 후원, 선교사들의 소식과 동정을 전하는 선교사지 발간 등을 통해 선교사들을 돕고 있다.
94년 가톨릭교리신학원이 축제 기간 중 심포지엄을 통해 밝힌 선교사들의 문제에 따르면 한국 교회의 입지를 넓히고 있는「오늘날의 선교사」들이 이래저래 아사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 선교사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선교사 꿈나무라 할 수 있는 재학생들도 일선의 선교사들과 별다름 없이 선교사에 대한 실제 교육과 재교육 미비, 지속적인 후원 부족, 연대감 정보 제공 참고 자료 부족 경제적인 지원 부족, 성직자 수도자 중심의 교회 안에서의 위치 배려, 선교사에 대한 교회 내의 홍보 부족 등을 지적하고 있다.
아직도 한국 교회는 냉담자 회두문제뿐 아니라 선교의 오지가 산재해 있다. 선교사들을 원하는 공동체가 많은가 하면 선교사가 되어 그리스도적인 삶을 살려는 이들도 상당수다.
또한 2천년대 복음화를 선포한 한국 교회는 앞으로 통일을 전제로 한 북한 선교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된다는 역사적 요청 앞에서 선교사의 육성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된다. 교회가 북한 선교문제를 먼 앞날의 일로 보기보다 그렇게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 나가야 할 때라는 말이다.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마르 16, 15)는 하느님의 말씀처럼 선교사는 성직자 수도자와 함께 복음 선포의 초병 역할을 담당할 중요한 직책이다.
그러나 현재 선교사에 대한 우리 교회의 인식은 성직자 수도자가 없는 곳에 대신 파견하는 사람 정도에 미치고 있어 진정한 선교사의 의미나 위치 설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성직 수도자들의 손길이 못미치는 곳에 평신도가 들어가 복음적인 삶을 통해 선교의 첨병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 역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평신도 선교사들은 나름대로의 성소의식을 갖고 부귀와 영화(?)를 버리고 오지로 오지로 떠나고 있다.
교회로부터 영적 도덕적 교육을 받고 교회의 가르침과 규범 등의 학문을 습득한 이들이 선교의 현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경제적인 부족도 생활의 어려움도 아닌 자신들의 존재의 가치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다. 주님의 도구로 쓰여지길 간절히 바라는 선교사들은 본당 신부의 기호에 따라 쫒겨나야 되고 이동되어야 된다는 현실을 가장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또한 선교사 문제가 심각한 것은 교회의 무관심이다. 교회가 어떤 목적을 갖고 개설, 운영하는 가톨릭교리신학원이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의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없다는 게 우리 교회의 현실이다.
평신도들이 지도자로 커 나가고 선교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이들의 재교육이나 후원에는 인색하다는 말이다. 40여 명의 공소 파견 선교사 중에는 부부 선교사가 네 팀이나 된다. 이들은 자신들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선교의 도구로서 살아가는 이들이다. 마땅히 이들에게 교회가 제도적으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소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교구일수록 선교사 파견에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본당 신부의 관심 범위를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오지 공소의 파견 근무뿐 아니라 선교사들은 도시 공소 신자들의 신자 재교육과 각종 교회 기관에서 복음 전파의 도구로 사명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본당 사무장으로, 교회 기관의 직원으로 자신이 배우고 깨달은 바를 삶의 현자에서 살아가는 이들 역시 선교의 첨병이 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평신도들의 주체로 이룩되어 그들의 땀과 피로 성장해온 교회는 더더욱 평신도들의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또 선교에 대한 평신도들의 열의가 대단히 높은 가운데 한국 교회가 정책적으로 평신도 선교사들의 육성은 물론 이들의 활동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평신도들에게 선교사 임무의 중요성을 알리는 작업이 중요하다. 실제로 오지 공소에 파견된 선교사들은 거의 사제와 같은(?) 일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성사 집전은 못하지만 장백의를 입고 공소예절을 진행하는 선교사의 모습은 초대교회 지도자들의 모습 못지 않다. 공소예절서부터 교리교육, 신자 재교육, 가정방문 등 선교사들의 역량에 따라 그가 속한 공동체가 발전하기도 한다.
청년이 사라진 지 오래된 농어촌 지역처럼 젊은 일꾼이 떠나버린 오지 공소에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간절히 듣고 싶어하는 수많은 양떼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이를 가꾸어가며 사는 선교사들이 더 이상 교회의 이방인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관련자들의 일관된 의견들이다.
전교의 달을 보내고 있는 한국 교회는 이처럼 선교사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이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야 할 때다.
신자들 역시 성소자들을 위한 기도와 함께 선교사들의 영육 간의 평안함을 위해서도 깊은 곳에서부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비 선교사 서창교씨 - “우리 농어촌 신앙적으로도 소외” “함께 사는 선교에 관심을”
『많은 젊은이들이 경제적인 어려움과 자녀교육의 문제점 그리고 불확실한 노후 보장을 뒤로 한 채 선교사로서 투신하려고 합니다. 선교 오지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교회는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선교사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서창교(이냐시오ㆍ서울대교구 일산본당ㆍ43세)씨가 강조하는 말이다.
가톨릭신학원 출신 선교사들의 삶을 보고 체험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선교사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서씨는 내년에 선교 오지로 떠나리라는 결심을 갖고 있다.
서씨는『현재 우리나라의 농어촌 신자들은 경제적인 타격 못지 않게 신앙적으로도 소외 당하고 있다』고 전제하고『이들을 위해 사제와 수도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만 평신도 선교사도 해야 할 일이 꼭 있을 것』이라면서『그러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서 평신도 선교사의 자리매김이 어서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교지 본당 사제의 기호에 따라 선교사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우리 교회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서씨의 이러한 조심스런 주장이 교회 당국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교회가 정식 기관을 통해 배출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활용문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 문제가 단순한 선교사의 위상 정립에 멈추지 않고 한국 교회 내에서 평신도의 위치에까지 소급되는 문제이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분명 선교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한국 교회는 이에 대해 심각하게 되돌아보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씨는『평신도들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이때에 선교를 위해서도 평신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이를 위해 체계적인 평신도 지도자 교육과 선교사 양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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