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교회를 생각할 때 먼저 어느 동네에 세워진 뾰족한 종탑과 우리나라 건물과는 좀 다른 스타일의 큰 건물을 연상케 된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신도들의 집단이다. 예배와 미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그리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등이다. 그러나 교회는 이러한 외적인 면만 갖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또한 신비체이다. 교회에 모인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찾고 바라고 있다. 그들이 찾는 것은 마음의 평화, 영원한 생명이다. 이것을 건물 안에서 찾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교회에서 들을 수 있는 하느님의 말씀 때문이다.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이게 하며, 이 시대의 징표를 해석하고 참됨 삶의 길을 제시해 준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교회는 그 시대시대마다 강조된 면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교회관이 형성되어 왔다. 성직자중심의 교계제도로서의 교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교회는 그 직책의 순서에 따라 피라밋 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교회관에서는 성직자의 연합이 크게 강조되고 평신도들은 성직자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인 역할을 이행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이제 이러한 교계제도로서의 교회를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성직자들의 직책이 큰 만큼 바람직한 봉사상을 정립할 수 있다면 이러한 교회관에서도 큰 장점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제도로서의 교회관이 비판을 받으면서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이후에 새롭게 인식된 교회관에 의하면, 교회는 하느님 백성이며 친교와 나눔과 봉사를 함께 나누며 영생에로의 길을 함께 가는 신비체로서의 성격을 띤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나그네의 길을 가면서 세상 한가운데서 그리스도의 구원업적을 보여 주는 성사로서의 성격을 띤다. 오늘날 이해되고 있는 교회의 바람직한 모습을 생각해 보자.
1) 공동체(Cornmunitas)로서의 교회 : 교회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소집되어 모인 단체(Ecclesia)로서, 물질적이며 현세적인 이익 집단이 아니라 영신적인 선익을 위해 서로 염려하고 상호 보조하는 공동체이다.
2)하느님의 백성(Populus Dei) : 교회는 세례를 통해 죄와 세속에 대해 죽고 명시적으로 새롭게 태어난 하느님의 자녀들이 모인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에는 남자, 여자의 성차별이 있을 수 없으며, 어린이나 청년이나 노인 모 두가 한 백성으로서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공동체이다.
3) 친교(Cornmunio)를 나누는 교회(사귐) : 교회는 신자들 상호간에 서로 알고 지내며 신밀한 교제를 나누는 사귐의 공동체이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며 하느님의 자녀들인 형제 자매들이 오손도손 친목을 도모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참된 사랑으로 결합되어 하느님과의 친밀한 일치를 도모하는 공동체이다.
4) 나눔(Partitio)을 실천하는 교회(나눔) : 하느님의 백성들이 모여 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교회는 신자 상호간에 가진바를 서로 나누며 사랑을 실천한다. 이 나눔의 형태는 정신적 물질적 차원을 모두 포함한다. 정신적 차원의 나눔으로는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지적지식과 감성적ㆍ영성적 체험을 나누어 교회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며 물질적 차원의 나눔은 교무금 헌금 애긍희사 등의 형태로 나타 난다. 이 나눔은 바로 애덕이며 『애덕이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신다』(Ubi Caritas Deus ibi est).
5) 봉사(Diakonia)하는 교획(섬김) : 하느님의 자녀들이 모여 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교회는 신자들 각자 자신이 받은 재능들을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봉사한다. 재산이 많은 이들은 필요한 곳에 경제적 도움을 줌으로써 그리고 시간과 재능이 있는 이들은 성가, 교리지도, 환자 방문, 냉담자 권면 등의 봉사활동을 통해 교회의 선익을 도모하고 공동선을 지향한다. 공통선이란 인간이 자신의 완성을 위해 필요로 하는 물질적 사법적 재화의 총체이며 그 목적인 동시에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완성이란 곧 구원을 가르킨다.
6) 신비체(Corpus Mysticum)로서의 교회 : 교회는 나눔으로 보이는 신도들의 집단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하느님의 백성을 이루는 성직자와 신도들이 제각각 맡은 직무와 역할을 통해 신비롭게 구성되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성격을 띤다.
7) 성사(Sacrameintum)로서의 교회 : 성사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은 눈에 보이는 상징과 사물로서 나타내 주는 표지이다. 교회는 세상구원을 위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헌신의 구속사업을 보여주는 그리스도의 성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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