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는 남을 도와준다든가 이웃에게 사랑을 나눠준다든가 하는 차원이기보다는 내 자신을 위한 것 같아요. 겉으로는 남을 위해 하는 봉사지만 봉사를 하다 보면 남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돼요. 봉사는 마치 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는 거울 같은 것이지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실시하고 있는 상담전화인「나눔의 전화」에서 초창기부터 자원상담원으로 봉사하기 시작해 올해 10년째를 맞이한 장영숙씨(62ㆍ체칠리아)씨의 이야기다.
장씨뿐만 아니라 사회봉사를 실시하고 있는 봉사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가 봉사를 통해「베푸는 보람」이 아니라「배우는 기쁨」을 얻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집 근처에 위치한 노인복지관에서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도『불우한 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도시락을 드리면서 시부모, 친정 부모에 대한 나의 보잘 것 없는 효도를 반성하고 나 자신의 노후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들이 되고 있다』고 전한다.
오늘의 한국 가톨릭교회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끊임없는 활동과 노력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 70년대 사회봉사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시절, 교회 안에서 갖가지 자질구레한 노력봉사를 실시했던 여성들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한국 교회는 이런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사회봉사의 영역이 다양해지고 보다 전문화되면서 이러한 여성들의 노력봉사가 점차 그 가치와 평가를 낮게 받고 있다 할지라도 그 당시 교회 여성들의 노력봉사는 교회 발전의 밑거름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행려자 식당에서 봉사하고 있는 한 신자는『만약 임금을 주고 식당 종업원을 썼다면 아무리 1~2백 원 하는 식사라도 여기에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면서『자신의 의무가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나와 식사를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기특하기 때문에 행려자 식당이 이렇게 버텨나갈 수 있는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장애인 시설의 실무자는『물론 가톨릭 신자들의 열의와 사랑은 충분한 것을 알지만 때때로 의무감에서 사회봉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소신이나 보람 같은 것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교회 안에는 조직적인 봉사를 주활동으로 하는 단체가 있다. 처음에는 물론 자선이라든가 이웃사랑의 발로로 봉사를 시작했겠지만 의무감이 주어지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때때로 어떤 시설은『자원봉사를 원치 않는다』고 잘라 말할 때도 있다.
왜냐하면 자원봉사자들의 잦은 교체, 시설에 대한 이해없이「남을 돕겠다」는 생각만으로 뛰어든 자원봉사자들의 잘못된 행동들이 오히려 시설과 종사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시설에서 살고 있는 불우한 어린이들을 돌봐주러 온 자원봉사자들은 무조건 잘 대해주면 된다는 생각에 안아주고 어린이들의 어리광을 모두 받아주곤 해요. 자신을 대하는 종사자들과 봉사자들 간의 상이한 태도를 어린이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해요. 지속적으로 한 봉사자가 한 어린이를 맡아 돌봐주면 잘 대해줘도 상관이 없지만 잦은 교체로 어린이들은 혼동을 겪곤 하거든요.』
한 보육원시설 관계자는『적은 월급에 어느 직업보다도 많은 노동 시간을 요구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종사자들 구하기도 어렵고 또 구한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넉넉한 인원을 둘 수 없기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절실하다』고 전제하면서『그러나 필요성에 비해 시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만한 봉사자의 부족으로 이것도 저것도 선택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요구되는 자세는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다.
우선 자원봉사를 하려는 신자 누구나 가정에 속해 있기 때문에 가족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해를 얻어야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원봉사에 임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맡은 시간에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잦은 교체야말로 맡은 시간에 대한 봉사자의 책임감 부재로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봉사자들을 위한 소신이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참여하는 태도나 참석률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나눔의 전화 등 보다 전문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사회봉사활동에는 교육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탈락시킨다는 전제를 달고 있을 정도록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사회봉사활동 중 평가회나 연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은 물론 참신한 아이디어의 제공과 함께 연구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레지오의 경우 교본 연구, 단원 계속교육뿐만 아니라 사회봉사의 개념과 실제 등을 교육함으로써 가톨릭교회의 사회봉사에 대한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커다란 몫을 담당할 수 있기도 하다.
『사회봉사에 있어 앞으로 가톨릭교회가 나아갈 방향은 바로 지역사회입니다. 본당이라는 지역사회의 조직을 활용해야 합니다. 먼 이웃지역의 불우한 시설이나 문제가 아니라 본당 신자들이 자신의 지역에 어떤 불우한 이웃이 어떤 시설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지역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발견함으로써 사명감과 소신을 갖고 사회봉사에 투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지역사회 안으로 눈을 돌림으로써 보다 신자들에게 사회봉사에 대한 실제를 보여주게 되고 자발적인 참여의식을 가져다주게 돼 잠재된 사회봉사의 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자원봉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점차 증가하는 재가복지, 지역사회를 떠나선 존재할 수 없는 각종 복지관과 시설들, 병원 지역 안에 산재한 환경과 생명, 교통문제 등이 모두 지역사회 공동체가 관심을 갖고 사회봉사로써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시간과 능력을 생각해보고 목적을 정한 다음 꾸준히 사회봉사에 임한다』면 기쁨과 보람은 물론 신앙의 활기 또한 되찾게 될 것이다.
◆나눔의 전화 자원상담 봉사자 장영숙씨 - “봉사는 하늘에 쌓아두는 양식” 10년간 7백76시간 전화상담 상대방 이해하는 마음 넓어져
『무엇보다 하느님이 건강한 몸을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의 도움과 지원이 큰 힘이 되었고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상담전화「나눔의 전화」가 개설된 첫해부터 지금까지 10년간 자원상담봉사자로 활동해온 장영숙씨(62ㆍ체칠리아).
회갑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젊고 활기 있어 보이는 그는『모두 사회봉사로 인해 얻는 기쁨 때문』이라고 전한다.
이번 나눔의 전화 개설 11주년을 기념해 10년 근속 감사장을 이원규 신부로부터 받은 그는 한 달에 2일, 하루 3시간 반씩 전화상담을 실시해야 하는 의무 외에도 거의 매주 1번씩 서울 명동 상담실에 나왔다. 전화기에 대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외되고 가슴 아픈 이웃들과 무려 7백76시간을 함께 보냈다.
『10년간 힘든 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어려움이라는 게 모두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이렇게 이웃의 어려운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건강한 몸을 내게 주신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일했습니다.』
그는『우선 나눔의 전화 상담을 실시하면서 2가지의 변화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첫번째는 남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이고 둘째는 고통 받고 외로운 이웃의 애달픈 사정을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는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는『결국 사회봉사라는 게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행동이라기보다 자신의 성화를 위해 쌓아놓는 양식과 같은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고통 받는 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그동안 잊고 지내다시피 했던 내가 가진 행복과 은총에 다시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들을 통해 자신의 주위를 다시 되돌아봄으로써 가정의 중요성과 남편에 대한 사랑 같은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죠.』
그는 나눔의 전화 상담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변화와 감사의 마음을 봉헌하기 위해 매일 아침 새벽미사 참례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키고 있다.
또 꽃동네 회원들을 모으고 1백여 명이 내는 회비를 3~4달에 한 번씩 직접 거둬서 꽃동네에 가져다주는 봉사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여성들이 갱년기에 접어들면 웬지 모르는 소외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다 커서 이제 엄마의 도움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갱년기 여성들은 이제 와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죠. 사회봉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인 거죠.』
『그렇다고 사회봉사 한다고 가정에 소홀하면 안 될 것』이라는 그는『요즘 전화상담 내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가 바로 청소년의 성문제』라고 지적하면서『자신의 사회봉사 경험을 자식들과 함께 나누며 우리 가정이 가진 행복과 은총을 함께 느끼는 등 가족과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는 것도 사회봉사에 필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이제 사회봉사도 단순한 열의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열의와 함께 전문적 기술이 필요하죠. 사회봉사야말로 평생교육에 있어 가장 좋은 과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