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은 말이나 행동에서 나타나는 이중의 인격성을 말한다. 따라서 위선자는 실제와는 반대로 자기를 선인으로, 덕성스러운 군자로, 성인으로 내세운다. 거짓 중에서도 가장 악성적인 거짓이다. 이러한 것을 우리 사회에서는 생활의 쇼라고 하고 그것이 끼치는 사회적인 악영향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위선의 악성의 경중을 따지는 것은 위선이 목표하는 사안에 따라 다르고 그 종류에 따라 다르다. 먼저 성인군자가 아니면서 성인군자 행세를 하는 위선이 있고, 악인이면서 성인군자인 양 겉치레를 하는 위선이 있다. 위선은 모두 허영에 날개를 단 자기 과시욕에서 나오는 것으로 비뚤어진 명예욕 지배욕 그리고 물욕으로 나타난다.
이 비뚤어짐이 단순히 사회에서의 자기 보호막 정도라면 자기 반성과 교육 등으로 고칠 수 있지만 비뚤어진 욕심이 도를 넘어 하느님으로 대치시킨다면 구제불능의 위선자가 된다. 이때의 위선은 오만으로 나타난다.
예수께서 복음 전도를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40일 동안 피정을 하실 때에 사탄에게 받은 유혹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었고 그 유혹을 물리친 것도 다름 아닌 하느님의 이름으로 해내셨다. 그리고 전도생활을 하시면서 여러 가지 구원의 말씀을 했지만 가장 신랄하게 경계하신 악덕이 바로 위선이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 학자들이었다.
마태오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이들 7가지의 위선을 고발하여 그들에게 앙화가 있을 것이라는 종말론적인 심판을 내리셨다. 이 앙화의 대목은 예수의 공생활 시초에 제자들에게 진복팔단이라 이름하는 행복론과 대칭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루가복음에서 행복론에 곧 이어 앙화론이 이어지는 것과 대조되지만 그것은 책을 쓰는 저자의 구성상의 문제이다(대목 191~192 참조).
여기서 행복론과 앙화론은 종말론적 심판의 결과를 말한다. 행복론에서「~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한 것은 예수께서 전하는「기쁜 소식」즉 복음의 중심 테마인「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축복을 받았다는 뜻이고『너희 위선자들은 앙화를 입을 것이다』라는 것은 하느님의 나라에서 제외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종류의 위선행위를 했는가. 그들은 악인이면서 성인군자 행세를 의도적으로 꾸몄고 예수께서는 그 대표적인 행실을 낱낱이 들추어 말하면서 그 행위마다「앙화가 있을 것이다」라는 심판을 내리셨다. 마태오복음서는 이를 7가지로 들었고 루가복음서는 6가지를 들었다.
(대목 191~192 참조).
첫째『너희는 하늘나라의 문을 닫아놓고는 사람들을 가로막아 서서 자기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마저도 못들어가게 하니 화를 입을 것이다』율법 학자들은 민족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교도권을 한 손에 쥐고 사람들을 가르칠 권한을 마음껏 행사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비틀어 곱새기면서 참된 진리의 길에서 빗나가게 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은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 꽉 닫아놓고 자기도 안 들어가고 남도 못들어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루가는 이 열쇠를「지식의 열쇠」라고 표현하였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이들 율법 학자들을 외면하고 어린이와 같이 순박한 제자들이 믿음으로 깨달았다. 그 나라는 이미 박사들에게서 빼앗아 제자들에게 그 관리를 맡기게 된다.『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준다』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마태 16, 19). 예수가 세상에 나타남으로써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였다. 그런데 그들의『지도자나 바리사이파 사람들 중에 단 한 사람도 그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요한 7, 48).
이 나라에 들어가려면 먼저 회개해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런데 회개한다는 것과 겸손하다는 것은 그들의 언어에는 당초부터 사용된 일이 없었다. 예수께 대한 그들의 반대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도록 만들었고 예수께서 죄인들 집에 들어가는 것도 반대하였고 죄인들이 예수께 오는 것도 반대하였다. 이렇게 그들은 하느님 나라에 접근하는 것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회개하지 않은 위선자, 앙화가 있을 것이다. (대목 191~19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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