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군 장호원읍에 소재하고 있는 육군교도소. 흔히 영창이라 불리는 이곳은 군 복무를 하던 병사들이 규율을 어긴 이유로 재판을 받은 후 형을 살거나 형이 확정될 때까지 대기하고 있는 곳이다.
군 조직에 적응치 못해 8개월간 도망자 생활을 했다는 ㄱ병사. 후임병을 구타한 혐의로 들어와 있는 ㅇ병장.
『저는 탈영을 했습니다. 근무를 서다가 문득 부모님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총도 버리고 무작정 남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밤이 깊어졌고 정신을 차리고 생각하니까 부대에 들어가면 혼이 날 것 같아 지뢰지대 숲에 숨고 말았습니다.』
외로움과 그리움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고 울먹이며 탈영 이유를 털어놓는 ㅂ일병.
이렇게 육군교도소는 특수한 군 조직 안에서의 갖가지 과실로 인해 외로움과 자책감으로 지내야 하는 얼룩진 젊은이들의 모습이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수감자들은 이곳에서 수련생이라고 불린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명이 수용돼 있고 이들을 지키는 헌병대와 관리 요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기결수와 미결수로 나뉘어 기술 기능교육 교육훈련 등을 받는 수련생들의 죄목은 부대 이탈, 구타 등이 주종을 이룬다. 절반 이상이 일반 사회에서라면 별 문제가 아닌 사례들, 특수한 상황 젊은 혈기로 인한 한 순간의 실수에서 기인한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흉악범들이 가는 곳이라는 영창에 대한 선입견과는 달리 대부분의 수련생들은 보통 20대의 젊은이들 같이 평범하고 천진난만한 경우가 많다. 민간교도소에서 볼 수 있는 재범자들을 여기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그러한 사실을 입증해 준다고도 할 수 있다.
이들이 영창살이를 하면서 제일 힘겹게 느끼고 있는 것은 갇혀 있음으로 인한 소외감이다. 전반적으로 군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현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사회의 배려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실정에서 수련생들은 외로움 소외감 등으로 정신적인 아픔을 겪고 있으며 사회에 대한 증오와 미움을 키우기가 십상이다. 거기다 의지마저 단련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병사들이 자신과 겨룰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교도소 내에는 성당 법당 교회가 있어 수련생들이 그나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군종교구 상승대본당(주임=홍성학 신부)이 관할하고 있는 교도소 내 희망본당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미사를 봉헌하고 있고 예비자 교리 면담 성서 공부 등이 마련되고 있다.
예비자를 합쳐 신자 수는 50여 명이고 매주 미사 참례자는 25명 정도로 15~20명의 영세자들이 해마다 배출되고 있으나 목사가 상주하고 있는 개신교회에 비해 물적ㆍ인적 지원이 손으로 꼽을 정도여서 홍성학 신부를 비롯, 본당 관계자들은 많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홍성학 주임신부는 물질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수련생들에게 주어져야 할 것은 누군가 사랑의 눈으로 지켜봐 주고 있다는 사랑과 관심이라고 말한다.
매주 미사 후 우유와 빵을 나눠주고 비디오 등을 보게 해주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실정에서 홍 신부는 그들을 정서적으로 성숙시켜 주고 정화와 수련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양서를 공급해 주고 명화 등을 볼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주고 싶으나 본당 재정으로는 그것도 여의치 않아 관심 있는 이들의 도움이 기다려진다고 밝히고 있다.
군대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아들이 군에 입대하게 되면 자신의 집안 어디에 군과 관계된 아는 사람이 없을까 찾아대는 현실. 영창을 비롯한 군인들에 대한 관심은 동냥이 아니라 바로 내 아들 내 손자들에 대한 사랑이어야 한다고 홍 신부는 덧붙여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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