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0만 부 이상의 발매를 기록하면서 페미니즘 바람을 불러왔던 소설「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작가 공지영(마리아ㆍ32)씨는 올해 들어 세 편의 작품을 동시에 발표하면서「이념에서 삶으로」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장편소설「고등어」(웅진출판), 창작집「인간에 대한 예의」(창작과 비평사)는 이미 발매하자마자 주요 서점 한국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올라있고 창작동화「미미의 일기」(한양출판)는 그가 주로 이념문제를 다뤄왔었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이번 작품들은 다작 작가로서 그의 왕성한 활동력과 함께 내용 자체에서 상당한 무게중심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등어」는 88년 문단에 나온 후 6년간 주로 다뤘던 80년대의 학생운동 이야기를 총정리하는 기분으로 썼습니다. 80년대의 시대정신과 이념, 당시를 움직였던 정의로움 등은 제가 죽을 때까지 가슴에 남아있을 터이지만 이제는 이념적 원리보다는 현재의 삶에 무게중심을 두고 싶습니다.』
서울 출신으로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88년 계간「창작과 비평」에 단편「동 트는 새벽」으로 문단에 데뷔한 그는「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90년) 등 학생운동을 소재로 한 장편을 주로 발표했다.
80년대 혹독한 투쟁의 시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그는 비록「운동」의 언저리에 서 있었을 뿐이지만 한때는 노동운동에 몸 담아 구로공단 인근의 한 공장에 위장취업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그의 작품에 그대로 스며왔기 때문에 그가 페미니즘 소설로 분류되는「무소의 뿔처럼…」를 발표했을 때 일부는「변절」이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같은 제목의 연극으로 무대에도 올려졌던 이 소설이 여성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와 현상 고발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나름대로 문제 해결의 대안까지도 다뤄보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램이다.
『지금까지 여성의 가장 비관적 현실을 다뤘다면 앞으로는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여성문제의 전망에 대해 공동체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런 시도의 첫번째 결과물이 내년 겨울쯤 선 보일 장편소설「착한 여자」가 될 것 같습니다.』
『몇 년 간의 망설임과 머뭇거림을 거쳐오면서 용기를 다져 겨우 얼마 전에야 고해성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신앙이 제 삶에서 크게 자리하고 있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성당을 자주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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