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가 천주교 교세를 확장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함으로써 구원의 은총을 얻도록 한다는 점에서 선교는 복음 실천의 최대 사명이자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교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리스도의 사랑이 닿지 않고 구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우리 주위에는 많다. 10월 전교의 달을 맞아 전교의 일선에서, 그 중에서도 재소자나 환자 등 소외 받거나 전교의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숨은 선교사들을 찾아 그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조명해 보고자 한다.
『사막을 거니는 나그네에겐 황금보다 물이 더 중요하듯이 재소자들에게도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합니다. 윤리와 도덕을 강조하면 그들을 더욱 죄인으로 몰고 갈 뿐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죄를 뉘우치기보다는 사회와 가족에 대한 배신감으로 가득 찬 재소자들을 찾아 나선 박건호(베드로ㆍ49ㆍ서울 성산동본당)씨는 전교의 황금어장으로 교도소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교도소는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의 관심이 닿지 않는 소외지역으로 사랑과 관심을 보이면 금방 반응이 나타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교도소에 박건호씨가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10년 전, 교도사목에 열심인 친구를 따라 우연히 재소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박건호씨는 그때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기결수를 대상으로 교리를 가르치며 매번 10여 명씩 총 1백20~30여 명이 영세할 수 있도록 교리를 가르쳐왔다.
『재소자들은 반항심과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읽고 정신적인 고통을 함께 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랑을 강조하기보다는 재소자들의 자녀를 찾아 안부를 알아주고 보살펴 주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박건호씨는 이처럼 많은 재소자들을 영세시킬 수 있었던 것도 단순한 교리만을 가르쳤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재소자들을 위한 개별적인 관심을 강조한다.
특히 박건호씨는 재소자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선교는 물론 재범을 막는 안전 장치로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한 사람의 전교는 또 다른 범죄를 막는 효과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일반 본당에서 교리를 받는 사람들은 주일미사도 참례할 수 있고 대부모와의 친분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재소자들은 주일미사 참례는 물론 교리 공부도 필기도구를 지참할 수 없기 때문에 외우기만 해야 합니다.』
성서나 필기도구도 없는 재소자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자체도 어려운 일이지만 일반인들의 편견으로 재소자들이 영세를 받을 때 대부모를 세울 수 없어 더욱 안타깝다는 박건호씨는『재소자 중에는 가증스런 범죄인도 있지만 우발적인 과실에 의해 감옥에 들어온 경우도 많다』며 이들을 가려내 구제하는 일도 자신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목국에서 개설한 신앙학교를 수료한 뒤 자신의 부족한 교리 지식을 메꾸기 위해 90년에는 교리신학원까지 졸업한 박건호씨는 10년간 이어온 재소자들과의 만남도 이젠 큰 보람으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동안 박건호씨를 거쳐간 수많은 출소자들이 이제는 성당에서 혼배를 하고 자녀들과 함께 자신을 찾아올 때도 있다며『앞으로도 재소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이 일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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