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3세기를 앞둔 한국교회의 최대 걸림돌로 냉담자의 증가를 꼽는다. 특히 냉담자 증가문제는 우리 교회가 사귐과 섬김과 복음선포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뿐만 아니라 교회의 본질과도 많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의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전교의 달을 맞아 전교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전교보다 더 중요한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냉담자문제를 적극적인 전교전략의 차원에서 재조명, 냉담자의 발생원인과 대책을 비롯 냉담자 사목의 총체적 대안을 제시해 본다.
새 신자 확보를 위한 선교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기존 신자 관리의 요체가 되는 냉담자 방지 또한 전교 전략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별히 냉담자 증가문제는 그동안 외형적 성장에 매달려온 한국 교회의 허실을 나타내는 척도로서 한국 교회가 당면한 최대 걸림돌로 인식돼왔다. 최근 5년간의 냉담자 현황을 살펴보더라도 이미 냉담자문제는 통계상 전 신자의 10%를 상회하고 있으며 그 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냉담자로 분류할 수 있는 거주 불명자까지 합칠 경우 전 신자의 25%에 해당하는 신자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체 신자 중에서 차지하는 냉담자율은 89년 10%, 90년 10ㆍ4%, 91년10ㆍ4%, 92년에 11ㆍ3% 93년에 11ㆍ6% 등으로 갈수록 증가율이 늘고 있으며 냉담자와 거주 불명자를 합칠 경우 89년 22ㆍ9%, 90년 23ㆍ3%, 91년 24%, 92년 24ㆍ7%, 93년 24ㆍ7%로 전 신자의 25%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신자들의 결속과 교회의 구심적 역할을 했던 84년 2백 주년 행사와 89년 세계성체대회를 기점으로 냉담자를 비롯한 거주 불명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교회의 안일한 냉담자 대책에 경종을 울릴 만한 수치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냉담자에 대한 정의가 대체로 3년간 판공성사를 받지 않은 신자로 규정하고 있고 냉담자 통계 역시 추정치에 근거하기 때문에 신앙생활의 질에 근거한 새로운 냉담자 처리 기준이 마련될 경우 냉담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목자들의 한결 같은 진단이다.
한 사목자의 경우 신자로서의 본분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고 있는 신자를 임의 냉담자로 분류할 경우 전 신자의 약 60% 가량이 냉담자나 별반 다름 없는 신앙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냉담자를 위한 특별한 사목적 대책이 없는 것이 한국 교회의 현실이며 다만 냉담을 줄이기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전부인 실정이다.
특히 신학자들은 그러한 원인들로 영세자 선발의 문제점과 주일학교 문제, 신자 재교육ㆍ판공성사 관리의 문제점을 예로 들고 있다.
우선 현재의 영세자 선발이 너무 허술하고 외적인 기준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영세자 선발을 통해 냉담자 발생의 원인을 막고 주일학교에 대한 노력과 투자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어릴 때부터 신앙심을 키워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일학교나 부모를 통해서 교리를 옳게 배우지 못하고 신앙심을 키우지 못한 어린이들은 냉담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한 형편없는 신자 재교육보다는 모든 본당 사제들의 지속적인 교육 강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자 재교육을 주일미사와 별도의 시간에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주일 강론을 통해 그날 복음과 연결되는 교리나 별도의 교리를 모든 미사에서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선 사목자들은 모든 본당에서 판공성사를 거르는 신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해 냉담자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일 년에 두 번 판공성사를 나누어 주고 고백성사를 받게 하지만 판공성사를 거르는 신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판공성사 표가 대충 다 들어온 후에는 판공성사에 빠진 신자들을 가려내 가정방문이나 전화를 통해 접촉하고 권면한다면 판공성사를 3년씩 거르는 신자 수는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이러한 내적 원인 외에도 현대 물질문명의 특성과 교회 공동체의 권위주의에 대한 거부감과 소속감 결여, 우리 민족의 기복적 다종교관ㆍ물질 만능주의와 종교 무관심주의 등을 꼽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원인들은 냉담자 방지를 위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봐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냉담의 가능성을 강화시켜주는 요소로서 사목자들은 본당 공동체의 비대화에 따르는 문제점으로 교회의 내적 공동화 초래를 우려하고 있다.
교회의 내적 공동화는 신자와 사목자 사이의 인격적 만남을 막고 신자 상호간의 연대감이나 유대의식을 약화시켜 신자들은 교회에 대한 소속감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교회와 멀어지는 경향을 띠게 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교구와 수원교구 등은 거대 본당의 분할을 추진하고 있으나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결국 이 같은 냉담자들을 교회로 불러모으기 위해선 우선 냉담자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냉담자 예방 사목에 전 교회 차원의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사목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김몽은 신부(서울 대치동본당 주임)는『신자들에 대한 교리교육을 강화, 올바른 가르침을 심어주고 사귐과 섬김과 복음 선포의 공동체인 교회의 존재를 그침없이 확인하는 일이 냉담자 발생을 막는 첩경』이라고 말하고『섬김의 공동체로서 이웃의 불우한 이들을 섬기며 가난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냉담자 발생을 막는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선 사목자들은 냉담자 문제를 전 교구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냉담자 방지 대책위원회를 설립하거나 냉담자 찾기 정비 기간 등을 설정, 냉담자 문제를 총체적으로 연구하고 현황을 제대로 파악, 냉담자를 교회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냉담자 1백여 명 회두시킨 백병길씨 - “재미 나는 교회에 냉담자 없죠” 시각장애 속 28년간 전교활동 “인간적 접근이 최고의 비법”
「투망작전」「거머리작전」「총알작전」…무언가 심상치 않은 말들이다. 전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서슴없이 백병길(아우구스띠노ㆍ49세ㆍ대구 노원본당)씨의 입을 통해 전해올 때 의아함과 당혹감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다『신심서적 및 성서 봉독, 묵주의 기도로 무장하고 전선에 출동한다』는 말을 듣게 되면『아!』하며 감을 잡게 되고 단순하지 않을 백씨의 체험담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렇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 복음을 심는 것, 그것은 어쩌면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의 심정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특히나「선교 전선의 야전 사령관」「마리아의 충실한 군인」인 백병길씨에게 이러한 작전들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 66년 영세 후 지금까지 매년 평균 영세자 2명, 냉담자 회두 5명의 전과(?)를 올린 백병길씨. 어림 잡아 새 신자 50여 명, 회두자 1백여 명은 적은 수치가 아니다.
특히 시각장애를 포함한 지병과의 싸움, 7년간의 부친 병 구완, 본당 제단체 임원 활동 등등의 여건 속에서 거둔 것이기 때문이다.
냉담자 회두의 비법을 묻는 질문에 백씨는 한 마디로「인간적 접근」이라 단언한다.『종교를 떠나 인간적으로 서로 마음이 트일 때 전교나 회두가 가능하다.
그 다음은 신앙과 삶이 일치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즉 교회가 신성하기만 한 곳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다 포용하는「사람 사는 곳」임을 알게 해야 한다』
승전을 위해서는 정보 수집과 분석이 필수적이듯 인간적 접근을 위한 백씨의 노력 또한 남 다르다. 우선 회두시킬 냉담자가 선정되면 그 사람의 성격 파악부터 냉담 원인 가족관계 생활환경 등을 미리 점검한다.
물론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것.
다음 단계는 작전 선택. 신앙의 열기가 남아있는 신영세자일 경우 불씨에 기름을 붙듯 속전속결하는「총알작전」, 냉담 기간이 긴 구 교우의 경우는 장기전 태세를 갖추고 진득하니 달라붙는「거머리작전」을 선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주님께 의탁하는 기도로 무장한 후 백씨는 회두 대상자와의 만남을 갖기 시작한다.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0년도 더 걸리는 인내와 노력으로 선교 전선은 휴전이 있을 수 없다.
『우리 교회는 교리 지식만 가르칠 뿐 삶 자체는 못 가르친다. 즉 이원화된 교회와 삶의 모습을 치유할 새로운 교리교육이 필요하다』는 백병길씨는 냉담자 방지를 위해서는「사람 사는 재미난 교회상」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부모 역할의 부실, 6개월 예비자 교리의 부족, 시대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교리교육 등등 가로막힌 장애는 숱하지만 오늘도 묵묵히 선교 전선을 향하는 백병길씨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으로 하느님이 하시는 일임을 믿고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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