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이 사회복지시설이나 불우한 이웃을 찾아 봉사하는 것을 신앙인으로서의 행동양식으로 봐야지 사회봉사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정립됐다거나 바탕을 이루는 사상적 배경이 튼튼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의 사회봉사와 관련한 사회복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가톨릭교회 내 수많은 사회복지시설에 상당한 자원봉사 요원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회봉사 또는 자원봉사 차원이라기보다는 신앙심의 한 표현으로 봐야 된다는 이야기다.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8월 12일 내년도 중학 입시생부터 자원봉사 과목을 정규 교과 과목에 신설, 1백 시간 정도의 사회봉사를 시킬 예정이라는 발표가 있었지만 자원봉사에 대한 교육 방식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교육청 담당자는 오는 10월까지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 각급 학교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사회봉사에 대한 개념 정립조차 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과연 제대로 실시될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러한 때에 사회복지 관련 전문가들은『사회봉사가 공동체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국민 개개인의 의무이지 종교인들만이 행할 수 있는 자선과는 구별해야 된다』고 정의하고『봉사의 시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봉사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가정과 학교에서 이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가정에서부터 사회봉사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모들의 산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모가 먼저 사회복지시설 또는 지역사회 안에서 사회봉사에 나서야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산 교육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부부가 함께 장애인 시설이나 양로원을 찾아 봉사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사회봉사에 익숙하고 자신보다는 남을 생각하는 마음 또한 넓은 것으로 드러난다.
한 달에 한 번 나환자촌을 방문, 환우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는 이 로사(39세)씨는『처음에는 혼자 나섰지만 지금은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방문 날짜를 기다릴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밝히면서『사회봉사 또는 자원봉사라고는 하나 우리 가족은 나환우들 덕분에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가정이 될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환우들을 처음에는 두려워했던 막내 아이가 이제는 그네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다 보면 자식 교육에 더 이상 걱정이 없을 정도로 뿌듯한 마음이 생긴다는 로사씨의 말처럼 우리 청소년들이 사회봉사가 체질화되어 있다면 청소년 교육의 문제가 이처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가정에서의 사회봉사 교육은 부모가 먼저 사회봉사에 대한 모범을 보여야 된다. 부모의 사회봉사 모습이 자녀들에게 참 교육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모들 역시 사회봉사에 대한 관심이 절대 부족한 실정에서 로사씨 가정과 같은 예는 극히 드문 경우다. 대부분 가정의 모습이 자녀들과 대화조차도 어려운 실정에서 사회봉사에 대한 산 교육을 실시하기란 극히 어렵고 드문 일이다.
그러므로 사회봉사는 학교나 또는 교회 기관이 이들을 교육하고 선도함으로써 가능하다. 당장 내년도 서울 시내 각 중학교에 입학할 학생들은 물론 이들을 선도할 교사와 부모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교육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된다는 게 사회복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를 초빙 본당별로 강연회를 마련한다든가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사회봉사 또는 자원봉사 캠페인을 통해 이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야 된다. 최근 중앙일보사가 시작한 자원봉사가 큰 호응 속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총체적으로 이루어져야 된다는 여론도 있다.
한편 일선 학교 교사들은 내년에 당장 사회봉사 과목을 신설한다면 이에 대한 정부의 확고부동한 지침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봉사에 대한 교과서를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누가 가르칠 것이며 어떻게 평가 기준을 삼아야 할지 분명한 지침이 없는 한 이를 내신성적에 반영한다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게 일선학교 교사들의 지적이다.
서울 동선중학교 류근오 교감은『내년부터 환경교육을 컴퓨터, 한문 등과 함께 선택 과목으로 가르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지만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우리 학교뿐 아니라 타 학교도 주저하고 있다』면서『사회봉사 과목을 신설한다는 것 역시 무조건 하라는 지시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선학교 관계자들은 자원봉사를 정규교과 과목에 집어넣는 것과 관련 아무런 대책이 없는 실정이어서 정부 당국의 확실한 결정이 있어야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가톨릭계 학교 측에서는 가톨릭교회가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자원봉사에 대한 교육을 각 본당을 중심으로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학교 역시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사회봉사가 진정한 의미로 이 사회에 자리 잡기 위해 가정에서 부모들이 나서야 되고 학교와 책임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 일선 교사는『환경과목에 이어 사회봉사 과목이 신설될 때 교사의 입장에서 컴퓨터를 선택하도록 하지 환경이나 자원봉사를 선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사회봉사나 환경의 중요성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당장 가르칠 사람 없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컴퓨터가 더 중요한 상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교사의 지적이 아마도 우리 교육의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백 년을 바라보는 인간 교육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교육 책임자들이 먼저 깨달아야 할 때다.
◆12년째 사회봉사 활동하는 김대현ㆍ장문자씨 가족 - “사회봉사 활동이 우리 아이들의 선생님”
자녀 교육시간 필요 없어 장애인 돕기에 전원 출동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나도 아빠나 엄마처럼 불우한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어른이 될래요.』
서울시 은평구 증산동 증산국민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김미배(마리아ㆍ13세) 어린이의 꿈이다. 이 어린이는 계속해서『사회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과 함께 살고 싶다』고 얘기했다.
자기가 가 본 정신지체 장애인시설인 바오로교실(원장=정종화)에 같은 반 친구를 데리고 갈 정도로 벌써부터 사회봉사에 나름대로 의무감을 갖고 살고 있는 미배 같은 어린이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미배가 이 같은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은 이들의 부모인 장문자(소피아)씨와 김대현 (몬타노)씨의 산 교육의 결과다. 이들 부부가 바오로교실에 12년째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가까이서 보고 느꼈던 미배가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미배뿐 아니라 위로 오빠 셋이 모두가 장애인들의 친구다. 형배(프란치스꼬ㆍ23세) 원배(안드레아ㆍ22세) 성배(토마스 모어ㆍ16세ㆍ중 3년생) 모두가 장애인들을 돕는 일에는 주저하지 않았다.
김대현씨는『아이들이 커가면서 스스로 장애인들을 돕게 됐다』며『특별히 자녀교육을 위해 시간을 내지 않았는 데도 아이들이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맑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부끄럽지만 우리 부부가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김씨의 부인 장문자씨는 바오로교실에 유급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온 집안이 바오로교실 장애인들을 위해 나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심이다. 곧 군 입대하게 될 둘째 원배씨는 바오로 교실의 일꾼이다. 장애인들과 소풍을 가거나 무거운 짐을 나를 때면 영락없이 원배씨가 달려간다. 원배씨는 방위 소집을 앞두고 군 복무하면서도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해 할 정도로 남 다른 사명감을 갖고 있다.
이들의 어머니 장문자씨는『어려서부터 장애인과 친구처럼 지낸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서 부모들의 모범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하고『우리 가족뿐 아니라 부모가 사회봉사에 열심인 가족의 자녀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착하고 올바르게 사회를 살아가는 것 같다』며 사회봉사가 자녀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하다는 것을 토로했다.
장문자씨 가족은『일반인들이 장애인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며『일반인들보다 오히려 순수하고 착한 그들을 격리시키기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회봉사를 위해 부모의 역할이 얼마 만큼 중요한지 이들 가정의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를 따라 온 가족이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이들 가정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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