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의 말씀은 듣는 이에게 너무 충격적이고 격렬하여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한 점이 없지 않다. 우선『나는 이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것 이 아니고 불을 지르러 왔다』는 말씀으로 시작하여 『이 불이 벌써 타 올랐기를 얼마나 고대하였는지 모른다.』 라는 어리둥절한 말씀으로 이어 진다. 그리고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는 말씀은 무슨 뜻 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예수께서 오신 것이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고 불화를 일으키러 오셨고 그 불화는 가공스럽게도 부자간의 적대시, 모녀간ㆍ고부간의 반대를 일으키러 왔다는 말씀이다. 예수께서도 이 말씀을 하실 때에 무엇인가 격렬한 사건이 임박하고 있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려 했고 사도시대의 제자들도 그시기의 징조를 현실로 체험하면서 예수께서 오신 참 뜻을 교회에 알리려고 했음이 분명하다.
그것은 구원의 시대의 정조이며 구원은 누워서 입 벌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떡 받아먹기가 아니고 먼저 고난의 시대가 오고 그 시대를 겪어낸 다음 구원이 온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충격적인 사건들은 구원의 완성을 알리는 묵시적인 영상들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실 때에 하늘에서 천사들이『하늘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사람들에게 평화』 라는 복음을 알렸다.
그러나 시메온의 예언은 『이 아기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받는 표적이 되어 당신(마리아)의 마음에 예리한 칼이 들어 갈 것이다. (루가2. 35) 라고 내다봤다. 이때부터 이미 평화의 구원은 호됨 고난이 앞설 것임을 예고하는 묵시가 복음서에 담겨있었다.
예수께서 복음전파를 시작하는 제1성은『하늘 나라가 가까웠다.』 (마르 1, 15)라고 기쁜 소식을 전하였지만 먼저 회개를 부르짖었다. 그리고 제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을 여쭈었을 때『너희가 내가 마시는 잔을 마시고 내가 받을 고난의 세례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마르10, 38~39)고 하였다.
오늘의 말씀은 이와 같은 구세사적인 투시로에 비추어 이해해야 한다.
오늘의 이야기와 같은 말씀을 하시는 예수의 마음도 사람들에게 좋은 말만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프셨겠지만 이 말씀은 시대의 징표를 알리는 말씀이고 그 시대의 징표는 구약성서 미가서에 예언된 것의 현실화라고 할 수 있다.
미가는 구약시대의 12소 예언자중 여섯번 째이며 기원전 8세기 사람이다.그 예언서는 온갖 죄악을 저지른 이스라엘왕국의 중심지 사마리아와 유다황국의 수도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고 그러나 자비의 주님이 구원자로 오실 것을 예언한 책이다. 그 죄상폭로의 글은 상당히 격렬하다.
들어보자『옳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너희가 도리어 선을 미워하고 악을 따르는구나! 내 겨레의 가족을 벗기고 뼈에서 살을 발라내며, 내 겨레의 살을 뜯는구나! 가족을 벗기고 뼈를 바수며, 고기를 저미어 남비에 끓이고 살점은 가마속에 삶아 먹는구나.』 (미가3.2-3).『이웃을 믿지 말라. 벗이라고 기대치 말라. 네 품에 안겨자는 아내라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 아들이 아 비를 우습게 보고 딸이 어미에게 거역하며 며느리가 시어미와 맞서는 세상, 식구끼리 모두 원수가 되었다. (미가7. 5~6). 이것이 미가가 하느님께 불충한 한 세대가 마지막으로 벌이는 작태들 내다 본 것이며 그 패륜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 보낼 메시와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 는 것을 예언하였다.
이 고통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 예수께서는 미가가 예언한 그 상항이 곧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제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예수의 이 세상에 나타나심은 갓난 아기때 시메온이 예언한 대로 불신의 세대들에게 불목과 불화의 극치를 이루는 세대이며 그 세상의 악이 내지르는 타격을 예수께서 빨리 혼자 감당해 내야 새 세상이 펼쳐진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요한14, 27) 라고 하실 때 그리스도의 평화는 세상이 전쟁과 총칼로 평정한 평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박해를 이겨내고 속죄의 희생을 바친 대가로 얻어지는 귀중한 평화이다. 이런뜻에서 『나는 분열을 것이다.』 라는 말씀은 『나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분열될 것이다.』 라는 뜻으로 알아듣는다. 즉 악의 세력이 판치는 세상에 선의 목소리가 끼어들면 악은 분열되고 격해진다. 같은 뜻으로 마태오는『칼을 주러 왔다』고 하였다.
『불을 지르러 왔다』라고 한 불은 악의 세력이 발광하는 최후의 불길도 되고 그 광란을 이겨내는 정화의 불길, 즉 성령의 힘도 된다. 어떻든 이 단련의 불길은 견디어 내야 하는 고통이며 어차피 감당해야 할 불길이라면 빨리 타오르기를 예수께서는 원하셨다. 이것을 예수께서는 「고난의 세례」 라고 불렀고 이 일을 다 겪어 낼 때까지 예수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지 모른다고 하였다.
사실 이 고통을 직접 직면했을 때 예수는 괴로운 나머지 피땀을 흘리셨고 할 수만 있으면 이 잔을 물리쳐 달라고 성부께 간원하기까지 하였다. 미가가 예언한 시대의 징표는 예수의 삶에서 이루어졌고 각자는 악과 선에 직면하면서 세속이냐 예수냐를 선택해야 할 다급한 기로에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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