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수시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는 정지용 시인의 영문판 시집「먼 계곡」(Distant Valleys)이 서강대 기수현(Daniel A.Kisterㆍ58) 신부의 번역으로 미국에서 출판됐다.
아시아 문학, 종교, 문화, 사상과 관련되는 서적들을 주로 출판해온 미국 캘리포니아「아시안 휴머니티 프레스」에서 최근 발간한 정지용 시인의 영문판 시집은 총 1백39편의 정지용 시 중 1백15편의 번역시를 실었다.
지난 88년부터 틈날 때마다 번역작업을 해왔다는 기수현 신부는『정지용 시인은 소월과 같이 한국의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는 시인이면서도 보편적인 체험을 언어화함으로서 서구인들에게도 쉽게 공감을 얻을 것』이라며『많지 않은 작품 속에서 다작 시인보다도 오히려 더 큰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지용 시인의 영역 시집은 서너 권 정도. 기수현 신부의 이번 번역본에서는 특히 그의 시들이 담고 있는 감성과 정서에 따라 몇 가지 범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기 신부는 정지용 시가『마을, 바다와 산의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며『인간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한국 시가 갖고 있는 독특한 운율이나 리듬이 표현되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기 신부는 그러나『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를 충실하게 번역함으로써 서구 독자들도 정지용 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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