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인전은 지금까지 그려온 나의 그림들을 중간 종합평가해 보는 전시회가 될 것 같습니다』
9월 23일∼10월 5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개인전을 갖는 조광호 신부(성 베네딕도회)는『독일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 성 베네딕도 미술연구소에서 활동하며 그려온 지난 7년 간의 작업들을 다시 정리하고 또 새롭게 재시도한 것을 이번 전시회에 선 보이게 됐다』고 전한다.
스스로도 7회를 거듭한 개인전 중『가장 큰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하는 조 신부는 이번 전시회에 8m에 달하는 1천 호 짜리 그림에서부터 3백 호에 이르는 대작 30여 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예전의 그림들처럼 이번 전시회에 선 보이는 작품들도 추상화이긴 하지만 그림에서 표상되는 메시지는 매우 구체적이어서 주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 신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노동ㆍ민족 등 사회 의식의 반영과 인간 내면세계의 의식이라는 두 가지로 나눴다.
자신이 입던 작업복 바지를 오브제로 사용한「붉은 바지」의 경우 노동이라는 사회적, 구조적 문제와 노동자의 현실을,「코리아 환타지」는 우리 민족의 잠재된 의식과 특성을,「땅과 문명」은 문명의 발전으로 자꾸 황폐해져가는 어머니와 같은 땅의 모습을 독특한 재료로써 그 주제를 극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료 자체를 중시하는』조 신부는 이번 전시회에는 특히 밧줄을 사용, 인간 내면세계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밧줄이란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죠. 묶는다는 것, 자유의 결박 같은 의미도 있지만 반대로 속박에서 풀어주기도 합니다. 실타래처럼 얽혀 풀어지지 않는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는 물론 인간의 굴레를 끊어버리고 싶은 욕구 같은 것도 표현해 봤습니다』
『올 여름 기상이변으로 몰아닥친 폭염이 이번 전시회를 준비함에 있어 가장 넘기 힘든 장애물』이었다는 조 신부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여름 휴가도 반납하고 서울 장충동 수도원 작업실에서 꼬박 한여름을 났다. 방안에 가득한 물감 냄새로 창문을 닫고 있을 수 없어 에어컨 한 번 켤 수 없었던 조 신부는 캔버스 옆에 아령을 함께 놓고 몸을 단련해가며 그야말로 이열치열로 이번 여름을 보냈다.
미화랑 기획 초대전 형식으로 마련되는 이번 전시회 기간 중에는 매일 오후 2~3시 특별히「작가와의 만남」시간이 준비돼 조 신부의 그림 세계를 더 깊고 자세히 듣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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