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의 저자는 세상의 마지막과 예수님께서 오실 날이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동시에 한정된 시간이 경과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저자는『잡혀 갈 사람은 잡혀 갈 것이며, 칼에 맞아 죽을 사람은 칼에 맞아 죽을 것입니다』(13, 10)하고 경고를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리스도의 재림과 그 분이 영광을 받으시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하느님의 왕국과 사탄의 왕국의 대립이 이 지상에서 있을 것이다(11장 참조). 그리스도의 피로써 구원된(1, 6:5, 10 참조) 크리스찬 공동체는 하느님의 왕국을 이루며 종말론적인 미래를 향하여 나아갈 것이다. 참된 승리는 사탄의 승리처럼 일순간 보이는 순교자들의 죽음(22,7:13, 7)을 통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신도들은 죽음을 당하지만 하느님에 의하여 악의 세력이 정복된 다음 세상을 다스릴 것이다(5, 10).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죽음이 그가 하늘에서 영광을 받고 다스리는 원인이 되었듯이, 죽음을 통한 순교자들의 승리는 이 지상에 대한 하느님의 통치가 온다는 것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6, 9~11). 그리고 이것은 심판을 통해 하느님께 대항하는 악의 세력을 완전히 파괴시킨 다음에 실현이 될 것이다.
크리스찬 공동체의 박해는 사실상 마지막 시기가 도달하였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자체가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하여 지상에서 하느님의 왕국을 이룩하며 사탄적 권세의 통치를 파멸시킨다는 하나의「표징」이 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기에「이미」그러나「아직」도래하지 않았다고 묵시록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크리스찬 공동체를 통하여 그리고 공동체 안에 이미 하느님의 왕국이 현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 제4장 우리들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시한부 종말론자들의 주장에 의하여 많은 사람들이 현세적인 것에서 탈피하며 죽음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에 의하여 현혹이 되어서 현세의 생활에서 도피한다는 것은 참된 신앙인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창조주 하느님으로부터 모든 피조물들을 보살피라는 명을 받은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의 범죄로 인하여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였으며, 바로 이 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하느님은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셨다.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은 바로 당신의 십자가상의 죽음을 통하여 파괴된 질서를 우리들에게 회복시켜 주셨으며, 당신의 부활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참된 승리를 보장하여 주신 것이다(창조주 하느님과 피조물과의 회복된 질서는 구원이라고도 한다). 그러기에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이 세상에서 계승하며 완성하여 나가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즉 모든 피조물이(사람뿐만이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창조된 모든 것이)을 바른 창조의 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주님으로부터 받은 명령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모든 질서가 회복이 될 때 하느님의 나라가 이 세상에 임하게 되는 것이며, 그것은 이미 예수님이 오심으로 시작이 되었으나 아직 마지막의 완성은 오지 않았다. 우리들이 주님의 이 명령에 충실하게 수행하는「충실한 종」(마태 24, 46)이 될 수 있을 때에 우리들은 언제 주님이 오실까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며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수행하여 나갈 것이며, 주님이 오심과 함께 주님으로부터 축복을 받을 것이다.『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 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일을 너에게 말기겠다. 자, 와서 내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태 25, 23). 그러나 주인은 언제 올지 모른다. 루가 복음에서는 주인은 잔치집에서 돌아오는 주인같이, 또는 도둑과 같이 올 것이다(루가 12, 35~40 참조)라고 전한다. 주님은 이 세상에 다시 오실 것이다. 그러나 언제 이 세상에 종말이 오고 주님이 재림하실 것인지,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마태 24, 36). 그러기에 주님은『늘 준비하고 있어라』(마태 24, 44)하고 우리들에게 말씀하셨다. 또한 주님이 오시기 전에 얼마나 많은 거짓 예언자들과 가짜 그리스도의 유혹과 크나큰 환난이 우리들의 신앙을 위협하며 다가올 것인지를 말씀하시며(마태 24, 3~28 참조)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24, 14)하고 말씀하셨다. 그러기에『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예수께 대한 믿음을 지키는 성도들에게는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묵시록 14, 12).
마지막으로 우리들은 도미니꼬 사비오 성인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기억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도미니꼬 사비오는 성 요한 보스꼬의 제자이다. 하루는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이신 요한 보스꼬가 와서 아이들에게『지금 네가 세상의 종말이 와서 네가 죽게 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하고 물었다. 모든 아이들이 성당에 들어간다, 또는 고백의 성사를 보아 준비를 한다고 대답을 하였으나 도미니꼬 사비오는『저는 그냥 공을 차고 있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항상 제2의 살레이시오 성인이 되겠다고 하며 지냈던 도미니꼬 사비오는 항상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이처럼 주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을 확고히 하며, 매일매일의 생활을 성실하게 주님께 합당한 생활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때, 언제 주님이 재림을 하신다 하여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며『오소서 주 예수여』(묵시록 22, 20)하고 기도를 바칠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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