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날 찾나 그 누가 날 찾어 춤 잘 추는 학 두루미가 춤을 추자고 날 찾나 술 잘 먹는 이태백이가 술을 먹자고 날 찾나…』
황해도 해서지방 봉산탈춤 미얄할미과장에 나오는 미얄 할미가 할아범을 찾아 떠돌면서 부르는 노래의 한 가락이다. 팔월 한가위 청명한 달밤에 너울너울 탈춤을 추며 그리운 고향 땅을 죽기 전에 한 번 밟아보고 싶은 가슴을 풀어놓고 있는 봉산탈춤 인간문화재 김성봉(마리아 막달레나ㆍ73세ㆍ서울 창동본당) 여사.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저녁 늦도록 젊은이들에게 우리 탈춤을 전수하기 위해 땀 흘리고 있는 김성봉 여사는『매년 추석이 되면 그리운 고향에서 횃불 아래 덩덕쿵 장고 장단에 맞추어 밤새도록 춤을 추던 옛추억이 생각난다』며『망향의 심정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위해 어서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며 먼 하늘을 바라보며 나직히 말했다.
1년만 고향을 떠났다 돌아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고향을 등진 지가 44년. 그동안 김성봉 여사는 우리 민족의 얼을 되살리기 위해 온갖 역경을 딛고 봉산탈춤을 젊은이들과 함께 추어왔다. 가보지 않은 대학이 없을 정도로 정열적으로 춤을 가르치며 살아왔던 김성봉 여사는 지금도 서울예전을 비롯 청주대 서라벌신학대 단국대 등 여러 대학에 출강 중이다.
『탈춤을 추면서 전 세계 안 가본 나라가 없을 정도로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다녔다』고 밝히는 김성봉 여사는『이 춤이 분명 국위 선양에 일익을 담당해왔으나 정부와 국민들의 인식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7년 전 신부전증으로 갑자기 쓰러져 소생 가망이 없던 김성봉 여사가 당시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에 의해 조건부 대세를 받고 기적적으로 회생된 것이 세례를 받게 된 계기였다. 살아나면 세례를 받겠다고 약속했지만 무속과 밀접한 봉산탈춤을 평생 추다보니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김성봉 여사는 우여곡절 끝에 세례를 받고 열심한 신앙인으로 변모했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