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사람들이나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더욱더 슬퍼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특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은 교회가 정한 위령성월. 이미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과 더불어 나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우리의 관심을 요청하는 달이기도 하다. 이 계절에 본보는 우리의 이웃 가운데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는 평신도 봉사자들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이웃을 돕는다는 것이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그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삶으로 증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은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를 각별한 신앙안에서 돌보는 「호스피스 봉사자 곽영임씨의 하루」에서 출발, 4회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어느 성직자 묘지를 들어가는 입구에 적혀있는 이 말은 매일 매일을 죽는 호스피스봉사자들의 가슴에 가장 깊숙히 와 닿는 말이다. 『죽음은 반드시 오는 법이고 다만 먼저 갈뿐이니 슬퍼하지도 말고 그저 기쁘게 맞을 준비를 하라』는 뜻인이 말을 지금 당장 죽음에 처해있는 말기 환자에게 이해를 시키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호스피스 봉사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을 하는 한사람인 곽영임(서울 상도동본당、카타리나)씨는 사랑하는 애인을 만나러 가듯 화려하지 않지만 예쁘게 화장을 하고 성서와 성가집、시집、녹음테이프、묵주를 챙겨 집을 나서면서 방문할 환자를 위해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바친다.
물론 이때문만이 아니라 말기환자를 만나게된 이후 그 환자가 임종을 맞이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날동안 항상 그를 위해 기도해야 하지만 특별히 환자를 방문할때는 더욱 지극한 정성이 담긴 기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곽씨가 방문할 곳은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 되는 이웃동네 양레오 아저씨댁. 그는 작년에 암환자로 판명돼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앞으로 1~2개월정도 밖에는 더 이상 살수 없다는 사망선고를 받아 놓고 있다.
환자와의 어색했던 분위기도 차츰 가시어 지고 이제는 곽씨 오기만을 기다릴정도가 된 환자는 곽씨의 인기척이 들리고 희미하게 얼굴이 보이면 고통스러워 지었던 표정이 환한 미소로 변하며 반가와하는 표정이 역력하게 나타난다.
곽씨는 환자를 끌어안듯이 일으켜 세워 등을 쓰다듬어 주고 다리를 주물러 주면서 날씨와 집안얘기 등으로 환자와의 얘기를 하기도 하고 시도 읽어주고 성가도 불러주는 등 환자가 원하고 기뻐하는 일을 해줌으로 해서 더욱 친숙한 사이가 될수 있도록 노력한다.
양레오 아저씨도 처음에는 어색해하며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젠 조금씩 태도가 달라져 많은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게까지 됐다.
그러나 곽씨는 환자가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죽음에 대한 얘기는 건네지 못하고 있으며 몇번의 방문이 더 이뤄진후에 그러한 얘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1시간이나 2시간정도를 보내고 다음에 또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한후 아쉬워하는 환자의 모습을 뒤로하고 집을 나서야 하는 곽염임씨.
그는 환자의 집을 나서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이 바로 이러한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활동이라며 자신의 희생으로『모든것을 용서하고 욕심없는 가운데 모든것을 하느님께 의지한채 죽는 사람이 있다면 이활동을 건강이 허락할때까지 해보고 싶다』고 토로한다.
환자들은 대부분 죽음을 맞이하는 동안「죽지 않는다」는 부정과、「하필이면 내가 왜」하는 분노와「조금만 더 살고싶다」는 타협과「체념상태」인 우울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오는 수용단계 등 5단계를 거친다는 곽영임씨는 『자신의 할일이 바로 마지막 단계인 수용단계를 거쳐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할말이 없습니다. 뭔가 줄려고 하기 보다는 환자와 함께 하겠다는 마음이 중요하고 뜻과 생각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곽씨는 호스피스활동은 치료와 전교의 대상이 아닌 환자들을 상대로 올바르고 두려움 없는 죽음을 준비하게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마음과 마음을 잇는 신뢰가 호스피스 활동의 관건이라고 역설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서 마련한 제1기 가정호스피스교육을 받은 이후 활동하고 있던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호스피스활동만 하고 있는 곽씨는 호스피스활동 이야말로 자신의 성찰에도 도움이 되는 값진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봉사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