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들 곁에 서서 손을 쬐고 있는 여인. 거친 일과 나이를 먹은 탓에 손가락은 굵고 투박하다. 촛불에 반사되어 흔들리는 그녀의 손과 얼굴을 보라.
이 여인은 인생의 경험을 풍부히 갖고 있는 듯하다. 힘겹고 괴로운 일들 절제와 가난의 경험들인 것 같다. 혹시 삶의 그늘진 곳에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같은 힘든 경험들이 그녀를 괴롭혔으나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여인은 하나의 뿌리, 아늑한 평온의 자리를 갖고 있다. 촛불들은 그녀에게 따뜻함을 준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따뜻함을 주고 있다. 안온한 마음, 따뜻하게 맥박치는 가슴, 몸에 익은 자비심 같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이 여인과 같은 모든 사람들에게 예수께서는 말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매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마태 11,28∼29).
우리의 가슴으로 넓게 열어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삶을 밝게 해주고 안으로부터 따뜻하게 해준다.
하느님, 그분은 우리의 어둡고 차운 세상에 빛과 따뜻함을 주기위해 오시지 않았는가. 그분은 자기의 사랑과 생명, 자기의 빛과 따스함 속으로 우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스스로 어둡고 차가운 죽음의 밤을, 죽음 그 자체인 무덤의 차갑게 굳은 냉혹함을 온통 온몸으로 겪어내지 않았던가.
그분은 바로 이 촛불처럼 우리를 위해 자기 자신을 녹여갔다. 그리고 촛불은 마리아에 대한 믿음도 가르쳐 주고 있다. 그녀는 자신 안에 하느님이 인간이 되도록 승낙했고, 사람들 중에 가장 먼저 그분에 대한 신앙을 풀었었다.
『모든 사람들은 다 나에게 오너라…』 이 초청은 정시대에는 이런 초청은 정말 좋은 것이다. 그리고 이시대에는 이런 초청이 더욱 필요하게 됐다. 왜냐하면 힘들어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며 촛불에 손을 녹이는 이 여인과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따스함이 필요한 사람들, 안정을 한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자기들을 받아주고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는 그 아늑한 곳으로 피신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크리스찬이라 불리는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 예수의 초청을 실현해 줄 수 있겠는가? 바로 내가, 우리 들이 우리 공동체가 해야하지 않겠는가! 힘들어하고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이 우리한테서 따스함과 평온을 얻을 수 있도록 우리가 올바른 신앙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비록 촛불이 많다할지라도 촛불들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지 못한다. 우리 자신들이 하느님을 위해서 불이 되고 불꽃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진정 우리 세상의 빛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랑이 승리할 것이다.
<外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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