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 몬시뇰이 한쪽 발이 없는 예수의 형상으로 지뢰 피해자를 상징하는 십자가를 들어 보이고 있다.
“1998년, 폴포트가 죽고 나서야 캄보디아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내전으로 지친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위로와 화해입니다.”
8월 2일 한국을 방문한 캄보디아 바탐방 지목구장 키케 피가레도(Kike Figaredo) 몬시뇰은 캄보디아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키케 몬시뇰은 이번 방한기간 동안 주교들을 만나 한국교회와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교구 운영 노하우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지목구는 교계조직의 첫 번째 단계다. 2000년 이후 계속 성장하고 있는 바탐방 지목구는 정식 교구의 운영 노하우가 필요한 상황이다.
스페인 출신으로 예수회 회원인 키케 몬시뇰은 1985년 캄보디아와 태국 사이에 있던 난민촌 소임을 맡으면서 캄보디아와 인연을 맺었다. 캄보디아는 1967~1975년 왕실·군부정권·공산반군이 얽힌 내전을 치렀다. 이후 다시 ‘킬링필드’라 불리는 대량학살이 1979년까지 일어났다. 1960년대 교구가 3개일 정도로 성장하던 캄보디아 가톨릭교회는 내전과 킬링필드를 거치면서 캄보디아인 주교와 신부, 수도자가 모두 죽음을 당했다. 그 결과 교회는 초토화됐다. 이러한 상처가 깊은 캄보디아에서 키케 몬시뇰은 장애인, 지뢰피해자들과 함께 지내며 교육을 비롯한 사회사도직을 수행했다. 이후 계속 캄보디아에 머물며 사목활동을 펼치다 2002년 바탐방 지목구장이 됐다.
현재 키케 몬시뇰은 4가지에 사목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째, 교리를 포함한 신앙교육, 둘째, 글을 읽고 쓰는 기본 문자 교육, 셋째, 젊은이 리더십 교육, 넷째, 전통 가치 교육이다. 내전 당시 초토화됐던 교회가 다시 재건되는 중이고 젊은이가 많기에 이들을 위한 교육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키케 주교는 “한국교회는 많이 발전돼 있고 나눌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캄보디아교회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한국교회와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닌 상호 교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 제주교구 신학생이 바탐방 지목구에서 실습을 하며 사목을 배우고 있기도 하다.
이와 맞물려 키케 몬시뇰은 자신이 걸고 있는 목걸이에 대해 설명했다. “이 십자가의 예수는 한쪽 발이 없다. 이는 지뢰피해자를 상징한다. 몸소 장애인이 됨으로써 이들에게 공감하는 예수님의 모습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교회와 캄보디아교회가 협력함으로써 부족한 다리를 키워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키케 몬시뇰은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를 차례로 만나 교구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8일 출국했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