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는 장막절(9~10월)에서 시작한(대목170참고) 갈릴래아 밖에서의 설교활동의 마감으로 루가가 전해주는 대목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18년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려 허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여인을 고쳐 주신 일과 이로 인하여 회당장과 안식일 논쟁을 재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예수의 전교여행중 루가는 예수의 기적 이야기를 거의하지 않다가 유다땅에서의 활동을 마감하는 것으로 허리굽은 여인의 치유기적을 제시하고 있다. 갈릴래아에서도 그랬지만 오늘도 안식일을 맞아 회당에 들어 가셨다. 안식일은 하느님을 위하여 바치는 하루이고 예수는 거기서 사람들에게 하느님께 대하여 가르치고 계셨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오늘 안식일 가르침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루가는 하느님이 자비를 내리심을 행동으로 보여주신 기적치유를 소개한다. 그리고 루가의 보고로는 오늘 예수가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신 것이 마지막 보고가 된다.
회중에는 허리를 펴지 못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 병의 원인은 구약시대의 일반 통념대로 악령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우리의 표현으로 하면 병마일 것이다. 현대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이 질병은 척추교착염에 의한 마비일 수 있다. 하여튼 이런 병은 보통 40세경에 걸릴 수 있고 18년동안 앓아온 이 여인은 그러니까 60세 가량의 할머니로 추정된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 질병을 앓은 이 여인은 아마도 머리도 들수 없었을 것이다. 그 여인은 예수께 자비를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예수께서는 그 여자를 가까이 불러『네 병은 이미 나았다』라고 언명하셨다. 한 인간의 고통을 바라보며 동정심을 금치 못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세주적인 모습이 엿보인다. 이 말씀을 하시면서 예수께서는 병자에게 손을 얹으셨다. 병자를 고쳐주는 기적을 행할 때 안수하는 것은 사도교회에서 이미 구원활동의 전례행위가 되었다. (사도3, 7)
예수께서 병자를 고치실 때마다 안수하는 동작이 수반하는 것을 복음사가들이 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루가4, 40:5, 13:마르1, 31:5, 23ㆍ41, 6, 5:7, 32:8, 23ㆍ25)병을 고칠때 손을 얹는(혹은 잡는)행위는 우선 병치유를 받은 사람에게는 자애로운 보호의 표시이고 안심과 기쁨을 주는 뜻도 있지만 하느님의 축복이 내려 하느님의 능력으로 병이 고쳐진다는 상징적인 뜻이 있다.
예수의 말씀과 안수로 그 여자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일어났다. 그리고 하느님을 찬양했다. 하느님의 구원의 손길이 자기에게 왔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여인의 치유기적은 하느님의 구원의 때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시작되었음을 말해주는 징후이다. 사탄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 인간의 고통의 치유, 이것은 인류구원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룬다. 처음에 이 여인의 병이 악령의 속박에 묶여 있었다는 것은 예수의 악령에 대한 승리를 말하려는 복음사가의 의도인듯 하다.
예수께서 복음선포활동 초기에『묶여 있는 사람들에게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을 보게 하려고 주께서 나를 보내셨다』(루가4, 18:이사61, 1~2)라는 선포가 지금 구체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 예수의 구세업적이 이루질 때마다 심한 반대에 부딪친다. 그 반대는 눈앞에 구원이 이루어 지고 있는 데도 그것을 보려하지 않는 좋은 일에 대한 등돌림이란 악의에 찬 반대이다.
회당장은 이 훌륭한 일을 보고 율법을 내세워 언짢은 말을 한다.
그런데 회중을 의식한듯 기적행위자 예수께 직접 하지 못하고 회중을 향하여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일할 수 있는 날이 엿새나 있으니 병을 고치고 싶으면 엿새동안에 오고 안식일에는 병을 고쳐서는 안됩니다』라고. 이 말은 안식일을 지키라는 십계명 제3조의 말씀으로 출애굽기와 신명기에 이렇게 나온다 : 『엿새 동안 힘써 네 모든 생업에 종사하고 이렛날은 너희 하느님 야훼앞에서 쉬어라. 그 날 너희는 어떤 생업에도 종사하지 못한다. 너희와 너희 아들 딸, 남종 여종뿐 아니라 가축이나 집안에 머무는 식객이라도 일을 하지 못한다. 야훼께서 엿새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시고, 이레째 되는 날 쉬셨기 때문이다』(출애20, 9:신명5, 13).
병을 고치는데 날짜를 따지는 것은 너무나 구습에 얽매인 태도이기도 하거니와 예수의 업적은 사람을 살리는 구원사업이라면 거룩한 일이며 안식일에 거룩한 일을 하는 것은 적당하고 마땅한 일이 아닌가. 여기서 또 안식일 논쟁이 벌어진다(마르 3,1~6:루가14,1~6참조). 예수께서 그 말을 듣고 그를 꾸짖는다.
그들의 율법해석서에 따르면 소나 나귀를 마굿간에서 풀어 물 있는데로 데려가 먹일 수 있지 않느냐. 여기 지금 아브라함의 후예인 이 여인을 사탄의 사슬에서 풀어 주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냐고 하셨다. 동물도 살리기 위하여 안식일이라도 물먹이러 데리고 나갈 수 있다면 하물며 사람을 살리는 일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늘의 징조를 보고 날씨를 예견할 수 있다고 큰 소리치는 너희들이 구원의 징표를 못본체 하는 것은 위선이다. 회당장은 예수께서 가끔 위선자라고 힐난하신 바리사이파에 속한 사람이었다. 오늘의 대목은 반대자들의 패배와 예수의 승리를 대조시키는 두 성경말씀으로 끝난다. 예수의 반대자들은 부끄럽게 되고(이사 45, 16)예수를 따르는 군중은 기쁨에 넘친다(출애34, 10). 예수에게서 메시아적인 대망이 성취되고 있음을 강력히 드러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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