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경(外經)이란?
우리의 공동번역 성서에「제2정전」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모아진 성서들이 있는데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성모 마리아의 부모를 요아킴 안나라고 하여 7월 26일에 축일로 지내며, 또 성모 승천 대축일을 8월 15일에 지내는데, 교회는 성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을 어디에 근거해서 지내고 있는 것인가? 이런 의문들을 풀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 있는「외경」(Apocripha)문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외경(外經)을 지칭하는 히랍어「아포크리포스」(Apokriphos)란 단어는 원래「숨겨진」「알려지지 않은」이란 뜻으로 대중이 아닌 특수층만이 읽을 수 있는 것을 지칭했다. 이미 유대교 안에는 구약성서의 정경(正經)외에 다른 문헌들이 있었으며, 신약시대에 와서도 사도나 그 제자들의 이름을 붙여 권위를 부여한 많은 문헌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기록된 내용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으며, 저자 역시 사도들이 아니라는 점이 밟혀지면서「Apokriphos」란 단어는「허위」란 뜻으로 변하여 경멸조의 표현이 되었다. 그후 교회는 사도적 기원을 두고 있으며 성령의 감도하심에 따라 쓰여진것으로서 전례에서 사용될 수 있는 것인지의 여부를 엄격히 검토하였고, 4세기 말에 비로소 성서의 정경목록(正經目錄)을 확정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정경목록에 들지 못한 신약성서 계통의 문헌들을 통칭하여「외경」이라 부르게 되었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에 용어상의 차이가 있는데, 두 교회 모두 27권의 신약성서를 인정하지만, 구약성서에서 우리가「제2 정전」이라고 하는 7권을 프로테스탄트에서는「외경」이라 하면서 성서로 인정하지 않는다.
■ 외경문학의 발생동기
신약성서는 예수의 유년 및 청소년 시절, 마리아의 생애, 사도들의 전교행적에 관하여 충분히 전해주고 있지 않다. 사실 복음서에는 예수의 탄생에 관계된 이야기 다음 12살에 성전에서 설교하신 이야기만 언급되어 있고, 갑자기 30세의 예수님이 요르단강에 나타나셔서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공생활을 시작하신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면 복음서에 기술되어 있지 않은 공백기간에 예수님은 어떻게 생활하셨을까? 또 사도행전은 주로 베드로와 바오로의 선교 행적을 이야기할 뿐 다른 사도들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들의 행적은 어떠했었는가? 초대교회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때로는 신자들의 성화와 교육을 위해 상상과 추리를 동원하여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가 시작하였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복음서에 기록되지 않고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각색된 것들이 있었는가 하면, 때로는 유치한 우화의 성격을 갖는 것들도 있었다.
또 때로는 이단자들 편에서 그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사도들의 아름을 사용하여 조작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2세기부터 4세기까지 수많은 외경문학들이 생겨났으며, 이 때문에 교회는 신자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정전(正典)을 확정할 필요가 있었다. 외경 문헌들을 읽어보면 그 허위성과 유치함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토마 복음」2장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6살 된 예수가 동네 아이들과 함께 개울가에서 진흙으로 참새를 만들며 놀고 있었는데, 마침 안식일이었다. 동네 어른이 이를 보고 예수의 양(養)아버지인 요셉에게 가서『예수가 안식일에 해서는 안되는 장난을 하고 있다』고 일러바치자 요셉이 와서 야단을 쳤다. 예수는 손바닥을 치면서 진흙 참새들을 보고『날아가라』하고 말하자 참새들이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 정전(正典) 확정의 과정
외경문학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약성서의 정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 교회 안에 확정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세기 중엽까지는 어떤 책이 신약성서에 속하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도들이 살아있던 초기에는 구약성서와 주님의 어록집 그리고 사도들의 구두 가르침이 권위를 갖고 있었다. 그후 주님의 단편적인 어록집들이 복음서로 집필되었고, 사도들의 가르침이 서간 형식으로 기록되면서 교회 안에서 권위있게 읽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27권의 신약성서가 모두 처음부터 교회 안에서 같은 권위로 읽혀진 것은 아니다. 복음서 4권, 사도행전, 바오로의 13개 서간, 요한의 서간들은 모든 교회에서 처음부터 인정을 받은 반면, 히브리 서간, 요한 묵시록, 베드로 서간들, 야고보 서간, 유다 서간 등은 지역교회 마다 차이가 있었을 뿐 아니라, 어떤 교회에서는「디다케」나「헤르마스의 목자」같은 문헌도 성서처럼 읽혀지다가 4세기 말에야 27권의 신약성서가 동방ㆍ서방교회 안에서 확정되었다.
한편 마르코 복음과 마태오 복음의 정전성을 증언하는 중요한 문헌이 있는데, 히에라뽈리스의 주교였던 빠삐아스가 남긴「단편」(斷片)이다. 빠삐아스는 스미르나의 뽈리까르뽀와 함께 요한사도의 제자였는데, 130년 경에 5권으로 된「주님의 말씀 해설」을 함께 저술했지만 상실되었고, 에우세비오의「교회사」3권39장에 일부만 인용되어 있기 때문에「빠삐아스의 단편」이라 불리운다. 마르코는 주님을 따라다니며 주님의 말씀을 직접 들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베드로 사도의 통역자로서 기회있을 때마다 베드로로부터 전해들은 주님의 말씀을 기록하였기 때문에 순서대로 잘 정리하지는 못하였으나 대신 오류는 범하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마태오는 주님의 말씀들을 히브리어로 모아 정리하였고, 이 말씀들에 주석을 달았다고 한다. 이 증언에 의하면, 마태오 복음서는 원래 히브리어로 쓰여졌는데, 빠삐아스 시대에는 희랍어로 번역되어 통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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