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숙이 누나는 인천의 스피커 만드는 전자회사에 취직하여 월급 2천3백원씩을 받고 일했다고 했다. 인숙이 누나는 아빠가 바람 피우느라고 생활비를 안대 주시니까 인숙이가 신문배달을 하며 학교다녔고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때 학교를 그만 두었다고 했다.
『인숙이는 객지 생활하면서도 가끔 집에 다니러 왔어요. 그리고 아빠가 교통사고 나서 어려울때마다 들려서 도와드렸어요. 구두닦이 중국집 배달원 목공소 등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손가락 세개가 잘려 나갔어요. 부모님께 영양제가 떨어지지 않게 도와드렸고 고기배도 탔습니다. 요즘도 아빠가 생활비를 안대주고 거의 가출해요. 그리고 우리 엄마도 남자 많아요』했다.
이러한 얘기들을 전해들은 내과 원장님은 모 고등학교 54회 동창 가톨릭모임 주최로 인숙이를 위한 구명위원회를 조직하였다. 그분은 내게 구명위원회 얘기를 전해 주었다.
『수녀님 30여명이 모임에 모였는데 찬반 두갈래로 갈라지더군요. 어떤 친구는 젊어서 주먹깨나 쓰고 폭력 전과도 있는 터인데「그런 놈은 죽어야돼」아! 이러질 않겠어요. 기가 탁 막히더군요. 그렇게 말하는 자신 안에는 본인도 모르게 더 큰 잔인성과 포악성이 도사리고 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대요. 그래서『이것봐 자네가 만일 과거에 주먹깨나 쓰다가 상대편이 우습게 죽었다고 치세. 자넨들 뾰죽한 수가 있겠나. 사형수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절대 특종 인물이 아니라네. 그런걸 생각할때 이게 절대 남의 일이 아닐세, 나는 그 아이 얼굴도 한번 본일이 없네. 추기경님께서도 사람 살리는 일보다 더 큰 일이 어디 있느냐?고 하셨고, 서성운 스님께서는 사형폐지 운동하는 사람은 6대 후손에 이르기까지 복을 받는다고 했다네.
자네도 알다시피 생명의 절대권은 창조주이신 하느님께만 있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을 제도화해 놓고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죄의 대가로 뺏고 있지 않는가? 이것은 또 하나의 계획적인 살인행위로써 사형수 보다 더 큰 죄악일세. 우리나라 형편상 사형폐지는 아직 시기상조다, 운운하는 분도 계시는데 세계적으로 네덜란드가 제일 먼저 사형이 폐지됐지만, 의외로 어느나라 보다 강력범죄가 줄고 안정을 누리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폐지를 시킨 나라가 89개국이나 된다는군. 우리 나라도 우리편이 많이 나오면 오늘이라도 당장 폐지가 될것이고, 그렇게만 되면 돈 안들이고 문명국가 리스트에 오를텐데 말일세.
그리고 세계적으로 문명국가나 가까운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사형은 선고하되 집행은 10년이 넘도록 안 하고 있는 실정이라네. 사형이 폐지되면 현재 사형수들이 출소하는 것이 아니고, 그곳에서 하느님께 받은 생명을 다 살게 하는 것이지』 그분은 회원들에게 사형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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