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의 단란함을 여지없이 깨어버린 구포역 열차 참사. 우리는 또 다시 할 말을 잃고 만다. 한동안 뜸한 것 같았던 휴일의 대형사고가 또 다시 재연된 것만 같아 모골이 송연해진다. 속속 드러나는 사고의 원인들마다 인재(人災)로 확인되는 현실을 보며 가슴을 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찌 우리는 이다지도 인간의 목숨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사는가. 민족에 대한 서글픔이 다시 한 번 마음을 저 밑바닥까지 끌어내린다.
사고의 처참함은 이미 매스컴의 현장보도를 통해 국민 모두에게 전달됐다. 우리의 아버지와 우리의 어머니가, 우리 오빠, 언니가, 그리고 귀여운 동생이 가족 중 누구라도 그 희생자의 대열에 설 수가 있다는 가능성으로 온 국민은 이번 사건을 내 고통 내 슬픔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다행히 처참했던 현장이 정리되어 경부선 열차가 또 다시 운행이 되면서 충격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가족을 돕기 위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성금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모금이 되고 있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사후약방문」격이지만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의 기도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졸지에 부모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이번 사건은 현재 한국의 정계를 휩쓸고 관계 법조계까지를 강타하고 있는 재산공개 파문의 시각에서 볼 때 더욱 분통을 터지게 하고 있다. 「높은자리」를 매체로 돈벌이에 급급하고 재산증식에 눈이 멀었던 일부 타락한 의원, 공직자들의 허세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해주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요직에 있는 공직자들이 또 책임자들이 자신들의 본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그리고 그 일을 정확히 수행하고 있었다면 과연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할 수 있었을까. 만일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역 구민들의 관리를 위해, 지역 현상들에 대해, 두 눈을 부릅뜨고 참여하고 있었다면 이처럼 끔찍한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사건은 물론 철도청 관계자들이나 지하터널 공사를 맡았던 삼성 종합건설 등 관계자들에게 일차 책임이 있다. 큰 공사를 시도하면서 위험에 대한 대비도 소홀했고 사전 경고도 미비했으며 무엇보다 대형사고를 부를 수도 있는 여건 등을 살피는데 무심했다. 그러나 이들의 책임과 더불어 국민들이 보다 관심을 두는 것은 더 높은 자리에 있는 높은 사람들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부문이다. 실행자 못지않게 그 실행을 감독하는 관계 부처나 관계자들의 책임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철도 대형사고와 공직자, 국회의원들의 재산 과다 보유 문제는 언뜻 별개의 것으로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면 이 둘은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깨달을 수가 있을 것이다. 자기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점에서 이 둘은 같은 선상에서 취급해 마땅하다. 국가가 운용하는 제반사업에 대한 책임의식의 부재와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의 실종된 윤리의식을 함께 묶는다 해도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상식을 넘는 재산과 그 재산의 취득과정이 의혹투성이라면 조사는 마땅한 절차다. 투기하지 말아라, 집을 한 채 이상 갖지 말아라, 검소하게 살아라, 분수에 맞게 살아라. 국민들에게 쉴사이 없이 요구해온 높은 어른들의 행동강령들은 이제 그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할 시간이다. 그것은 이번 철도사건의 책임자들을 엄중 문책하는 선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야만 할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이번 철도 참사사건의 진상과 처리를 지켜볼 것이다. 아울러 국민들이 공유해야 하는 국토와 재산을 자기와 자기 가족들만의 것으로 치부한 공직자들의 비도덕적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처리도 함께, 두 눈 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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