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15, 11~32)
탕자의 비유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이 비유는 방탕 생활에서 돌아온 아들을 맞는 아버지의 사랑의 용서를 중점으로 하기 때문에 이 비유는「기다리는 아버지」또는「용서하는 아버지」라는 제목을 붙이는 것이 더 적절할지 모른다.
그러나「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로 비유를 시작하듯이 이 비유는「잃었던 양」의 비유와「잃었던 은전」의 비유에 이어지는 세쌍둥이 비유로서 회개하는 죄인에 대한 하느님의 기쁨을 교훈으로 하는 비유의 결정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탕자의 비유」즉「잃었던 아들의 비유」로 통용되고 있다. 탕자의 비유는 옛날부터「비유의 진주」또는「복음속의 작은 복음」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의 비유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방탕하다 돌아오는 아들과 이를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대분되지만 자유분방을 향하여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들, 방탕 끝에 후회하고 돌아오는 모습, 이를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아버지, 큰 아들의 불평과 항의, 이렇게 네 부분으로 세분된다.
두 아들을 둔 아버지는 철딱서니 없는 작은 아들의 황당스러운 요구를 듣고 뜻밖에도 이를 받아들인다. 아직 어린 나이에 벌써 유산문제를 꺼내며 자기 몫을 달라는 것이다. 작은 아들은 몇 살이었을까. 이야기 내용으로 보아 그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유대아의 율법에 따르면 남자의 결혼나이는 18세에서 20세였다. 그러니 이 집안이 율법을 지키는 집이었다면 작은 아들은 결혼나이 아래 기껏해야 17세 정도였다고 판단된다. 결혼 직전 혈기방자한 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미성년자가 왜 벌써 유산을 갈라 달라고 했는지 이해가 않가는 일이고 복음서에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아버지와 같이 사는 것에 불만이 있었을까. 아니면 벌써 방랑기가 그를 사로잡았는가. 하여튼 아버지는 그 요청에 아무말없이 동의했다. 그리고 두 아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나누어 주었다.
모세율법의 유산법은 장자가 아버지 재산의 3분의 2를 가지고 동생은 그 절반인 3분의 1을 가지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유산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유산 받도록 되어있다(신명 21장 17). 만일 생시에 유산분배가 있을 경우에는 분배받은 아들들은 재산에 대한 소유권은 있어도 처분권은 보류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처분권까지 준 것으로 되어 있다. 아버지가 법을 어기면서 작은 아들의 응석을 받아 주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세율법의 상속법이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면서 상황에 따른 시행령 같은 것이 생겼을 것이고 사실 예수시대에는 미쉬나, 미드라쉬 등 율법 해설서 내지는 생활규범서가 율법을 지키는 지침서로 널리 사용되었다.
하여튼 아버지는 작은 아들의 요청을 받아 들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경우 아버지는 아들을 야단쳤을 것이고 그런 위험스러운 요청을 승낙할 리가 없는데 왜 하자는 대로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예수님의 교훈적 목적을, 이야기에 중점을 둔 의도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생각보다는 잘못하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용서, 하느님의 죄인에 대한 용서를 강조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하느님께서 왜 인간의 죄를 미리 막지 않고 저지른 후에야 용서하시는지는 신비에 속하는 일이다.
작은 아들이 재산을 받아 가지고 몽땅 챙겨서 집을 떠났는데 형은 제 몫으로 재산만 물려받았을 뿐 그 처분권은 아버지에게 보류한 것으로 여겨진다. 작은 아들은「재산을 다 거두어 가지고 먼 곳으로 떠났다」. 여기서「거두다」라는 말은 현금으로 바꾸어 가지고 라는 뜻이다. 그리고 어디로 갔을까. 「먼 곳」은 어디일까. 탈뭇문학에 따르면「먼 곳」은「바다 건너」라는 뜻이다. 당시「디아스포라」라고 하는 해외거주 유대아인은 4백만이었다고 한다. 유대아인들이 고향을 떠나는 유행을 짐작할 수 있다.
작은 아들은 돈 벌러 간 것이 아니고 돈을 쓰러 해외로 간 것이다. 작은 아들의 생활은 흔히 볼수 있는 젊음의 방랑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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