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사상
히뽈리뚜스는 방대한 저서들과 성서연구에 대한 열정 등 여러 면에서 동시대의 인물 오리게네스와 견줄 만하다. 그의 저서들에 나타난 신학사상들 중에 중요한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구원론
히뽈리뚜스는 그리스도의 육화의 의미를 인간의 쇄신과 완성을 위한 구원의 신비로 설명하고 있다. 『육체를 지니실 필요가 없는 하느님의 말씀께서 동정 마리아를 통하여 육체를 취하시고, 마치 약혼자와 같이 십자가 고통의 옷을 입으셨습니다. 이것은 그분의 능력이 우리 사멸할 육신을 취하심으로써 불멸과 사멸, 능력과 무력이 그분 안에서 하나로 합해지며, 그래서 멸망 중에 있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였습니다』(반 그리스도론 4). 히뽈리뚜스는 성자 그리스도께서 죄 외에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기 때문에 인간은 그분을 통해 하느님을 닮을 수 있게 되었다고 설파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이 동정녀로부터 육신을 취하여 묵은 인간을 새롭게 창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또한 그분이 그의 전 생애를 통하여 겸손과 모범 그리고 이상적인 인간성의 구현을 위하여 율법에 순종하였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이분이 바로 우리와 같은 인성을 지닌 분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스승」을 닮으라고 명하시지 않았을 것이고, 또 만일 강생하신 이분이 우리와 전혀 다른 분이셨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그분이 가신 길을 걸어가고 그분의 길을 추종하라고 말씀 하시지도 않았을 것입니다』(철학총론 10, 33). 또한 인간은 그리스도를 닮아갈 때에 궁극적으로 신격화(神格化)될수 있다고 강조한다. 『맨 처음 하느님은 인간을 당신 모상대로 만드시고 당신의 사랑을 바로 우리 안에 박아주셨습니다. 우리가 만일 그리스도의 계명을 잘 지키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분의 충실하고 착한제자가 되어 그분을 닮을 뿐 아니라 그분에게서 영예의 상급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바로 그분의 영광에 참여 시키도록 우리를 하느님화(化)시킬 수 있습니다』(철학총론 10, 34).
교회론
히뽈리뚜스의 교회론은 두 가지 즉 교계적 관점과 영신적 관점에서 고찰할 수 있다. 교계적 관점에서의 교회는 진리의 수레로서 사도적 전승에 의해 권위를 지니며, 또한 그리스도의 신부(新婦)이며 정배(正配)이기 때문에 사도적 전승에 위배되는 모든 이단사상은 배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신적 관점에서의 교회는 의인들만의 완전한 집단이기 때문에 신앙과 행위에 있어 크게 잘못한 사람들은 교회에서 완전히 제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히뽈리뚜스는 교회를 배로, 그리스도를 이 배의 선장으로 비유하면서 세상의 어떠한 어려움이나 오류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설파한다. 『바다는 곧 세상이며, 교회는 바로 심연을 헤쳐가는 배와 같습니다. 그러나 이 배가 절대로 파선되지 않는 이유는 선장이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배는 죽음을 삼킨 승리의 표지인 주님의 십자가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배의 좌우편에는 많은 천사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교회를 지키는 선원들입니다. 위로 오르는 사다리는 십자가의 상징으로서 이를 통해 신자들은 하늘 영광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펄럭이는 깃발은 예언자, 순교자, 사도 등 그리스도와 함께 승리한 모든 성인들을 상징하는 것입니다』(반 그리스도론 59). 히뽈리뚜스는 교회가 이처럼 영적으로 보호받고 완전하기 때문에 교회인 배 안에는 어떠한 죄인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죄의 사함
신자가 배교나 살인이나 간음과 같은 중대한 죄를 저지른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초대교회는 다음의 두 가지 경향을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려왔다. 첫째 경향은, 세례의 중대성과 교회의 완전성을 강조한 나머지 죄 사함의 기회는 한 번의 세례로 끝나고 그외에 다른 가능성이 없다는 엄격주의적 경향이다. 둘째 경향은, 주님께서 사도들에게 죄 사하는 권한을 주셨기 때문에(마태 16, 19), 교회는 진심으로 통회하는 죄인들을 용서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히뽈리뚜스는 자신의 교회론에 상응하게 죄 사함의 문제에서도 엄격주의적 경향을 고수하였다. 교황 선출에 실패한 히뽈리뚜스는「철학총론」9, 12에서 깔리스뚜스 교황을 인격적인 모욕과 함께 그의 이완(弛緩)주의적 경향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깔리스뚜스는 원래 도망친 노예로서 후에 세례를 받고 교회 안에서 일하다가 교황으로 선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황으로 선출된 다음에는, 교회가 중죄를 지은 신자들을 사해줄 수 있다고 하였으며, 자유인과 노예 사이의 결혼을 인정하였다는 것이다. 깔리스뚜스 교황에 대한 그의 이러한 비난이 개인적인 악감정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이를 통해 당시 로마교회의 상황과 방향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로마교회는 초기부터 신도들의 죄를 사해주는 전통을 갖고 있었으며, 신분상의 계급을 없애려는 노력을 하였다는 점이다. 당시 로마제국은 서로 다른 신분 사이의 결혼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이를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히뽈리뚜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노예 출신이 로마교회의 주교가 될 수 있었다는 자체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로마교회의 이러한 경향은 후에 노예제도를 폐지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