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순
➊총론-수도교구, 거대교회의 자웅
②교세통계표와 서울대교구
③명례방과 명동대성당-민주화로 가는 길목
④한마음 한몸으로
⑤소공동체, 기초공동체-2천년대 복음화
⑥한국을 움직이는 사람-김수환 추기경
본보가 창간 66주년을 맞아 시도하는 새 기획「신 복음화의 산실」은 창간 65주년이 되던 지난해 시작한 특별기획이었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교회의 모습을 독자들과 함께 찾고자 했던 이 특별기획은 그동안 본보 사정상「총론」편만을 다루고 본론에 들어가지 못한바 있다. 이 점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66주년을 기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자 한다.
「신 복음화의 산실」은 지난 77년 본보 창간 50주년을 기해 기획된 특집「복음화의 산실」의 전통을 이어받은 기획. 15년 세월이 지난 오늘의 시각으로 다시 한 번 조명하는 뜻에서 제호 역시 그대로 이어받았다. 78년까지 장장 2년여에 걸쳐 진행된「복음화의 산실」에서 본보는 서울대교구를 필두로 전국 14개 교구, 복음화의 현장을 심도 있게 진단한 바 있다. 바로 그 정신을 다리로 하여「신 복음화의 산실」은 이 세상의 복음화를 향해 나아가는 오늘의 교회모습, 그 현 주소를 정확한 눈과 진솔한 자세로 분석 진단, 감히 한국교회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한국 복음화를 분담하고 있는 전국 14개 교구와 군종교구 그 현장을 진단하는 이번 기획은 교구 당국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진단이 보다 진지하고 정학한 것이 될 수 있도록 교구 관계자들의 협조를 요청하면서 부족한 부분이나 오류에 대해서는 넓은 아량과 이해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아울러 애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도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한국교회는 지난 15년간 3배 가량 늘어났다. 물론 신자수만을 놓고 볼 때 그렇다. 서울대교구는 그 같은 한국교회의 성장을 한 눈으로 보게 해주는「바로미터」다. 그것은 한국사회 안에서 서울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보는 것과 같다. 3백만 총신자 가운데 1백만 명 이상이 이름하여「서울신자」다. 약 1/3가량의 신자가 서울이라는 지역에 몰려있다는 얘기다
이는 인구의 1/4 이상이 서울에 집중해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기현상을 연상시킨다. 한국을 일컬어 대한민국이 아니라「서울공화국」이라 빗대어 부르는 외국인들의 호칭도 무리가 아니다. 이 지구상에서 한 도시에, 이렇듯 사람이 몰려있는 예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현상은 복음화에 있어 긍정이라는 단정도 부정이라는 진단도 쉽게 내릴 수 없게 한다.
그러나 현재 서울대교구가 2천년대 복음화라는 숙제를 펼쳐놓고 그 풀이에 고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수도교구로서 거대교회로서 서울대교구의 근본적인 고민을 읽을 수가 있다. 어찌보면 그 고민은 곧 행복한 고민에 속할지도 모른다. 물론 고향을 등지고 대도시를 찾아 떠나가기만 하는 신자들의 뒷모습을 속절없이 보고 있어야 하는 지방교구의 눈으로 보면 말이다.
15년 전 본보 기획「복음화의 산실」에서 서두를 장식한 서울대교구의 진단 제1주제는 다름아닌「도시집중화」였다. 인구의 도시집중화에 있어 서울대교구는 대표주자였고 선두주자였다. 급격한 산업사회가 낳은 인구의 도시유입과 거듭된 농정의 실패가 부른 농어민들의 무조건적인 상경으로 서울은 포화 상태라는 중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이미 15년 전의 일이었다.
인구의 도시집중화는 곧 신자의 도시집중화를 의미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불어난 서울의 신자수는 서울대교구의 양적팽창에 중요한 기여를 하게된다. 미처 대비할 시간조차 없었던 수용자의 입장, 그 결과는 앞서의 지적대로 오늘 서울대교구가 최대의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2천년대를 향한 장기적인 사목계획에서 솔직하게 드러나 보인다.
올해 서울대교구 사목교서는 서울의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출사표」와도 같다. 설교와 교리, 각종 성사들을 복음화 활동의 전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사목교서는『생활하는 삶의 현장에 구체적인 변화와 개혁이 전개되도록 나아가는 것』이라고「복음화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교황 바오로 6세가「현대의 복음선교」에서 밝힌 복음화의 이 광의의 개념은 서울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연을 들여다 보게 한다. 이는 한국외 교회가 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서울은「서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문제의 중심부에 서 있음을 어찌할수가 없다. 관리자의 손 밖으로 새어나간 신자들, 공동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차마 어려운 비대한 몸체 등은 2천년대 복음화를 향한 서울대교구의 대장정에서 어떤 형태로는 향방이 가늠될 것으로 전망이 되고있다.
「교세통계표」가 현실적인 눈으로 서울대교구를 보여주는 성적표라면 역사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서울대교구를 특징지우는 또 하나의 상징이 있다. 바로「명동대성당」이다. 그 옛날 자신의 사랑방을 신도들에게 제공했던 김범우, 중인계급으로「감히」양반의 자제들과 더불어 천주학을 배우고 신앙을 논의했던 그는 명례방을 순교의 터전으로 올려놓았다. 명동성당은 바로 그 전통위에 세워졌다.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온갖 풍파를 지켜본 명동대성당은 서울대교구의 얼굴이자 한국의 자랑이다. 2백년 동안 담겨진 그의 기억 속에는 개화기 한국의 비틀거리는 모습이, 일제의 온갖 수탈과 만행이, 해방의 기쁨과 어수선함이, 동족상잔의 아픔과 비극이, 그리고 민주화의 열기로 타올랐던 열정과 함성, 슬픔이 빠짐없이 입력되어 있다.
지난 수년간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발생한 일련의 중대 사건들은 명동대성당을 일약「국제적 명소」로 올려 놓았다. 신앙의 중심 지요 기도하는 사람들의 집합처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의 안식처이기도한 명동의 기능은 86년과 87년을 고비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민주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표현하는 장소로써 명동은 그 중심부에 있게 된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명동의 이 기능은 민주화를 끌어당기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다. 결과만 놓고 볼때 긍정으로 평가되는 이 역할 뒤에는「성당」으로써 명동의 고유함과 더불어 고전적 기능에 대한「회의」가 제기되었음은 물론이다. 당시 복음화의 산실「명동대성당」편에서 본보는 한국에서 명동대성당의 위치를 그「모습」이 아니라「얼」에 있다고 진단한바 있다. 한국사회 안에서 명동이 누릴 수 밖에 없었던 그간의 운명을 한마디로 함축하고 있는 분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2천년대 복음화를 향한 서울대교구의 결단과 선택들은 얼핏 작아지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소공동체 기초공동체라는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이 작아지기 위한 노력은 결국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제도」나「조직」이 없어도, 번듯한 건물이 없어도, 복음 말씀으로 하나가 될 수 있었던「작은 공동체」의 부활을 꿈꾸는 원대한 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신 복음화의 산실」서울대교구편은 수도교구로써 복음화를 향한 새로운 시도들을 함께 찾아보는데서 출발하고자 한다. 세계를 향해, 미래를 향해 새 복음화의 웅지를 펴고 있는 서울대교구의 선택은 곧 한국교회의 선택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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