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시대를 살아가는 개개인들은 문자보다는 영상매체를 통해 더많은 정보와 영향을 받는다. 집안에서 쇼핑은 물론 은행 업무와 사무까지 보게 될 시대에 살고 있는 가톨릭 신자들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톨릭 신자들의 신심 또는 신앙생활에 매스미디어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순교성월을 맞는 한국 교회는 문화매체 특히 영상매체를 통한 순교신심 함양에 얼마 만큼 관심과 투자를 해왔는지 반성해 봄직하다.

양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해온 한국 교회가 과연 문화매체를 통해 순교자들의 생애와 정신을 오늘을 사는 신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그 대답이 시원치 못할 것이다.

한국 순교 성인들에 대해 신자들이 접할 수 있는 영상매체는 순교영화「새남터의 북소리」를 비롯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생애를 그린「성 김대건전」그리고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영화「초대 받지 않은 사람들」, 한국 천주교 2백 주년 기념작인「초대 받은 성웅들 1, 2」등 손으로 꼽을 정도이며 이에 대한 비디오 역시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외국 교회는 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순교자는 물론 성인들의 삶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비디오들이 수없이 많다. 이들이 만든 작품들은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끌 정도로 예술적 가치 또한 높다.

순교자들을 직접적으로 그린 영화뿐 아니라 순교정신을 바탕으로 최근에 제작된 영화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순교자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이들 영상매체는 교회의 선교는 물론 신자들의 신앙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 일반 극장에서 상영, 화제를 낳았던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순교 실화를 영화화한「로메로」같은 영화는 진실과 정의, 사랑이라는 무기로 폭력 앞에서 목자로서 삶을 다한 로메로 주교의 삶을 통해 가톨릭교회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데 공헌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영국이 낳은 위대한 성인 토마스 모어의 생애를 그린 영화「사계절의 사나이」,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생을 살다 간 성 마르틴 데 포레스 수사의 일생을 담은 감동적인 영화「흑인 증거자 마르틴」(일명 빗자루 수사) 등의 작품들이 비디오로 출시,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의 페스탈로치라 불리우는 성 요한 드 라살 신부의 생애를 그린「성 요한 드라살 신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의 손과 발, 옆구리에 드러난 다섯 개의 상처를 생전에 받은 프란치스코회의 수사신부인 비오 신부의 생애를 담은「비오 신부의 오상, 소화데레사」, 올해로 탄생 1백 주년을 맞는 콜베 신부의 순교자적 삶을 그린「막시밀리안 콜베」등 순교신심을 일깨우기 위한 영상매체는 수없이 많다.

외국 영화의 무분별한 수입과는 질이 틀린 얘기지만 성바오로서점 비디오 코너를 즐겨 찾는 이혜정(로사)씨는「외국 성인들의 삶, 순교자들의 정신을 접할 수 있는 비디오 테잎이 많은 반면 한국의 훌륭한 성인들의 삶을 알 수 있는 영상매체가 없다는 게 아쉽다」고 표현할 정도로 신자들 역시 영상매체를 통한 순교신심 함양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게 했다.

한국 교회는 2백 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사업에 관심을 보인 바 있으나 기념사업으로 끝났을 뿐 이어지지 못했다. 문화사업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은 이런 한국 교회의 현실을「문화매체 제작을 위한 교회 기구나 기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뉴미디어 시대의 선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오늘날 문화매체, 특히 영상매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할 때」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