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복되다. 더욱이 그 기다림이 영적생명과 관계된 것일때는 더할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창간 66년의 긴 역사 속에 한국교회와 더불어 성장해온 가톨릭신문을 매주 고대하는 독자의 기다림 역시 소중한 교회유산이 아닐 수 없다. 본보는 창간 66주년을 맞아「가톨릭신문을 기다립니다」를 기획, 교회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는 벽촌 공소신자들과 전방 군장병들에게 다정한 벗으로 다가서고자 한다. 모든 성사적 혜택의 음지 속에서 신앙적 잠재력을 지속하기 위해 가톨릭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원주교구 안흥공소와 명월부대 신자장병들의 소박한 기다림을 소개한다.
◆ 군종교구 명월부대 신자장병들
향수ㆍ신앙의 목마름 달래주는벗
읽을땐 휴가준비만큼 상쾌
공소예절시 강론 대신 「복음단상」 낭독
이름 모르는 은인들께 감사
『가톨릭신문 말이죠. 해질 정도로 읽죠』
강원도 산골 오지, 몇 개의 고개를 넘고 넘어 북쪽을 향해 계속 들어가면 갈 수 없는 땅, 갈 수 없는 나라가 나온다.
꽃들이 만개할 3월의 날씨인데도 녹을 줄 모르는 눈덮힌 산 허리는 사람의 마음마저 얼어붙게 할 만큼 차갑다.
핵사찰 문제로 전운의 긴장감이 더욱 두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전방 오지의 철책 장병들에게도 가톨릭신문은 매주 어김없이 찾아든다.
주말만 되면 찾아와 긴장된 눈과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향 소식과 믿음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가톨릭신문이 어느덧 이들 전방 오지 장병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벗이 되었다.
6개월간의 철책 군무중 면회도 외출도 사절된 이들 명월부대 전방 장병들은 매주일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가톨릭신문과「우정의 무대」가 제일 반가운 손님이란다.
주일 저녁만 되면 TV앞에 모여 앉아 전우의 어머니 모습을 보고 내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껏 울 수 있어 좋고 가톨릭신문을 보고『내 아버지, 내 주님』이라고 목청껏 부를 수 있어 좋단다.
『전령이 막 도착한 가톨릭신문을 가져다주면 고참이든, 신참이든 서로 볼려고 난리죠』라고 얘기하는 이현봉(안드레아) 이병은『앞다퉈 가톨릭신문을 빼앗아 보려는 그 시간만큼은 계급이 없어 즐겁다』고 털어놓았다.
이 이병은『양지녁을 찾아가며 모여 읽는 가톨릭신문의 맛은 휴가준비만큼 상큼한 기분』이라고 말하면서『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삶에 있어 얼마나 윤택한 것인가를 가톨릭신문을 통해 체험한다』고 고백했다.
전방 오지의 신자장병들의 신앙생활은 참으로 남다르다.
한 달에 한두 번 방문하는 군종신부의 모습도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찾아볼 수 없다. 험한 고갯길이라 기상이 조금만 나빠도 사고위험이 뒤따라 쉬이 올수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방 신자장병들의 결속력은 전우애보다 강하다. 내무반 한 귀퉁이에서 드리는 공소예절이 이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신부님이 오시지 못해 공소예절을 할 때 가톨릭신문은 꼭 챙긴다』는 군종담당 김현기(프란치스꼬) 하사는『신부님의 강론 대신 읽는 가톨릭 신문 성서해설과 단상들은 찾아오지 못해 미안해 하는 군종신부님의 마음을 담은 것 같아 많은 부분이 가슴에 와 닿는다』라고 말했다.
고지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받고 공기를 가르는 대남방송을 귓전에 둔 채 하루 근무의 지친 몸을 이끌고 내무반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향생각, 어머니 생각이다.
워낙 오지라 편지도, 부식도 뜸한 전방 고지의 철책장병들이 가장 그리운 것은 인간의 정이다.
TV에서 들려오는 사건 사고는 더욱 마음을 불안케 하고 고향으로 달려가 가족의 근황을 확인하고픈 충동을 일으킨다. 이젠 대남방송엔 만연돼 이골이 날 지경이지만 고향을 향한 무거운 마음은 전방 장병일수록 크다.
『신자는 아니지만 우연찮게 내무반에 걸려있는 가톨릭신문에 난 고향 성당 소식을 읽고 가톨릭신문 애독자가 됐다』는 김성철 상병은『입대 전에 종교라는 것이 왠지 부담스러운 것으로 느껴져 회피했는데 군에 와서 가톨릭신문을 읽고부터는 가끔씩 공소예절에 참가한다』고 쑥스러워했다.
갓 들어온 김민우 이병도『집에서 가톨릭신문을 볼 때는 별 느낌 없이 봤는데 부대에서 가톨릭신문을 읽으니 감격스럽다』면서『가톨릭신문을 대할 때마다 집 생각이 나지만 매주 신문이 어김없이 들어오는 것 같아 가족들도 늘 건강하리라 믿으니 한결 군생활이 편하다』고 말했다.
전방 사단일수록 독립부대가 많아 군종신부들의 고충은 한층 더하다. 매일 빠짐없이 부대방문을 하지만 한 달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하는 부대도 비일비재 하다. 그래서 군종신부들은 문서선교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중요시 여긴다.
덜컹거리는 코란도 짚차를 타고 하루종일 고개를 넘어 부대를 방문하는 군종신부의 팔에 안겨진 가톨릭신문은『다음 내가 방문할 때까지 신문을 통해 신앙생활을 다져가라』는 묵시이다. 따라서 신자장병들은 군종신부가 부대를 방문, 성사를 베풀 때까지 읽은 신문을 보고 또 읽고 해서 자신들의 신앙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신자분들이 부대로 보내주는 가톨릭신문이 얼마나 군사목에 큰 도움을 주는지 모른다』는 군종교구 명월본당 김호배 신부는『일일이 사목자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은인들이 보내온 가톨릭신문이 신자장병들의 심성을 키워줘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김 신부는 또한『은인들 한 분 한 분이 보내준 한 장의 가톨릭신문이 군복음화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경험하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더 많은 신자들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 원주교구 횡성본당 안흥공소
산골공소에 넉넉한 믿음의 자양분
구독능력 없어 발만 ”동동,,
농촌살리기에 앞장서는 신문되어주길
호소기사 읽고 기도로 동참
『가톨릭 신문을 기다립니다』
신앙생활 조건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남다른 믿음을 갖고 생활하고 있는 원주교구 횡성본당(주임=조규남 신부) 안흥공소 신자들은 신앙에 대한 갈증만큼이나 가톨릭신문을 기다리고 있다.
『가톨릭신문은 우리처럼 시골공소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책은 읽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반해 가톨릭신문은 쉽게 성서, 교리, 교회소식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신앙생활에도 도움을 줍니다』
우리나라 농촌현실이 그렇듯 안흥공소에도 젊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노인들과 아낙네들이 전부였다. 30명 정도의 신자들이 주일 공소예절에 참가하고 있는 안흥공소 신자들에게 가톨릭신문은 매주일 교회소식을 알게 해주는 신앙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올 4월1일자로 창간 66돌을 맞이하는 가톨릭 신문. 오지 공소의 가난하지만 풋풋한 신앙을 갖고 있는 신자들에게 충실하지 못했다는 자성(自省)의 소리도 높지만, 어째든 교회소식과 신앙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자양분을 제공해 왔다는 점에서『가톨릭신문이 큰 역할을 해왔다』고 안흥공소 신자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원주교구 공소 사목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안흥공소 박희홍(이냐시오ㆍ56세)씨는『가톨릭신문을 10년이 넘도록 보고 있다』며『가톨릭신문은 우리들의 신앙생활에 절대적인 도움을 준다』고 말하고 아울러『이 좋은 신문을 왜 신자들이 안 보는지 모르겠다』며 반문했다.
『신자들이 어력이 안돼 신문 구독을 못하는 것 같다』고 진단하는 박희홍씨는 그래서『공소 게시판에 가톨릭신문을 스크랩해 신자들에게 알리고 있다』며『우리 신자들이 가톨릭신문을 통해 신앙의 성숙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가톨릭신문의 구독료가 일년에 2만5천원이지만 오지 공소 신자들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빚만 늘어가는 농사일을 그만두고 하루종일 인근공장에서 남녀 노소 구분 없이 일용노동을 하며 자녀교육과 생계를 이어가는 안흥공소 신자들에게는 단돈 만원이 아쉬운 상태. 더군다나 자녀들의 교육으로 대부분이 도회지에 방을 얻어, 이중살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도시신자들에게 얼마 안 되는 신문대금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살리는 길은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하는 박희홍씨는『이 같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공소 신자들과 나눔의 일환으로 가톨릭신문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이러한 면에서 그동안 도시본당에서 오지 공소나 지방교구와 여러모로 나눔을 실천해 왔지만 신앙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신문보내기에는 인색하거나, 등한시한 것이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아무런 아쉬움 없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도시본당 신자들이 사랑과 나눔의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도 시골공소에 신문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나눔의 또 다른 형태일 것.
한편 안흥공소 이명숙(윳따ㆍ36세)씨는『신자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의 모범이 되지못해 부끄럽다』고 말한 후『가톨릭신문 기사 중 미담이나 호소기사를 접할 때마다 내 신앙을 다시 한 번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이명숙씨는 또『가톨릭신문에 실린 어렵고 불쌍한 이야기를 접할때면 경제적으로 돕지는 못하나 기도중에 기억하곤 한다』며『가톨릭신문이 어렵고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많이 소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모여앉아 성서공부를 하고 있는 안흥공소 신자들은『소공동체로 성서공부를 시작한 것이 13년 전인 1980년부터』라며『지금 서울대교구에서 2천년대 복음화의 일환으로 소공동체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는 소식을 가톨릭신문을 통해 들었다』고 말하면서『하지만 이 촌구석에서는 벌써 13년 전에 기초공동체 운동을 실시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전체신자 중 10명에서 13명이 몇 년 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안흥공소 성서공부반은 비단 공부뿐 아니라 생활에서의 어려움, 신앙적 갈등, 문맹으로부터의 해방 등 초대교회의 생활공동체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타 공소와 본당에 귀감이 되고있다.
이에 대해 안흥공소 회장 심의선(다르치시오ㆍ72세)씨는『70년도 중반, 신자들이 없어 공소가 문을 닫을 뻔했다』고 회고하면서『아마도 우리 공소가 지금껏 유지되고 있는 것은 성서공부를 통해 사랑과 나눔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라며 흐뭇해했다.
『매주 공소예절 때 신자들앞에서 강론을 하기위해, 성서공부 지도를 하기 위해 가톨릭신문을 빠짐없이 읽고 있다』는 박희홍씨가『가톨릭신문에서 계속 보도되고 있는 우리밀 살리기 운동, 생명운동 등이 결국 우리 농촌을 살리는 길이요, 공소를 살리는 길』이라며『가톨릭신문이 우리농촌과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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