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위 성인이 탄생된 지 10년, 세월이 흐름에 따라 성인 탄생의 기쁨도 희석되고 그만큼 순교자 신심도 퇴색되어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톨릭신문은 순교자 성월을 시작하면서 순교자 신심을 보다 다양하게 현양하기 위한 문화활동의 현주소를 찾아보았다.
『순교자 성월에 대한 별다른 느낌은 없습니다. 이는 저뿐 아니라 대부분 신자들이 순교자에 관련된 분위기조차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는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한 청년의 대답이다. 이는 비단 이 청년의 마음가짐이라기보다 순교자 성월을 맞는 신자들의 공통된 의견일지도 모른다.
1984년 우리 교회는 103위 한국 순교성인을 모시면서 9월을 한국 순교자성월로 지정, 순교자의 정신과 삶을 본받아 신앙 쇄신의 계기로 삼는 달로 정했다.
그러나 오늘날 일반 신자들이 2백 년 전의 시대를 살았던 순교선조들의 숨결을 느끼고 삶의 거울로 삼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을 볼 때 시대를 뛰어넘어 순교자의 신심을 새롭게 하는 방법으로는 일반 신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되는 문화활동을 통한 방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국 교회는 음악ㆍ영상매체(영화ㆍ비디오ㆍ테이프)ㆍ연극ㆍ미술ㆍ문학 등의 활동영역에서 순교자 신심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미약하다.
천주교 2백 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한때 활발했던 문화활동이 주춤거리고 있고 올 순교자성월 역시 이들에 대한 문화적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음악의 경우 순교자 신심을 높이는 음악회나 연주회 순교합창제 등의 문화행사는 거의 전무하여 총괄하는 기구도 없는 실정이어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 순교자 축일에 로사리오성가단(단장=이종철 신부)이「103위 성인순교자 현양 마당극」을 개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으나 전 교회적 분위기로 확산되기 위한 후속 프로그램이 없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순교자들의 신심을 문화매체를 통해 신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교회 내의 많은 이들은『교회 내에 문화분야를 총괄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 이들은 가장 자연스럽게 생활 주변에서 순교자의 신심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지원하에 성인들의 모습을 담은 성인화 전시회나 순교시 낭송회 개최 등의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더욱이 연극이나 영화는 다른 문화매체보다도 신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천주교회가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제대로 된 순교극, 또는 성인의 생애를 담은 영화가 보기 드문 현실이다.
순교를 주제로 한 연극이나 영화는 신자들에게 순교자 신심을 높여주며 특히 비디오 테이프의 보급율이 매우 높은 요즈음 이 분야의 개발이 시급하다.「성인들의 땅」「새남터의 북소리」「김대건전」등 순교자와 관련된 영화나 비디오 테이프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하다.
문화는 시대와 역사를 반영하면서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감성적인 총체를 드러낸다. 환난과 핍박 속에서도 믿음의 씨를 뿌린 우리 순교성인의 신앙을 현실과 연결시키는 문화는 토착화와 맥을 같이하면서 우리를 찾는 인식을 기초로 문화 전반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 순교자 신심의 재정립을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계획 아래 문학ㆍ음악ㆍ미술ㆍ연극ㆍ영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상호 유기적인 활동이 요망된다. 이와 함께 성지순례 위주의 사목방향에서 탈피, 각 교구 및 본당에서도 한국 성인ㆍ순교자ㆍ순교사 등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 홍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9월 순교자성월을 시작하면서 문화매체를 통해 신자들에게 순교자 신심이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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