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해요 설날에 건강하세요』. 동화그림 작가 서진선(마리아 막달레나ㆍ32)씨의 10여 평 규모 작업실에는 7살 된 딸 현진(마리아)이가 쓴 서투른 말씨의 그림카드가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서씨가 작업을 하는 동안「나도 작가」라며 옆에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현진은 서진선씨의 가장 큰 팬이자 모니터이기도 하다.
『엄마가 그림 그릴 때 제일 보기가 좋아요. 그리고 생쥐 사람 등 무엇이든 잘 그리니까 엄마 그리는 것은 다 좋아요』엄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현진은『엄마 얼굴을 만지며 자야 하는데 엄마가 바빠 같이 잠을 못자는 경우가 많아서 불만이에요』라고 말한다.
KBS 방송작가인 김현종씨와의 사이에 현진이를 두고 있는 서진선씨는 현진이와 동화그림 등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심리를 배우기도 하고 엄마의 입장에서 현진이 또래의 아이들을 위해 작품을 구상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은 현진이 아빠는 그림에 문외한이지만 서씨가 하고 있는 일에, 딸 현진과 부인의 공동 그림작업(?)에 대해 지지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서진선씨는 현진이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도 자신이 그린 그림책들을 보여주는 등 아이들의 반응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현진이의 경우 자신의 눈에 조금이라도 이상하면「그림을 못그렸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고 서씨는 들려줬다.
엄마의 작업실이 현진이의 놀이터가 된 나이 때부터 그림을 가까이 해서인지 현진은 얼마 전 KBS TV 유치원 그림 그리기 대잔치에 출전 특별상을 타기도 했다.
엄마보다 스케치북을 더 많이 쓰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물감 붓 크레용 등을 친숙해 하는 현진을 보고 서씨는『아직 잘 그린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자유스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가르친다기보다는 혼자 그림을 그리면서 놀도록 놔두는 편입니다』라고 얘기한다.
서진선씨가 어린이 동화그림작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7년여 전이다. 응미과를 졸업하고 잡지사 등에서 근무를 하다가 85년 발행된 어린이를 위한 동화편지「동화여행」일을 하면서 아이들 그림과 친숙해졌다.
이때부터 3년 정도 동화여행 일을 하다가 바오로딸수녀회에서 발행하는 아동 도서를 보고 교회 출판사의 동화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는 서씨는 우연히 이 바람이 이루어져 지금껏 일해오고 있다며「하고 싶다」고 청한 일을 하느님이 들어주셨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을 보고 있으면 막연히 좋았어요. 천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하죠. 그리고 이 작업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훠꼴라레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서씨는 교회 일을 하면서 동화그림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더욱 느끼게 되었고 그림을 통해 아이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심어주려 노력한다고 전한다.
언젠가 다윗과 골리앗에 대한 그림을 그리다가 다윗이 작은 돌멩이로 골리앗을 치는 장면에서「작은 돌멩이도 못돼는 자신을 하느님께서 도구로 써주심」이 무척 감사했다고 말하는 서진선씨. 주신 만큼 더 잘하지 못해 늘 하느님께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인다.
『딸 현진이만 하더라도 무엇이든 주는 대로,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받아들이죠. 이런 모습들을 볼 때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심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어요』
상업성에만 치우친 질 낮은 동화들을 볼 때면 이런 작가들도 아이들을 키울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히는 서씨는 그런 면에서 현진이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 때론 시간상으로 더딜 경우도 있지만 옆에 있는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주고 싶은 것처럼 그림을 그리면서도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고 얘기한다.
현진이네 집의 좋은 가정을 만들기 위한 철칙이라면 서로가 이해하고 자유스럽게 놓아두는 것. 서진선씨나 현진이 아빠의 경우 창작활동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서로간 활동과 작업에 대해서 개방적인 편이고 육아문제에 있어서도 현진이의 의견을 존중, 하고 싶은 걸 하도록 옆에서 지켜봐 준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작업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볼 그림이니까 하느님이 알아서 잘 그리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는 서진선씨는 앞으로 더 좋은 동화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성서 공부 등을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정말 좋은 그림을 그려 아이들에게 좋은 심성을 남기고 싶고 만화같이 웃지는 못해도 아이들이 재미 있게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엄마가 그린 그림들을 가져와서『우리 엄마가 그린 것』이라며 자랑하고『우리 아빠는 착하다』며 쉴 새 없이 얘기하는 현진과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작업을 하는 서진선씨의 가정은 기도와 대화가 어우러진 젊은 가정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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