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행해지는 사회봉사의 정신은 한 나라의 인권과 문화 정도, 연대의식, 교육, 복지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사회 안에는 갑자기 사회봉사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졌다. 한 일간지는 연일 봉사활동의 구체적인 내용을 신문지상에 소개하고 캠페인으로까지 전개하며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룩하자는 취지에서 무척이나 바람직한 일이다. 누구보다 사회봉사에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해왔던 가톨릭교회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때 맞춰 신자들에게 사회봉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조직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호부터 3회에 걸쳐 ①교육이 필요하다 ②사회봉사, 가정에서부터 ③사회봉사로 교회가 성장한다의 순으로 사회봉사의 확대를 위한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본다.
신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웃 사랑의 실천에서 사회봉사를 실시한 경험이 있고 또 사회봉사로 꾸려지는 사회복지시설이 전부이다시피한 가톨릭교회는 갑자기 달구어진 사회봉사의 열기가 참신하다기보다는『늘 우리가 하던 일인데』하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사회봉사에 대한 보람과 기쁨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이번 기회에 나름대로 사회봉사에 우위에 섰던 가톨릭교회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조직화와 전문적인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로써 사회봉사에 임하는 신자들의 태도와 자질을 한 차원 높이는 한편 보다 많은 신자들을 본당 및 지역사회 안의 사회복지시설로 끌어들여 지속적인 사회봉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교회의 관심과 함께 프로그램 개발 등 적극적인 지원과 독려를 요청하고 있다.
『이제 자원봉사자도 전문화 시대입니다. 장애인, 노인들에게 찾아가 가사 보조나 말벗이 되어주는 단순한 사회봉사조차도 청각, 시각, 지체, 정신지체 분류별로 나눠 이들의 장애 특성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자활을 도와줘야 하는지, 또한 노인들의 문제는 무엇이며 사회,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교육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사회봉사를 실시하기에 앞서 그저 기본교육 차원에서 포괄적이고 단편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형편이거든요. 사회봉사를 실시하면서 계속적인 재교육을 실시할 때 잦은 교체와 자질 부족이라는 자원봉사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 자원봉사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이현숙(헬레나)씨의 지적이다. 급속한 사회 변화에 따라 사회문제는 다양해지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려는 기관이나 단체는 부족하고 또한 이러한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의 책임과 비례해 점차 복지 부담은 커져가고 있다. 그렇다고 사회문제를 그냥 방치할 경우에는 공동체 사회와 개인의 자유가 위협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문제는 바로 우리들의 문제라는 인식과 함께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헌신할 인력이 요구되고 있다.
먹고 살기 바빴던 80년대 이전에는 사회봉사라는 말은 우리에게 생소하기만 했다. 그러나 점차 생활이 윤택해지고 여가에 대한 개념이 확산되면서 자기 성장과 자기 실현을 위해『나 아닌 다른 이를 위해 무언가를 함으로써 보람을 얻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다. 특히 가톨릭교회는 항상 소외된 자나 고통 받는 이웃에게 자선을 베풀도록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신자들은 대부분 종교적 신념의 발로로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사회봉사에 많이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사회봉사에 눈을 뜨게 되고 사회복지시설 또한 전문화ㆍ다양화됨에 따라 주부들이 고아원, 양로원 등에서 빨래나 말벗이 되어주던 예전의 사회봉사와는 달리 그 대상이나 활동 내용이 무한히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현재 교회 안에서 사회봉사를 실시하고 있는 정확한 인원 수는 집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그 활동 내용도 가정호스피스 전화상담 재가노인 및 재가장애인들을 위한 활동 등 아동 및 청소년 미혼모 불우여성 장애인 노인 등이 살고 있는 시설이나 복지병원 등 복지시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서울 장애인종합복지관의 경우 매월 정기적으로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약 1백70여 명으로 물리치료 보조 사무 보조 노력봉사 전화상담 번역 컴퓨터 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들은 기본 자질 훈련 및 1년에 한 번씩 소양교육을 받고 있다. 컴퓨터 및 장애인 재활에 전문적인 봉사를 실시하는 이들은 분기별로 보수교육을 받는다.
영세민ㆍ행려자 무의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성가복지병원에는 무려 9백여 명의 봉사자가 있는데 청소ㆍ빨래 등 손 쉬운 봉사를 실시하는 이들에서부터 의사 약사 의료 기사도 참여하고 있다.
성모자애보육원에는 노력봉사 및 청소년들에게 공부를 지도해주는 대학생 등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잦은 교체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를 대비해 봉사자에게『1년 이상 봉사하겠다』는 다짐을 받는다.
서울 가톨릭사회복지 나눔의 전화에는 약 1백20여 명이 상담원으로 봉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가정호스피스는 약 60여 명이 활동, 자주 보수교육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 이외에도 최근 사회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무공해 비누 제작, 환경교육 등의 활동에 투신하는 자원봉사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가정이나 시설 방문 환경운동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유해환경에 대한 감시운동, 성교육 및 약물 예방 등 교육활동 교통정리 후원금 기탁ㆍ헌혈 및 장기기증 등의 활동도 폭 넓게 사회봉사의 범주에 들어간다.
최근 내전으로 최악의 기아와 질병을 겪고 있는 르완다 난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사회봉사의 일환이다.
서울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을 담당하고 있는 곽재복(제노)씨는『가톨릭 신자들의 경우 순수한 열의와 자질은 충분하지만 체계적인 조직화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금세 열성을 잃기 쉽다』고 지적한다.
서울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 이원규 신부는『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절실하다, 교육을 통해서만이 조직화를 이룰 수 있지만 아직 여건이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다』고 전한다.
그래도 사회봉사를 실시하고 있는 신자들의 체계적인 교육, 조직화와 관리는 그리 요원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잠재된 자원봉사 인력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회 안의 한 사회복지 관계자는『우선 본당 주임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본당이 지역사회 안의 복지시설과 연계를 가지며 주임신부가 강론 및 단체 지도를 통해 사회봉사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물론 교회의 성장도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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