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예수께서는 유다땅에서 여행하며 전교활동을 하고 계신다. 예수께서 9월에서 10월 사이에 예루살렘에서 있은 장막절에 참석했다가 (요한7,14이하: 대목149참조) 돌아오는 길에 갈릴래아로 돌아가지 않고 유대아땅에 계속 머물러 계셨다. 이것이 그의 전교 활동 마지막 해이고 이제 예루살렘에 다시 올라 가시면 유대아 땅에서 전교로 마지막이다.
그로부터 2년전 유대아땅은 예수의 전교활동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준비작업이 펼쳐졌었다. 세례자 요한이 선구자로서 예수의 길을 닦았고 예수의 세례와 40일의 피정이 있었던 지방이다. 그리고 갈릴래아에서의 전도여행동안 행한 여러가지 기적과 가르침은 유대아 땅에도 잘 알려져 있어서 이번 마지막 전도의 해를 맞아 예수를 다시 맞은 유대아인들은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요한은 이들을 유대아인들이라고 부르고 루가는 이들을 주로 율법학자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예수께서 가시는 곳마다 그를 괴롭혔다. 예수께서는 갈릴래아에서처럼 들이나 산, 바닷가에서 설교하시지 않고 도시나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길가 혹은 집안 또는 안식일에는 회당에서 가르치셨다. 지금은 늦가을 또는 초겨울이라서 날씨관계탓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 주로 저녁녘에 등불을 켜놓고 설교하셨다.
도시와 시골 동네를 두루 다니며 설교하셨다는 것은 그의 복음이 어두운데서 밝은 데로 (루가12.3)한 지역에서 세상 끝까지 퍼져 나가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음전파의 길은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그 곳은 예수의 십자가 고난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며 영광스러운 부활의 승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그후부터 예루살렘은 지상에서 그 자취가 없어지고 온 세상사람들의 고향이 될 천상 예루살렘으로 변할 것이다. 이 길은 예언자들이 걸었던 고난과 영광의 길이었으며 예수의 제자들이 스승 예수를 따라 걷게 될 복음의 길이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도착하신 것은 동지섣달 성전 봉헌절 때였다. 이 축제는 오늘날도 유대아인들이 국가적인 경축일로 성대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 기원은 기원전 165년 키슬레브달 25일에 유대인들의 영웅 유다스 마카베우스가 시리아적군들에 의해 유린된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복구한 것을 기념하는 축제이다.
시리아의 왕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는 자기 점령지의 통치수단으로 헬렌 문화와 생활양식을 강요하였고 유대아에는 할례를 폐지시키고 온갖 종교제례를 금지시켰다. 기원전 167년에 는 종교박해가 절정에 달하여 예루살렘 성전을 더럽히며 제단을 제거하고 그 대신 그리스의 신 제우스 올림피오스를 세우고(마카I,1,54:마카II,6,1~7)제사를 올렸다. 이것이 「파멸의 증오상」(마카 I,1,54-59:다니9,27:11,31:마태24,15)이라 불리는 이교도의 우상이다.
3년후에 유대아인의 지도자 유다스 마카베우스가 적군을 물리치고 성전을 다시 복원한 것을 기념하는 축제를 12월 동지에 지냈다. 지금으로 말하면 성탄 절기에 해당한다. 처음에는 과월절 오순절 장막절과 같이 율법에 의한 법정축일은 아니었지만 횃불을 밝히고 8일동안 성대하게 지냈다.
이 축제에 상경한 예수는 성전 외곽을 둘러 싼 행각중 솔로몬 행각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유대아인 지도자들은 이 광경을 발견하고 몰려와 예수를 에워쌌다. 그리고 예수께 또 한번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정녕 메시아인가? 지금 명확한 대답을 하시오」이 질문은 예수께서 로마군인들에게 체포되어 가야파 대제관 앞에서 심문받을 때 심문당한 내용이다. 『그대가 과연 찬양 받으실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인가?』 (마르 14,61)
이 때에 예수께서 비로소 『그렇다』라고 명확한 대답을 하였고 이 대답이 죄목의 증거가 되어 십자가형에 처해졌다. 메시아라는 명칭은 유대아인들에게는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말이다. 본디 이 말은「기름 바른자」라는 뜻으로 이스라엘 왕으로 「하느님의 임명을 받은 자」 라는 뜻이다. 이러한 뜻으로 구약성서에 이 말이 이스라엘의 왕을 지칭하며 39번 사용되었다. 때로는 대제관을 지칭하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역사성을 지닌 메시아라는 말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찬란하였던 다윗왕가를 지칭하게 되었고 그 왕권은 영원하다는 하느님의 약속을 예언자들을 통하여 확인시켰다.
그후 다윗왕조가 무너지고 이스라엘 백성이 외세에 유린되면서 「다윗의 뿌리」라고 표현된 메시아는 언젠가는 다시 나타나(엘리야가 나타난다고 그들은 믿었다)이스라엘 왕국을 재건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이 기대는 민족적이며 동시에 종교적이었다. 메시아가 다시 나타나면 주위의 적들을 물리치고 시온에 영광스러운 이스라엘 왕국을 세우고 선악을 가리어 하느님의 심판을 할 것이라는 기대속에 유대아인들은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이 메시아의 시기를 분별하는 것은 랍비 등의 일이었다. 그러니 메시아에 대한 소문은 유대아 지도자들에게 몹시 신경스러운 말이며 그것은 로마의 점령하에 있던 당시 현실에서 볼 때 어느 모로 보면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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