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부터 버려진 생명에 사랑의 숨결을 불어넣는 성가정입양원 자원봉사자 장정순(루시아ㆍ서울 정릉본당)씨.
장씨에겐 서울시 성북구의 성가정입양원을 찾는 금요일이 주중 제일 기다려지는 날이다.
매주 금요일만 되면 장씨는 남다른 부지런을 떤다.
이른 새벽, 기도를 끝낸 장씨는 조심스레 머리를 빗고 몸을 씻은 후 속옷부터 깨끗한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혹 자신의 부주의로 아기들이 세균에 감염될까하는 걱정스러움 때문이다.
오전 10시면 십여명의 서울 정릉본당 봉사자팀과 함께 정확히 성가정입양원을 찾는 장씨는 가장 먼저 손을 씻고 또다시 성당을 찾는다. 새벽에 드린 정성이 혹 미진할까봐 장씨는 유난히 성당에 들리길 고집한다.
그날의 복음말씀을 묵상하고 「아기들을 위한 자원봉사자의 기도」와 함께 성가를 노래하고 가운으로 갈아입은 정릉팀은 각각 숙희 혁이 준이 등 40여명의 엄마가 된다.
40명의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똥산 기저귀 빨래와 아기방 대청소를 하고 나면 금새 하루가 지난다.
『레지오 봉사활동으로 우연히 성가정입양원을 찾게 됐다』는 장씨는 그것이 인연이 돼 89년 3월부터 지금까지 3년간 한 주도 빠짐없이 이곳 입양원 아기들의 엄마 노릇을 하고 있다.
장씨는『처음 이곳에 와서 아기들을 받아 않을땐 못난 선입견 탓인지 그렇게 주저될 수 없었다』며 회상하고 『이젠 모성적인 마음때문인지 한 주도 빠질수 없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아기들이 아플 때, 버려진 기형아를 수녀님이 안고 들어올 때 제일 가슴이 아프다』는 장씨는 유난히 지체부자유 아기를 챙긴다.
선뜻 기형의 몸에 손데길 꺼려하는 봉사자들의 낭패감을 돕기 위해, 무엇보다도 아기들이 본능적으로 혹 이를 알고 상처받을까봐 장씨의 손길이 가장 먼저 기형아들에게 와 닿는다.
장씨가 손은 쳐저있고 다리는 쳐틀려 마름모꼴로 사지가 뒤틀려있는 숙희의 엄마가 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온몸이 뒤틀려진 숙희를 1년 넘게 온갖 정성으로 돌봐온 장씨는 숙희의 말문이 열리고 차츰 다리가 펴져 보행기에 앉을수 있게 되자 더할수 없이 기뻤다.
『보행기에 앉아있는 숙희가 나를 알아보고 쳐진 팔을 입으로 물고 악수를 청할 때 숙희 엄마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는 장씨는 특수치료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숙희가 하루 빨리 완치되어 귀국하길 손꼽아 기다린다.
『아기를 씻길때 그 작은 가슴에서 들려오는 심장의 박동에서 생명의 신비를 체험한다』는 장씨는『아무탈없이 자라나는 아기들이 참으로 고맙다』 고 눈물겨워했다.
장씨는『하루에도 서너명의 버려진 아기들이 이곳에 실려온다』면서『한순간의 불장난이 천진한 아이들에게 이토록 엄청난 비극을 가져온다』고 슬퍼했다.
『낳은 정, 기른 정이 서로 다름을 성가정입양원에 와서 절실히 체험했다』는 장씨는 『이곳 버려진 모든 아기들의 훌륭한 엄마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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