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권한으로 이러는가,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일이 옳은가 라는 문제에 대한 토론에 뒤이어 오늘 이야기는 예수의 수난 직전 적대자들과 세 번째 문제에 대한 토론이 전개된다. 이 일련의 토론에서 예수께서는 새로 나는 하느님의 백성이 곧 탄생할 교회이며 주님이시라는 것을 가르치려는 것이었다. 새로 나는 교회는 주님의 수난을 본받아 겪어야 했고 수난 중에서도 새 세상에 다시 태어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라는 신앙이 필요했다.
그래서 오늘의 토론은 사후 부활에 대한 교리가 될 것이다. 예수의 적대자들은 처음부터 바리사이파 사람들이었고 그들 편에 있던 율법학자들, 그리고 그 위에 백성의 장로들과 제관장, 산헤드린의회가 있었다. 예수에 대한 적개심이 극에 달했을 때 예수를 체포할 법적 증거를 확보하려고 그들은 반대파인 헤로데 당원들과도 손을 잡았다. 그들의 온갖 음계가 모두 쓸모없게 되었을 때 또 하나의 적대세력인 사두가이파가 등장하여 예수와 교리상의 토론을 벌인다.
사두가이파는 솔로몬왕 대제관 사독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유대아의 귀족계급이며 에제키엘서에서 경건한 레위족이라고 칭찬하고 있으나 (40, 46:44, 15∼16) 마카베오시대에 바리사이파들이 세력을 증대함에 따라 예수시대에는 그들 세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호응을 받지는 못하였다. 그들은 사회 정치적으로는 침략군 시리아와 로모와 썩 잘 어울렸고 종교적으로는 모세와 그 율법을 글자 그대로 신봉할 뿐 그 이상의 해석이나 전통적인 신앙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은 영혼의 불멸성, 육신의 부활, 천사들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사도 4, 1∼2:23, 6∼9). 그들은 현실을 존중하는 현세주의자들이었다. 이 점에서 그들은 바리사이파들과 반대 입장에 있었다. 모세의 율법은 이 세상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규정하면서 사후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표명하지 않았고 결혼생활은 인류 존속이란 자연법칙을 주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이혼증서를 써주는 법과(신명 24, 1) 수혼법이라 하여 한 여자가 자식없이 남편과 사별하였을 때 그 대를 잇기 위하여 시동생과 결혼해야 하는 법이 있었다. 그것은 이스라엘에서 대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신명 25, 5∼10).
토비트서에는 라구엘의 딸 사라가 남자와 결혼하는 족족 죽어서 일곱 번이나 결혼했다는 기사가 있다 (3, 8:6, 14). 그러나 사라의 일곱 번 결혼은 시동생과의 결혼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여튼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당시 사후의 육신부활을 믿지 않는 그리스인들과 같은 의견이었고 모세율법의 수혼법을 그대로 따르는 자들이어서 예수께 제법 논리적이기는 하나 가상적인 질문을 던졌다. 수혼법은 이 세상에서는 통하지만 만일 부활이 있다면 저 세상에서는 그 여자가 누구의 아내가 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이 문제는 바리사이파와 랍비들에게도 정답을 얻을 수 없는 문제였다. 사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모세율법 이후의 구약성서 말씀대로 육신의 부활을 믿고 있었다 (이사 26, 19: 다니 12, 1∼3 : 시편 73, 24). 그러니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어려운 질문에 예수께서 어떻게 대답하는가 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예수의 대답은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편협된 성서 인식을 바로 잡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성서의 말씀은 단편적으로 한 곳만 떼어서 읽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로 하느님은 영원히 살아계신 분이며 따라서 산 자의 하느님이지 죽은 자의 하느님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모세에게 계시하신 하느님은 아브라함의 하느님이며 이사악의 하느님이며, 야곱의 하느님이다(출애 3, 6). 그러니 죽은 성조들의 하느님이 아니고 생명의 나라에서 살아있는 성조들의 하느님이시라는 뜻이다.
셋째로 하느님 나라에서는 모두가 천사들과 같은 생활을 한다. 먹고 마시는 일도 없고 자식을 낳고 번식하는 일도 없고 장사하는 일도 없이 의인들은 머리에 화관을 쓰고 하느님의 영광을 즐길 따름이다 (묵시문학의 글). 천국에서는 따라서 장가 드는 일도 없고 시집 가는 일도 없다. 그저 하느님과 함께 살 따름이다.
납세문제 때와 마찬가지로 청중들은 예수의 대답에 경탄하였고 율법학자들은 오래된 난제의 정답을 얻은듯 예수의 대답에 수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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