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평의 작은 공간에서 시ㆍ공을 넘나들며 성자처럼 살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 권베드로씨가 온 몸으로 쓴 편지가 책으로 엮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성바오로출판사가 최근 펴낸 「내가 죽인 예수」는 옥중에서 회개와 속죄의 삶을 살다 46세의 나이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권씨의 서간집으로, 생전에 그를 하느님 앞에 나가 용서를 빌도록 인도한 조효성 할머니와 박문식 신부, 이해인 수녀 앞으로 보낸 편지를 모아 엮은 것이다.
『예수님을 닮으려고 자나깨나 애쓰던 거룩한 사도베드로, 우리는 베드로를 만날 때마다 「작은 예수님」을 만나는듯한 친근함과 엄숙함을 함께 느끼면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슴없이 기도를 청했고, 수도자들도 여러번 베드로에게 어려운 기도를 진지하게 청하곤 했다』고 회고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조효성(안나 78세ㆍ서울반포본당) 할머니. 생전의 권씨에게 영적 어머니 였던 조효성씨는 『사회적으로 덕망있는 사람도 자신의 죽음 앞에서는 유치하고, 비굴 해지기 십상』이라고 전제한 조효성씨는『죄인인 베드로가 죽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죽는 순간까지 사랑이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하루 빨리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효성씨는 또 『베드로는 우리가 그를 위해 구명운동을 할 때도 「나를 살리려 노력하지 말고 나보다 젊은 사람을 살려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로 그는 성인의 모습에 가까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고인이 된 베드로는 이 책을 통해 재소자들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전환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7년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견진성사를 받은 권베드로는 옥중 동료들을 하느님께 인도해 세례를 받게 했으며, 교도소내의 자질구레한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이기도 했다.
『베드로가 사형수들과 함께 안구와 장기기증을 위한 운동도 자청해서 하는등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준비했다』고 말하는 조효성씨는『베드로가 매일 배급되는 밥풀로 십자가ㆍ성모상을 제작해 전해줄 때는 정말 숙연해 지지않을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권베드로는 90년 4월 17일 형집행 불과 몇분 전에 급하게 엽서에 쓴 몇마디 글로 조효성씨에게 작별인사를 남길 수 있었다. 『사랑하는 어머님! 적어도 참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에겐 결코 죽음이 영원할 수 없다는 믿음이 우리의 삶 안에서 살아 있어야 하리라는 마음이 큽니다. …… 따라서 오늘은 제게 있어서 「최대의 승리의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권 베드로는 조효성씨 뿐아니라 교도 사목을 맡고 있던 박문식신부와 그에게 영적인 도움을 준 이해인수녀에게도 수십통의 편지를 띄워 그가 받은 하느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사했다.
교회내에서 사형제도 폐지운동이 활발히 일고 있는 가운데 1989년 권베드로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바 있는 김수환추기경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갇힌 이들에 대한 우리의 그릇된 편견과 아집을 올바로 정립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고 강조하면서 『이 땅에 조속히 사형제도가 폐지되길 주님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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