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당한 여인의 삶을 처절하지만 잔잔하게 그린 스페인의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안나이야기」(원제 : DISPARA)가 8월 27일부터 서울 종로 코아아트홀에서 개봉됐다.
페미니즘 영화인 이 작품은 신문기자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 안나가 3명의 정비공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후 이들을 차례로 살해하고 도주하면서 펼쳐지는 심리 묘사가 절제된 화면 처리와 대사로 감동을 끌어내고 있다. 복수의 방법으로 선택한「살인」이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극한 상황에 부딪힌 여인이 홀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 속에서 애잔한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순수하고 약한 여인 안나가 한 가족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한 가운데 찾아온 마르꼬(남자 주인공)의 품에 안겨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비록 안나가 살인죄를 저지른 죄인이지만 관객들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어떠한 경우라도 살인은 죄라고 규정하는 가톨릭 신자들로서도 한 여성이 처한 상황과 그 해결 방법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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