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3월 20일
최경용 신부님과「북미주 한인 레지오협의회」창립 건을 협의했다. 북미주지역 전부를 한꺼번에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동부지역에서부터 먼저 창립하기로 합의하고 일정과 계획이 수립되는 대로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어제 이병희 주간과의 일이 마음에 걸렸다. 즉시 전화로 사과드리고 평신도로서의 어려움을 서로 위로했다.
■92년 3월 21일
심기가 불편할 때마다 아내에게 자주 전화를 건다.『인꼴라 단원으로서의 활동이 쉬운 줄 알았나요. 성인 된다더니 아직 하나도 안 되었군요. 담배 끊는다더니 오히려 늘었겠네요. 이제 겨우 3개월째 접어들었는데 어떻게 할래요』화난 목소리와 섭섭함의 목소리가 뒤범벅이 되어 나를 마구 강타했다. 그러다가 한동안 침묵….
『부디 힘내세요. 모두들 기도하고 있어요. 식사 거르고 속상해 하며 고생하는 당신을 생각하면… 그러나 힘내셔야죠. 알래스카에서는 어떻게 생활하실래요. 거기는 아틀랜틱시티보다 훨씬 멀고 산간벽지 같은 곳인데 외로워서 어떻게 견디겠어요. 하느님 사업하며 부딪치는 상황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침착하게 처리하세요』
오후에는 장난기가 들어「잠버릇 고쳐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기도문을 만들었다.「본당 주임 최홍길 신부님께 드리는 호소」라는 명칭이 붙여진 기도문을 요셉피나씨 그리고 율리아나씨와 함께 신부님 책상쪽으로 꿇어앉아 낭독했다.
우습기도 하였지만 기도문이라 정말처럼 느껴져 진지한 기운도 감돌았다.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최 신부님이『그 문제는 괜찮아요』라고 말씀하시어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먼 훗날 추억거리나 만들려고 한 행동인데 혹시 마음 상하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 신부님의 나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너무나 지극하시고 신뢰와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아끼지 않으심에 눈물겹도록 감사하고 이 은혜 무엇보다 보답할까 걱정이 앞섰다.
■92년 3월 22일
아틀랜틱시티 아침 8시 주일미사에 참례했다.
오늘은 미사 중의 모든 동작까지 포함하는 꾸르실료의「대화미사 해설」을 하기로 되어 있어 20분 전에 도착, 여러 가지를 준비하여 큰 실수없이 진지하고 장엄한 사순 제3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후「평화의 모후」쁘레시디움 주회 때 조만간에 간부들이 모여서 레지오 단원을 재편성하여 3∼4개 쁘레시디움으로 만들고 체리힐과 꾸리아를 합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신부님은 체리힐에 가시고 나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오후 4시 이후 귀가시에는 자기 집으로 꼭 연락해 달라는 이상인씨의 메모가 적혀 있었지만 연락하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다음 기회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느 판단이 들어서였다.
모처럼 푹 쉬려고 잠을 청했다. 6시경에 눈을 뜨니 몹시 시장했다. 최 신부님께서 전화로 체리힐로 오라시지만 너무 멀어 그냥 밥을 지었다. 반찬이 없어 토론토의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사무장과 김 마리아 단장이 와서 된장국과 김치를 장만해 주었다.
■92년 3월 23∼25일
뉴욕 브롱스의 남해근 신부님이 아틀랜틱시티에 사순절 특강을 위해 오셨다.
「믿을교리」「지킬계명」「성총을 얻는 방법」등에 대해 2일간 강의할 계획이었다. 한민족의 종교 심성과 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종교 발전사를 잘 알게 돼 무척이나 기뻤다.
변기영 신부님이 갑자기 오셔서 천진암과 강학회에 대해 특히 초기 한국 교회 신앙선조들의 신앙 배경과 신심에 대해 좋은 말씀을 1시간에 걸쳐서 해주셨다.
■92년 3월 27일
예비자 교리가 저녁미사 후 바로 시작되었다. 신부님과 모든 신자들은 십자가의 길을 하고 나는 예비자들을 안내하여 강의실로 가서 예비자 교리 제3교시「인생론」을 강의했다.
쁘레시디움 주회가 끝나고 울뜨레야까지 마치니 새벽 2시 30분이었다.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기사교육 계획을 검토했다. 그저께 새벽까지 협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실제 성문화하여 소요 경비까지 자세한 산출을 끝내니 아침 7시였다. 대략의 모양새는 갖추어졌다.
그동안 말로만 해오고 머리 속에서만 맴돌던 강의 제목, 강사 신부님들의 명단, 평신도 강사, 각종 신심행사, 주관자의 명칭 등 여러 세부 사항들이 다 글로 표현되고 보니 정말 실감나고 또 이대로만 이루어지면 보람된 일이라 생각되어 가슴이 뿌듯했다.
그러나 앵커리지와 라스베가스에서의 인꼴라마리애 단원으로서의 활동 계획이 겹치니 어느 것부터 먼저 해야 될지 걱정이 앞선다.
■92년 3월 28∼29일
황경아(체칠리아)씨가 뉴욕 퀸즈본당에서 사순절 여성 피정 지도차 오시어 근 6년 만에 만나게 되니 무척 반가웠다. 언제나 검소하고 소탈하시며 열심히 생활하시어 모든 이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진 강의는 매우 인상 깊었다. 말씀의 전례, 십자가의 길, 그룹 작업 등을 도우며 나도 모처럼 좋은 피정에 동참했다.
29일 피정을 마치고 신부님, 황경아씨, 피정 참가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앵커리지 여성 1차 꾸르실료에 대해 협의하던 중 최 신부님이 내가 잠이 부족한 것을 아시고『일찍 갑시다』하시어 이곳에 온 이후 처음으로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92년 3월 30일
내일 실시할 아틀랜틱시티와 체리힐 양 본당 합동 아치에스 준비를 했다.
어제 일찍 잠을 잔 덕분에 아침 일찍 기상하여 많은 일을 할 수가 있었다. 아틀랜틱시티에 들러 아치에스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그리스도의 모후」쁘레시디움 주회를 참관하고 돌아왔다.
■문태준 단장 연락처
Paul T. Moon 7250 yonge st. #606 Thomhill Ontario L4J7X1 CANADA
TEL(905)881-8837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