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한해동안 교회가 해온 가장 인상깊었던 일은 무엇이며 또 계속적으로 해야 할 일은 어떠한 것인가 질문한다면 신자들은 한결같이 낙태반대, 사형제도 폐지, 우리밀 살리기, 우리상품쓰기운동 그리고 시한부 종말론 등을 손꼽을 것이다. 이에 본보는 한해를 결산하고 더욱 하느님 나라를 닮은 새해, 새교회상을 희망하는 뜻에서 대림 첫주일을 기해 이땅의 복음화를 위해 애써온 흔적들을 5회에 걸쳐 되새겨 보고자 한다.
이땅의 복음화와 정의구현에 앞장서온 한국교회는 보이지 않는 생명을 지키기위해, 태어나지 않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기 위해 또한번 시대적 양심으로 일어섰다.「형법개정안 제135조 폐지낙태반대 1백만서명운동」. 한 교파의 종교적 외침이 아니라 사회의 기본권임을 알리는 역사적 사회운동의 시작된 것이다. 누구도 감히 내뱉지 못했던 낙태반대의 외침과 어느 단체도 함부로 엄두내지 못했던 1백만 서명운동을 한국천주교회는 3개월만에 달성함으로써 세상사람들을 또한번 놀라게 한 것이다.
한국교회 최고장상들의 모임인 주교단이 태아생명수호를 위해 실정법폐지를 들고나와 낙태반대를 주장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한 것은 한국교회 2백년사상 전대미문의 큰 사건이었다.
추기경에서 부터 주일학교 어린이까지 모든 신자가 참가했던 이번 나태반대 1백만 서명운동은 우리사회에 낙태가 명백한 살인행위임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형법개정안 제135조의 존폐여부를 떠나 국민들의 마음에 낙태가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부각시킨 점에서 그 공이 크다 하겠다.
더불어 이번 낙태반대 서명운동은 그 사회의 도덕성을 저울질하는 하나의 척도인 낙태율이 세계1위이고, 여간 1백 50만명이상의 태아가 살해되는 우리나라의 비극적 현시를 국민들 마음에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국천주교회는 산아제한과 낙태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은 1961년 9월부터였다.
61년 9월「인구문제와 산아제한」 이란 주교단 사목교서를 발표하면서 한국교회는 모자보건 법과 임신중절, 인공유산, 불임수술 등에 대해 많은 교서를 발표하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은 구체적 대안없이 단발에 그쳤을 뿐이었다.
그러나 92년 4월 5일 법무부가 낙태허용범위를 완화하는 형법개정안 제135조를 입법예고하자 교회는 수수방관할 수 없었다.
형법 개정안 제135조에 따르면 더이상 기형아는 태어날수 없고 임산부가 마음만 먹으면 아무런 구속없이 강간, 근친상간, 범죄란 이유로 마음 놓고 태아를 죽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한국평협 (회장=이관진)은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 4월 25일 청주가톨릭회관에서 상임위원회를 열고「낙태는 인명 경시풍조의 근원」으로 규정하고, 낙태허용법을 전면 거부해 낙태반대에 대한 교회의 첫번째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위원장=박토마 주교)와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경갑룡 주교)는 5월중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여론에 의해 개인적ㆍ집단적 이유를 앞세워 태아의 생명을 고의로 살해하는 것은 정부존립 목적에 전면 위배된다고 규탄했다.
또한 전사제단이 낙태합법화 반대서명을 함으로써 낙태법반대에 불을 지핀 청주교구는 6월 12일 형법개정안 제135조 입법반대를 선언,「우주보다 더 큰 생명, 낙태는 명백한 살인」을 모토로 본당신자ㆍ지역구민에게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청주교구 사제단의 낙태법폐지 운동은 생명문제를 놓고 교구 차원에서 펼친 첫번째 실천운동이었다.
평신도와 사제단의 낙태반대운동에 고무된 한국 주교당은 7월 13일 CCK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법개정안 제135조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낙태허용법폐지를 위한 1백만명 운동을 선포했다.
형법개정안 135조는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극명한 악법이라고 규정한 주교단은 이와 관련, 보조자료 I II를 잇따라 발표 낙태반대에 대한 정신적 이론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낙태법폐지 1백만 서명운동의 가장 두드려진 특징은 교회실천운동이 자연스럽게 대사회운동으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전국 각 교구본당에서 본격적인 낙태반대서명운동이 실시된 7월 16일 이래로 한달여만인 8월 15일에 50여만명의 낙태반대서명을 받아낸 교회는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가두서명을 전개함으로써 대국민 사회운동으로 확산됐다.
또한 주교단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시작된 낙태반대 1백만 서명운동은 교구차원의 순회강연회, 본당차원의 가두서명, 사회복지단체의 낙태현장고발사진전, 가톨릭학교 차원의 순경교육강화 등 일사불란한 입체
적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응집된 모습으로 사회전반에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각 정당총재들과 성공회 천도교 유교의 지도자들이 낙태반대 운동에 서명함으로써 여실히 증명해 줬다.
서명운동시작 단 3개월만에 1백 5만 9천만명의 낙태반대 서명최종집계자 명단과함께 형법개정안 제135조 삭제청원서를 김수환 추기경과 김남수 주교의 장이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막을 내린 낙태반대 1백만 서명운동은 이시대의 양심으로 한국천주교회가 자리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교회의 생명권 수호의지를 증명한 이번 1백만 서명운동은 단지 이것만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인간생명의 존엄성과 낙태의 죄악을 재천명한 한국교회는 성공적으로 끝난 이번 낙태반대 1백만 서명운동을 발판으로 태아의생명권수호를 위해서▲신자가정의 생명운동 동참지도▲각종 매스컴을 이용한 지속적인 생명분위기 홍보 ▲신학교 수도원 본당에서의 생명문제 재교육 ▲청소년들을 위한 올바른 성교육과 순결교육강화 ▲미혼모의 집, 정박아, 장애자시설 확층등 일련의 생명사업을 모색하고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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