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징벌방을 자주 드나들며 직원들과 주변사람들을 고달프게 하던 인숙이가 이제는 완전히 새 사람으로 성인답게 변화되었다. 어머니들이 인숙이가 좋아하는 군만두를 사다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로 흐뭇한 마음으로 헤어진지 이틀째 되던 예수 부활 대축일 다음날. 그는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갔다.
2천 9백 41명의 정성어린 탄원서를 보낸지 한주일만에『이럴수가 있을까?』 말문이 막히고 믿어지지 않았다. 이럴때마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법앞에 무능함을 절감하며 심한 허탈감에 빠지곤 한다.
성체앞에 앉아「용서해야지, 용서해야지」하면서 무죄한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인류를 위한 속죄 양으로 바치시고 십자가 밑에서 소리없이 통곡하시는 성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90년 4월 3일 유난히 봄볕이 화창하여 더욱 서럽던 날 전국서 16명 형제들의 집행이 있었다.
우리는 침식을 잃은채 서둘러 구치소 상담실로 갔다. 집행이 시작되어 끝마치는 시간까지 그 날 세상을 떠나는 형제들을 하느님께 홈없는 제물로 잘 보내기 위해 계속 기도를 바쳤다. 신부님 두 분이 입회 할 검사님을 기다리다가 서둘러 집행장으로 갔었을 때, 연락이 엇갈려 그냥 집행하려고 보자기를 씌운것을 신부님께서 황급히 벗기시니 인숙이도 자연스럽게 활짝 웃으며「저 괜찮아요 신부님!」 하며 오히려 위로 해드리더라고 했다.
사형 집행장에서는 입회한 검사 두명이 판결문을 놓고 심문을 하여 범죄사실을 재확인 한다. 구치소 소장은 법무부장판 명령에 따라 마지막 남기고 싶은 유언이 있으면 말하라고 기회를 준다.
그날 평소에 성급하여 말을 많이 더듬던 인숙이는 한마디도 더듬지 않고『지금까지 저를 보살펴주신 교도관님과 신부님, 수녀님 자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죽음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조금이 나마 속죄가 된다면 감사하겠다』고 하고, 『최남순 수녀님은 저의 어머님이셨습니다. 제 재산목록 1호 우표수집한 것과 함께 수녀님께 저의 어머님이셨다는 말씀을 꼭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여기 계신 여러분 하느님을 믿으십시오, 하느님은 참으로 살아계십니다』 이 말을 낭낭하게 세번 거듭했다는 것이다.
웃는 얼굴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아름답고 평화스런 얼굴은 세상에서 처음 보았다고 했다.
그는 고백성사후 성서를 읽고 성체를 영한다음, 보자기를 씌우고 손과 발을 포승줄로 묶고 수정을 채운후, 의자에 앉혀졌다. 준비완료 신호 후 직원이 직키를 제치는 순간 마루장과 의자가 밑으로 떨어지고 올가미에 얽히며 덜커덩 하는 순간 5분 이내 소리없이 숨이 끊어지는 교수형이 집행되던 지하로 내려간 줄을 다시 끌어올려, 공중에 달린 사람의 가슴을 풀어 제치고, 의무과장이 청진기로 사망유무를 확인하는 일을 한다. 정말 몸서리치는 이 행사를 우리나라에서 언제까지 거듭하려는가? 이날만은 모든 직원들이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 적어도 이 어둡고 무거운 파문의 여운이 1개월이상 간다.
신자아닌 직원들도『나는 오늘 형장에서 예수님을 보았다』고 하며 숙연해 했다. 그 후 가족에게 알리고 의논하여 24시간이내 시체를 인수하고 장례를 치르는 일을 해야 했다. 가족들이 있어도 거의 인수할 능력이 없는 형편이어서 교도사목회에서 광탄 공원묘지에 안장하고 장례미사를 봉헌했다. 인숙이는 갔지만 그가 기증한 요구와 신장은 살아있는 다른 형제한테 이식되어 세상에 빛을 보게하고.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사랑으로 연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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