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전을 기록하기라 무척 어려운 일이다. 대개가 성인들의 거룩한 생애만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과장이 많다. 또 쓰기 어려운 이유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일이라 전해져 내려온 얘기들이 대개가 불확실하고 신빙성이 없다. 가령 어떤 성녀는 세살때 성모송이 적혀 있는 기도문을 찢어서 삼켰다느니 어떤 성인은 울다가도 기도를 하면 십자가를 보고 묵상에 잠겼다는 등의 믿기 어려운 말들을 많이 한다. 그래서 성인 행적을 읽고 강화를 받기보다「참말 그랬을까」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향기」를 제목으로 하고「성인들의 거룩한 생애」를 부제목으로 한 수원 가톨릭 대학 학장인 배문한 신부가 지은 책은 그런 점이 없다. 어떤 성인의 간략한 생애들을 간추려 적으려고 행적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소개했다. 또한 독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않고『참 훌륭한 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도록 재미있게 엮었다.
중간 중간에 저자의 꾸밈 없는 인품이 드러나는 것이 내용의 성실성을 더해 준다.
많은 성인전들이 있지만 대개가 번역물이고 또 『어린시절부터 하느님에 대한 사랑에 불타 거짓을 말하지 않고…」 등의 말로서 우리로서는 성인되기 다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쉬운 문구로 시작된다. 그래서 독자에게 부담을 준다. 그런데 이 책은 한 성인의 생애를 읽고 즉시 묵상에 잠길수 있도록 간결하고 잡소리가 없는 것이 좋다. 그야말로『이 사람 저 사람이 다 한 것을 나라고 못할 것이 무엇이냐』 라고 용기를 낼 수 있게 하고 희망을 가지고 생활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번역이 아니고 저자가 엮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일독의 가치가 아니고 심심할 때 한 성인의 생애를 읽고, 묵상하고, 다음에 시간이 나면 또 읽기 위하여 옆에 둘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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