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국가에 의한 또 하나의 살인인가, 아니면 범죄자 응징과 예방 위해 필요한 제도인가? 사형제도에 대한 전반양론이 사회적인 관심사로 크게 떠오른 가운데 92년도 한해는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교회의 움직임이 크게 돋보인 한해였다.
무엇보다 서울대교구 교도사목회가 중심이 돼 범교회적인 서명운동으로 확산시킨 사형제도 폐지운동은 합법화된 살인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교회양심의 표출이며 인간생명 에 대한 존엄성의 표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사형폐지운동을 주도한 교도사목회는『인간의 회개가 바로 하느님의 은총인데 그 회개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하느님의 영역을 인간이 침범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어떤 경 우라도 사형만은 절대 용납할 수없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결론위에 서울대교구 교도사목회 (회장=안수길, 지도=김우성·정세덕 신부)는 지난 5월 31일, 「사형제도 폐지 심판에 과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파결」을 앞두고 사형은 이세상에 더 이상 존재돼서는 안된다는 교회내외의 입장을 전달키 위해「사형제도폐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김수환 추기경은 사형폐지서명 운동을 시작하는 결의문을 통해『자신의 지은죄를 회개하고 통곡하고 있는 우리의 형제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믿는 사람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하고『우리나라 대법원은 사형제도가 마땅히 사라져야할 제도임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지은 벌로서 사형제도가 효과적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바있다.
물론 사형폐지에 관한 일반적인 관심은 이보다 3년전인 89년 5월에「한국사형폐지 운동협의회 (회장=이상혁 변호사)가 창립되면서부터 사회적인 관심사로 대두됐으며 조직적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폐지서명을 시작한 것은 서울대교구 교도사목회에서 주관한 사형폐지 서명운동이 효시를 이뤘다.
처음에는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던 사형폐지 서명운동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전국 각 본당과 단체로 확산돼 감으로써 사형폐지를 공감하는 신자들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
불과 2개월 만에 1차분의 서명자 명단을 마감한 교도사목회는 8만6천5백9명의 명단과 김수환 추기경의 청원서 등을 8월 11일에 헌법재판소에 전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후 교도사목회는 서명운동을 10월말까지 2차분서명자명단 5만5천3백69명을 추가로 받아놓고 있으며 헌법재판소 전달은 대통령선거가 끝나는 내년초로 잡고 있다.
사형제도폐지 서명운동에는 교회내 전국 1천여 본당 및 단체가 참가했으며 교회뿐만아니 라 개신교와 불교측에서도 가톨릭의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전적인 공감을 표시하며 많은 수의 서명자명단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처럼 교회내외에서 사형제도 폐지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교도사목회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오판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희생물이 될수 있고 정치적 위기탈출용 또는 사회 일신의 명목하에 정책적으로 △보복행위 등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총 4백만 명의 사형수가 형장의 이습로 사라졌으며 최근에는 90년에 16명, 91년에 9명이 인간의 판단에 따른 조건에 얽매여 새로운 살인을 하게 되는 끔찍한 사형집행이 이뤄졌다.
외국에는 현재 법률상 모든 범죄에 사형을 폐지한 국가가 46개국에 달하며 군벌등을 제외한 일반 범죄에 사형을 폐지한 국가가 16개국, 10년이상 사형집행을 보류한 사실상 폐지한 국가 21개국 등 총 89개국에서 사형을 폐지한 상태이다. 사형제도에 관해서는 대개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사형제도 존치론과 사형제도 폐지론 드으로 구별될수 있는데 존치론 자들은 △흉악범죄 예방효과 △국민 법감정상 시기상조 등을 예로 들어 사형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사형제도 폐지론자들은 △사형은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복수심의 본능에 근거하는 야만적인 잔혹한 형법이며 △생명권을 존중하는 헌법에 위배 △범죄인의 개선·교육이라는 형벌 본래의 목적 상실 △ 사형을 폐지한 국가의 범죄증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사형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사형집행이 없는 국가에서는 흉악범죄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사형집행의 빈발로 생명의 존엄성이 보장되지 않는 국가에서 오히려 범죄가 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교도사목회는 이러한 당위성에 비춰 볼 때 사형제도가 하루 빨리 폐지돼야 하지만 국민정서상 단번에 사형폐지가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단계적인 사형폐지운동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단계적 사형폐지제도는 사형선고는 하되 사형집행을 3년 혹은 5년 단위로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제도로써 이것이 받아들여질 경우 교도사목회는 사형집행이 있을때와 없을때의 범죄상황을 분석, 결코 사형제도가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대교구 교도목회는 사형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펼쳐가기 위해 11월 11일 전국 교도사목실무자세미나를 개최하고 교도사목협의회를 구성하는등 전국차원의 사형제도 폐지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교도사목회는 사형제도 폐지운동이 교회차원의 운동에서 탈피하기 위해 내년 2월을 창립 목표로 법조계 언론계 의학계 연예계 미용인 등 1백여명이 참여하는「사형제도폐지 자문위원회」를 구성, 각 계층에서 연대성을 가지고 이 운동에 참여하도록 새로운 방황을 잡아가고 있다.
서울대교구 교도사목회가 주도한 사형폐지서명운동은 교도사목회의 의지와 노력에 비해 서명자수가 적었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서명자수에 비해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일반인들의 인식변화와 여론 확산에는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도사목회는 앞으로 사형제도 폐지운동에 교도사목회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간다는 계획아래 교회내 단체와 기관을 중심으로 사형제도 폐지 서명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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