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안훙 감독의 베트남에 관한 기억은 전쟁의 상처나 식민지 국민의 굴욕감을 갖고 있는 곳이 아니다.「그린 파파야 향기」(하명중영화제작소 수입)의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따사로운 햇살과 어머니의 푸근한 가슴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열두 살 소녀 무이와 맑은 눈을 통해 비친 한 가족의 삶과 훗날 성숙한 처녀로 자라 사랑을 알고 행복한 여인으로 변화하는 이야기를 절제되고 우아한 카메라 워크로 그리고 있다.
무이의 눈을 통한 심리 표현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은유적이다. 주인집 꼬마의 장난이나 식물 곤충의 자연스러운 클로즈업은 영화를 기름지게 하고 있다. 후반부에 올수록 더욱 절제된 대사와 완만한 음악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평론가들의 격찬 속에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지난달 말부터 귀미에르, 코아아트, 동숭아트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이 밖에 1994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 영화상 노미네이트, 1994년 세자르 최우수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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