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이스라엘의 항구 도시 하이파에 도착했다.『아! 드디어 이스라엘이구나…』감회가 깊었다.
심사원은 여러 가지를 꼬치꼬치 캐물으며 당최 통과시켜 줄 생각을 안했다. 어디서 머무를 것이냐, 돈은 충분히 있느냐… 아휴 이스라엘 들어가기 정말 어렵다.
『입국 스탬프는 여권에다 찍어 줄까요? 별지에다 찍어 줄까요?』
나는 당연히 별지를 선택했다. 여권에 이스라엘 스탬프가 찍혀 있으면 입국이 불가능한 나라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내 여행이 이것으로 마지막이 아닌 이상 언제 어디를 갈지 모르기에 나는 안전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 이스라엘 땅을 밟게 되는구나 생각하는 찰나 잠깐! 마지막, 항구 출입국에서 짠하고 걸려버렸다. 내가 테러범처럼 생긴 건가?
그리스에서 왜 이 먼 나라까지 왔느냐, 비행기도 있는데 왜 3일씩이나 걸려서 배를 타고 왔느냐, 여자 혼자 어떻게 왔느냐…심사원들은 30여 분에 걸친 심사 끝에 무혐의로 나를 보내주었다.
시내버스를 잡아 타고 여행 안내소에서 알려준 대로 중앙 터미널로 향했다. 나는 예루살렘에 갈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예루살렘 가는 버스를 찾으려니 알 길이 없었다. 터미널 끝에서 끝까지 돌아다니며 예루살렘 가는 버스를 찾았지만 히브리어로 써 있으니 알 수가 있어야지. 역 안에 있는 안내소로 찾아가자 29번 홈에서 940번 버스를 타라고 일러주었다.
예루살렘까지는 하이파에서 장장 두 시간. 가까스로 예루살렘에서 내려 다시 27번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니 드디어 예루살렘 구 시가가 나왔다.
그곳에는 구 시가 성 안으로 들어가는 8개의 문이 있었는데 나는 다마스커스 문으로 들어갔다. 그 문 안은 아랍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내가 묵기로 결정한 유스호스텔이 있는 곳이었다.
가게에서 복잡하게 흘러나오는 아랍 음악을 들으며 유스호스텔에 당도했다. 하지만 말이 유스호스텔이지 빈민촌이나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도미토리가 12세켈, 옥상이 9세켈로 주위에선 그래도 값이 싼 편이었다. 도미토리로 결정을 하고 누우니 3일 간의 배 여행으로 피로가 몰려왔다.
아랍인 지구에는 의외로 기독교 성지가 많이 분포되어 있었다. 나는 우선 숙소에서 가까운「주의 무덤 성당」으로 향했다.
이곳은 예수가 죽고 난 후 묻힌 돌무덤이 있는 곳으로 이 교회 옥상에는 곱트교도들이 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곱트교도들이란 고대에 가톨릭교를 믿었던 이집트인들로 로마 교황청에서 끝끝내 이단의 판정을 받고 회교도인 조국에서조차 환영 받지 못했던 불운의 교도들이다.
예수가 부활했다는 돌무덤, 성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곳에 내가 직접 와 있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치 꿈 속을 걷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 역사의 현장에 내가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저절로 엄숙해짐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예루살렘 신시가로 나섰다. 이집트 비자와 무엇보다도 터키행 항공권을 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학생 여행사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고 값도 많이 올라 있었다. 이스탄불행은 1백62달러에 공항세가 15달러나 되었다. 이걸 어쩐다지.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해서 1백50달러로 예상을 했었는데 경제난에 봉착하게 될 위기에 놓였다.
내가 머뭇거리고 있자 그 직원은 터어키 남쪽의 작은 도시 안탈리아행은 1백19달러인데 어떠냐고 물어왔다.
안탈리아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버스비가 필요하긴 했지만 비싸면 얼마나 비쌀까. 나는 환호성을 지르며 마감이 될세라 단박에 표를 사고 여행사를 등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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