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선택을 잘 해야 합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할 때 선택을 잘못하면 평생 후회하는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TV의 어떤 광고에서도『한 번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대단히 일리 있는 말입니다.
농부가 씨를 뿌리는 데에도 종자와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하며 사업을 하는 데에도 역시 업종과 분위기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친구를 사귀고 배우자를 고르는 데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사람은 한 번의 선택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1독서(여호 24, 1∼2:15∼17)에서 여호수아는 자신의 죽음을 내다보면서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선택과 결단의 길을 제시해 줍니다. 위대한 지도자였던 모세도 이미 죽었고 그리고 자기까지 죽었을 때 과연 이 백성이 하느님을 끝까지 섬길 것인가에 대해서 지도자로서 큰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떠돌이 생활을 할 때도 하느님의 속을 수없이 썩혀드렸습니다. 그런데 자기들이 정착한 가나안에는 본래 이방인 신을 섬겼던 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들과 함께 살면서 유혹을 받게 될 이스라엘의 운명을 내다볼 때 걱정이 앞섰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그래서 백성 모두를「세겜」이라는 곳에 모아놓고 선택의 길을 제시해 줍니다.
『만일 야훼를 섬기고 싶지 않거든, 누구를 섬길 것인지 여러분이 오늘 택하시오』
여호수아는 죽기 전에 자기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었으며 그리고 결판을 내고 싶었습니다. 사실,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 이 외에 세상에서 누굴 찾아가겠습니까. 그래도 말을 돌려서 여호수아가 속을 떠보자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와 백성들이 큰 소리로 대답합니다.
『우리가 야훼를 저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다니 될 법이나 한 말입니까? 우리는 야훼를 섬기겠습니다』
백성들의 약속을 믿고 여호수아는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말씀과 같은 내용이 오늘 복음에도 나옵니다.
「생명의 빵」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당신을 가리켜「빵」이라고 하면서 그 몸을 먹어야 한다고 하자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면서 질겁을 합니다.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사람을 먹어야 하는지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버리고 떠나갔습니다. 이에 예수께서 열두 제자들에게 넌지시 물으셨습니다.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예수님의 질문에 베드로는 대답합니다.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우리는 주님께서 하느님이 보내신 거룩한 분이심을 믿고 또 압니다』
베드로는 역시 베드로였습니다. 베드로에게 인간적인 약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예수가 누구라는 것은 아주 분명하고 정확하게 바라 봤습니다. 그리고 믿고 받아들였습니다. 바로 거기에 베드로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인간이 신앙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깨달을 수도 없습니다. 먼저 믿어야 합니다. 어린이들은 부모의 사랑이나 부모의 가르침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커 봐야 압니다. 부모님이니까 안심하고 믿고 존경하며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런 것입니다. 성체는 진정 그리스도의 몸이요 생명의 빵입니다. 그러나 믿음이 없이는 그 위대한 신비를 만나지 못합니다.
만일에 우리가 성체를 들고『이게 살아계신 예수님입니다』하고 외인들에게 말하면 그들이 믿겠습니까. 그리고 그걸 먹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하면 세상이 또 알아듣겠습니까. 못알아 듣습니다. 아마 웃으며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도『아버지께서 허락하신 사람이 아니면 나에게 올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앙은 결단이 필요합니다. 육적인 것은 실로 아무 쓸모가 없으며 영적인 것만이 생명을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천 번 만 번 옳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우리의 선택과 결단을 예수님 앞에 분명히 해야 합니다. 세상은 우리를 자주 속입니다. 속지 말고 하루에도 열두 번씩 올바른 판단과 신앙의 고백을 하도록 합시다.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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